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6 09:19

[생활물류] 커피 물류 이야기

칼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성우 본부장
생활 속 재미있는 물류 이야기
추운 계절이면 따뜻한 커피가 생각난다. 전 세계인이 하루에 16억 잔을 마신다는 커피는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음용됐다. 구한말 고종이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기록이 우리나라 커피의 시작점이라면, 본격적으로 대중들이 커피를 접한 건 6.25 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할 당시 그들의 기호식품이 우리의 생활에 파고들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커피는 짙은 쓴맛, 가벼운 신맛으로 평가되는 미각과 풍부한 과일향, 진한 아몬드향으로 평가되는 후각 등 국적과 품종에 따라 그 특징이 다르다. 또한 커피는 로스팅과 블렌딩 정도, 관리와 운송기간에 따라 그 특성이 또 달라지면서 다양한 맛과 느낌으로 우리 국민들의 소통 매개이자 연인들의 사랑 연결 도구로 널리 음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향기로운 커피가 어떻게 식탁, 회의실, 커피숍으로 와서 우리들을 풍요롭게 해주는지, 그리고 물류가 그 작품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끔 보면 커피 브랜드 가운데 지역의 이름을 딴 것들이 있다. 자바, 자메이카, 케냐 등 그냥 지나가는 생각으로 ‘그곳에서 온 커피인가?’하고 쉽게 넘기지만 어떻게 그 먼 곳에서 내 앞에 와 있는지 생각하면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커피가 생산되지 않아 해외 산지에서 커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커피 브랜드는 케냐인데, 원산지는 미국 혹은 일본이라 적혀 있는 라벨지를 보면, ‘이게 뭐지?’하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그림 참고). 커피가 태어난 곳은 케냐인데 어떻게 원산지가 미국이 될 수 있을까? 그 이면에는 커피가 물류를 통해 재탄생되는 스토리가 숨어 있다.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지역에서 수세기 동안 이용되다가 18세기 아랍상인들에 의해 상품화가 되고 19세기 중동과 유럽으로 퍼지면서 소수의 귀족층들을 위한 고급 기호식품으로 인식돼 왔다. 이때 마시던 커피는 아라비카종(Coffea arabica)으로 지금도 고급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커피 품종이다. 이후 아프리카 열대우림에서 발견된 로부스타종(Coffea robusta)이 유럽 제국주의자들의 식민지 확보 열풍으로 아시아와 중남미로 이동해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이후 소득 수준이 향상된 유럽과 미국의 중산층을 중심으로 커피는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커피 수요의 증가는 커피 생산 기법의 발전을 가져왔다. 1980년대에는 커피 1파운드당 생산원가가 120센트였는데 2000년 초반에 이르러서는 파운드당 40센트까지 떨어지면서 대중들의 기호식품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생산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떨어졌고 또한 이 가격으로 인해 소비층이 늘어나게 되고 다시 수요가 올라가면서 생산을 촉진하게 되는 원리로 커피시장은 계속 성장해 왔다. 특히 커피가 빠르게 보급되고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물류의 역할이 컸다. 

건강한 커피콩은 11-14%의 수분함량을 유지할 경우 휴면 상태가 돼 그 특유의 성분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수분함량이 그 이상이 되면 커피는 휴면 상태에서 호흡 상태로 전환되고 효소 활동을 하면서 점차 상품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커피에는 ‘3의 법칙’이 있는데, 잘 건조된 생두는 3년, 로스팅된 원두는 3개월 그리고 분쇄된 원두 가루는 3일 이내 소비가 돼야 원래의 맛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커피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바로 ‘물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에드워드 흄즈의 ‘Door to Door’라는 책에는 커피 한잔이 9만km를 달려온 원두들의 융합 상품이라고 했다. 커피는 그 맛과 향기를 높이기 위해 강·중·약으로 로스팅 돼 블렌딩을 통해 브라질, 자메이카, 케냐 그리고 베트남산 커피 등이 비율별로 섞여 그 품위를 유지하게 된다. 커피 한잔에 전 세계에서 온 원두들이 다 들어가게 되고 각각이 품질을 유지하면서 이동하는 거리가 9만km 내외가 된다는 것이다.


이 엄청난 과정을 물류가 담당하고 있고 우리가 감미롭게 즐기는 커피 한잔이 물류인들의 엄청난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산물인 셈이다. 우리가 분위기 있게 즐기고 있는 이 환상적인 음식의 주연은 생산에 땀 흘리는 농장 노동자와 이 상품의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몇 만 km를 달리게 해 준 물류 종사자들임을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오랜 이동 과정에선 여러 가지 물류과정과 관리가 필요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물류의 부가가치도 창출된다. 

최근 정부는 청년 일자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이 찾는 일자리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이 커피 한잔이 어떻게 우리들에게 오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있으면 우리 자신의 마음과 몸이 따뜻해지지만, 그 커피 한잔을 부가가치 물류 관점에서 면밀히 고민 해보면 우리 국민 모두가 따뜻해질 수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상품은 상품, 물류는 물류로 구분지어 보지 말고 이 둘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깊게 고찰한다면 새로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 이제는 커피 한잔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져야 할 시점이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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