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3 10:14

“국적선사 2만TEU 선박 확보 ‘대선 방식’이 적절”

인터뷰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양창호 원장
항만 부가가치활동으로 일자리 창출 늘려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양창호 원장은 한국해운의 재건과 국적 원양선사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2만TEU급 선박 확보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확보 방법은 보유가 아닌 용선 형태가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양창호 원장은 해운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한진해운을 포기한 상황에서 어떤 경우든 (해운산업이)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양 원장은 2만TEU 이상의 초대형선 발주가 전 세계 해운산업의 측면에서 봤을 때 공멸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란 점은 인정하면서도 개별 선사의 입장에서 초대형선 없이는 구주항로에 한 발짝도 진입할 수 없는 현실 또한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지원하면 해운재건이 될 거라 생각한다. 전제 조건이 초대형선이다. 그걸 갖고 있지 못하면 우리나라 선사는 경쟁에 참여할 수 없다. 우리가 구주항로를 포기하면 (초대형선을 발주하지 않아도) 괜찮다. 구주항로를 재건하고 거기에 배를 띄우려면 2만TEU(급 선박) 없인 안 된다.”
 
그는 초대형선박 확보는 제3의 선주사에게 임차(용선)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직접 보유하는 방식의 선박 확보는 선사의 부채를 늘리는 데다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켜 선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이나 SM상선 같은 데서 과거의 방식처럼 자기가 발주해서 자기가 운영한다면 선가 변동의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부채비율이 올라가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긴다. 금융기관의 추가 지원도 안 될 거다.

초대형선을 확보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그 중 대선과 같은 방식이 좋을 거 같다. 대선회사를 만들고 초대형선을 발주해서 갖고 있다가 선사들이 시황이 올라가거나 시장점유율이 늘어나서 (배가) 필요할 때 바로바로 넣을 수 있도록 싼 값에 용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해운 지원은 꾸준히 진행돼야
 
또 우리나라가 무역대국으로서 발전을 이뤄나가기 위해 반드시 함께 가야할 중요한 산업이 해운이라는 점을 근거로 해운의 지속적인 지원을 정책당국에 당부했다. 
 
“한진해운사태 때 재벌을 왜 도와주느냐는 언론기사와 여론으로 정책담당자들이 그렇게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간과하고 있는 게 우린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함께 갈 수 있는 운송사가 필요하다. 시황이 좋아져서 컨테이너운임이 4000달러 5000달러 간다고 하자. 시황이 좋아진다는 건 (제조기업들이) 많이 팔 수 있을 때인데 우리 선사가 없으면 해외선사를 써야 할 거다.

중국 일본 대만은 자국선사가 있다. 그들이 자국화주에서 받는 4000달러 5000달러를 우리나라 화주에게도 똑같이 받겠나? 7000달러까지 받으려고 할 거다. 시장점유율이 늘어난다는 건 무역이 늘어난다는 거다. 이를 왜 간과하나? 이게 1조원 정도의 가치밖에 안 되나?”
 
연장선상에서 우리나라 정기선산업의 복원은 꾸준한 노력과 지원이 이뤄질 때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운산업의 특성상 공급(선박)을 늘린다고 해서 금방 예전의 경쟁력을 갖추긴 어려운 까닭이다. 시장과 화주의 신뢰를 서서히 얻어갈 때 예전의 시장점유율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한진해운이 어려울 때나 파산할 때 내내 말했던 게 있다. 한진해운과 같은 국적선사를 날려버리는 게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그 화주들을, 물동량을, 점유율을 다시 확보한다는 게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우려였다. 일대일, 하나하나를 다시 복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파산 후) 미주항로 점유율 5% 이상을 잃었다고 하는데 이를 되찾는 데 배만 있어선 안 된다. 배를 채울 수 있는 화주를 일일이 끌어모아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십 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해양진흥공사와 해운 지원 국정과제 같은 정책이 5년 10년 꾸준히 가야 한다. 꾸준히 가다가 지금처럼 어려울 때가 또 나타나면 하나씩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일거에 방망이 뚝딱 해서 좋게 만들고 시장점유율을 높일 순 없다.”
 
아울러 국적선사들은 한국해운 재건을 위해 서로 협력과 통합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적선사 간 인수합병(M&A)도 한 대안이란 판단이다.
 
“우리 선사들이 어려울 때 SM 같이 해운시장에 신규로 진출했다는 건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 지금처럼 과당경쟁이나 우리끼리 시장점유율로 경쟁하는 모습은 하나로 뭉쳐도 어려울 때 좋은 건 아니다. 모든 선사들이 다 자성해야 한다.

해양진흥공사를 통해서 많은 부분으로 선박금융이 지원하는 창구가 생겼다. 연계해야 한다. M&A를 하건 선사 간 협력을 하건 우리나라 전체 (해운사), 가상의 ‘코리아라인’을 위해서 함께 한다면 지원해 주고 함께 하지 않는다면 지원에서 제외해야 한다.

한 회사처럼 움직일 수 있는 협력관계, 그런 마음자세로 가야지. 오너십도 있고 (해서) 쉽진 않겠지만 어떡하겠나? M&A도 하고 협력도 하는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 해양진흥공사 설립을 계기로 잘 조정하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해운시장 예측
 
양 원장은 KMI의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KMI는 3월1일자로 기존 해운시장분석센터를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로 개편했다. 해운과 관련한 각종 빅데이터를 추출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장분석을 함으로써 해양진흥공사에 편입될 해운거래정보센터(MEIC)와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구상이다.

비정규직 7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인력을 센터에 배정하고 선사에서도 전문가를 지원받겠다고 양 원장은 공언했다. 센터장엔 현대상선 벌크영업전략본부장 출신의 윤희성씨가 선임됐다.
 
“앞으로 해운빅데이터를 분석해서 (해운시황을) 예측할 거다. 우리만의 고유하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툴을 가져야겠다고 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해운전문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현재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있는 선박의 위치와 실려 있는 화물, 화물의 가격 등이 빅데이터가 될 수 있다.

올해 말 케이프부터 시작해서 내년 말 벌크와 컨테이너까지 각종 빅데이터를 인공지능 방식으로 (분석해) 시황을 예측하는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런 건 MEIC에서 하는 방식이 아니다. 선사에서도 유망한 연구원을 한 명씩 파견 받아서 함께 연구하려고 한다.”
 
또 항만의 부가가치 활동을 유도하고 정책화하는 데 연구의 중점을 둔다는 계획도 밝혔다. 조립 가공 분류 전시·판매 검사 포장 분류 등의 부가가치 활동을 통해서 고용을 창출하고 연관산업 동반발전 방안을 찾는다는 목표다.


“항만은 여전히 물동량에 치중하고 있다. 많은 돈을 들여서 항만을 건설하는 게 항만 운영사 수익과 관련된 일을 하려는 건 아니라고 본다. 물동량 때문에 배후부지에서 활동이 일어나서 고용 창출이 되는 걸 목표로 해야한다. 이걸 부가가치 활동이라고 한다.

(부산항은) 그 많은 물동량을 갖고 있으면서 항만배후부지 고용이 1500명 정도밖에 안 된다. 환적화물의 5%인 50만TEU 정도만 부가가치 활동을 하더라도 3만명의 고용이 필요하다.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인데 항만 부가가치 활동을 통해 많은 고용 창출이 될 수 있도록 집중해서 연구할 생각이다.”
 
양 원장은 이 밖에 선화주 상생, 일본 컨테이너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출범 대응, 자율운항선박 도입,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 우리 기업의 SCM(공급망관리) 지수 개발, 항만위험물과 모래 공급망관리, 항만산업 종합통계 등을 올 한 해 KMI의 주요 연구 과제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SCM 역량 조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KMI는 지난해 266건의 연구 성과를 거뒀다. 동향분석 54건, 현안연구 49건, 기본연구 16건, 수탁연구 113건 등이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발표한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해운업계 안팎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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