2018-03-15 09:29

부산신항 다목적부두 피더부두로 전환…BPA가 직접운영

항만위원회서 다목적부두 운영 심의


부산항만공사(BPA)가 부산신항 다목적부두(BNMT)를 직접 운영하게 될 전망이다. 항만을 관리하고 토지에 대한 임대료 수익 확보에만 그쳤던 BPA가 자치권을 가지고 직접 부두를 운영하는 것이다.

BPA와 항만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와 벌크화물, 자동차화물 등 다양한 화물을 취급하는 다목적부두(400m 선석1개, 300m 연결잔교)에서 400m 선석을 컨테이너부두로 전환해 BPA가 활용한다. 사업모델은 BPA가 터미널을 운영하고, 하역업은 기존 BNMT를 운영하던 세방과 동원동부익스프레스가 전담하게 된다.

신항 5부두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과 같은 방식이다. BNCT는 선사계약·터미널운영을 담당하고, 하역은 케이씨티시와 인터지스에 맡기고 있다. BPA는 시범운영을 거쳐 항만위원회(정부 해양수산부 부산시 경남도) 허가를 받으면 정식으로 다목적부두 운영에 나서게 된다.

부산신항은 그동안 부두 운영과 선석 배정이 대형선 위주로 이뤄져, 중소 국적선사의 안정적인 선석 확보가 어려웠다. 연근해 선박들은 대형선박에 밀려 부두 한 편에서 대기하기 일쑤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항에 전용 부두를 갖추는 건 국적선사들의 숙원과제였다. 선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BPA는 선석 400m의 전대료 수입을 포기하고 다목적부두의 기능 전환을 결정했다.

BPA 관계자는 “중소형 국적선사들이 대형선사에 밀려 안정적으로 선석 확보를 할 수 없다보니 허브앤드스포크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해수부의 해운산업재건 노력이 뒷받침되면서 다목적부두 안벽 400m를 컨테이너 기능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BPA가 국적 아시아역내선사들을 위해 다목적부두를 피더전용부두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BPA는 다목적부두의 하역능력은 타부두보다 떨어지지만 소형선박을 취급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다목적부두 안벽에 설치된 하역장비는 일반 STS크레인(갠트리크레인)이 아닌 하버크레인이다. 시간당 컨테이너 처리량은 22~30박스로 STS크레인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터미널업계에 따르면 국적 근해선사들은 선석당 연간 21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고 있다.

BPA는 터미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하버크레인 1기에서 추가로 1기를 도입해 2대를 시범운영 중이다. 장치장에 설치된 트랜스퍼크레인(TC)도 기존 1기에서 필요 시 1기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컨테이너 장치에 쓰이는 리치스태커 3대를 확보한 상태다. BPA는 다목적부두에서 연간 18만~20만개의 컨테이너박스를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모선과 피더선의 연결성 문제, 고민해야”

BPA가 부두 운영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으로 체선문제도 있다. 부산항의 체선이 심해지면서 근해선사들의 선석 확보난도 덩달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BPA 관계자는 “국적 근해선사들이 신항을 제때 이용할 수 있도록 BPA가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 조성될 서컨테이너부두를 운영하기에 앞서 다목적부두를 운영해 터미널 경영 노하우를 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항 터미널업계는 물동량 이탈이 크지 않아 BPA의 터미널 운영에 큰 반감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체선이 발생하는 요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가장 혼잡한 주말에 선박들이 몰리는 현상이 항만 혼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얼라이언스 재편 이후 대형 글로벌 선사들은 부산항 기항요일을 주말로 편성했다. 반대로 주중에는 선박들이 중화권 국가에 몰리다보니 부산항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물량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터미널업계로선 얼라이언스 선사에 선석을 우선 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항이 타국 항만과 달리 주말할증료를 부과하지 않는 게 체선 악화의 이유로도 지적된다. 인근 일본이나 중국 항만은 주말 작업 시 선사에게 하역할증료를 받고 있다.  

다목적부두가 효율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모선과 피더선의 연결성도 고민해야 한다. 다목적부두는 1부두와 4부두 중간에 위치해 있어, 환적화물을 대형 선박에 선적하려면 불가피하게 화물차(로드트랙터)를 이용한 타부두환적(ITT)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ITT에 따른 화물운송료는 TEU당 통상 2만원 안팎이다. 선사로선 다목적부두에 하역료를 지불하고 부가적으로 화물을 수송하는 운송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특히 피더선사에게 환적화물을 전달받는 모선으로선 같은 부두에서 화물을 환적할 수 있는 선사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더선사가 지불한 비용이 모선에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있고, 국적 피더선사를 대체할 외국적 아시아역내선사들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해선사가 다목적부두를 기항할 수밖에 없을 거란 얘기도 나온다. 오랫동안 근해선사들이 BPA에 대안부두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고, BPA가 공익적 목적을 최대한 반영해 수익사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역료와 셔틀운송료를 모두 내야하는 국적 근해선사로선 다목적부두 기항이 고민될 것이다. 기존 부두보다 하역작업이 10~20분 줄어들고 거리가 짧아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피더화물의 고객인 모선 입장에서 ITT 운송료가 발생하는 피더선사의 다목적부두 기항이 효율적인 방법일지 따져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PA 관계자는 “ITT는 다목적부두에서도 발생하겠지만, 기존 부두에서도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목적부두 기항결정은 근해선사들의 몫이다”고 말했다.

BPA의 터미널 운영이 하역시장 질서를 흐리고 선사와 BPA의 재무상황만 악화시킬 거란 우려도 나온다. 비용부담을 우려하는 선사로선 다목적부두의 하역료와 ITT운송료를 합친 비용이 기존 신항 부두보다 높아선 안 된다.

결국 BPA와 선사가 맺은 하역요율은 산술적으로 시장요율에서 운송료를 제외한 비용일 수밖에 없다. BPA 관계자는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약 18만TEU 이상의 물량을 처리해 수익이 발생하면 시설투자와 하역용역비용을 지불하고, 일부는 선사들을 위해 하역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정부의 해운산업재건 정책의 취지에 발맞춰 갈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터미널업계는 BPA가 제시한 저렴한 요율을 바탕으로 선사들이 요율협상에 나설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간 물동량 이탈이 약 20만TEU에 그칠 것으로 보여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면서도 “BPA의 운영취지는 공익에 부합하지만 하역요율이 타 운영사보다 지나치게 저렴하면 재계약에서 협상무기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피해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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