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9 09:05

기고/ 보스포러스 해협의 터키 도선사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5)
​성우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변호사님, 이제까지 가보셨던 곳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어딘가요?”

의뢰인들이 항해사 출신인 필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필자가 항해사 생활을 하면서 입항했던 곳들을 항상 꼼꼼하게 메모해 놓았고, 이를 하나하나 세어보니 정확하게 46개국, 93개의 항구였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 하나를 꼽는 것이 쉽지 않을 법도 하지만 필자가 가장 자신 있게 말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보스포러스 해협’이다.

보스포러스 해협은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선이자, 흑해와 지중해, 마르마라 해를 연결하는 수로로서 지리적 가치가 높아 중세의 교통로와 무역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냉전 시대에는 지중해로 진출하기 위해 흑해로부터 남하하던 소련 함대를 막는 마지막 보루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곳은 이름도 참 낭만적이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가 사랑한 ‘헤라’ 신전의 사제 ‘이오’가 있었다. 제우스의 부인 헤라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제우스는 헤라의 시기를 막기 위해 이오를 소로 변하게 했다. 헤라는 이에 맞서 쇠파리로 하여금 이오를 물게 했다. 쇠파리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던 이오는 이스탄불에 있는 해협을 건너게 되는데, 이런 연유로 ‘소가 건넌 얕은 강’이라는 뜻의 ‘보스포러스’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제우스의 사랑과 헤라의 질투가 점철된 곳이어서 그런지, 바람이 모든 방향에서 불어오고 해협의 곳곳마다 해류가 복잡해 이전부터 항해사들에게 악명이 높았다.

필자가 이처럼 어려운 항해임에도 불구하고 보스포러스 해협을 가장 인상적인 장소로 꼽은 까닭은, 해협의 양쪽 기슭을 따라 돌마바흐체 궁전, 루멜리 히사르 요새 등 이스탄불의 유서 깊은 건축물들과 고급 주택, 오래된 목조 별장이 늘어선 아름다운 전경 때문이다.

필자가 보스포러스 해협을 인상적인 장소로 꼽은 또 다른 이유는 터키 도선사(Pilot)주)에 대한 선명한 기억 때문이다. 보스포러스 해협은 터키 이스탄불을 관통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원유 유출 사고라도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터키 정부는 이 곳을 ‘강제도선’ 구역으로 지정했다.

필자는 그 날도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는 도선사의 승선을 기다리기 위해 도선구(Pilot Station)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당시 악명만큼이나 강한 바람이 불어 파고가 5미터 가량으로 매우 높았다.

필자는 당시 3등 항해사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도선사 승선 지점에 내려가 있었고 도선사 보트는 우리 선박으로 다가와 도선사 전용 사다리에 타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그리고 도선사가 한 팔로 도선사 전용 사다리를 잡는 순간 사다리가 높은 파도로 휘청하더니 3미터 가량 솟구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당시 너무 놀라 구명환(Life Ring)을 던지려 했지만, 터키 도선사는 사다리를 꽉 부여잡은 채 최소 100킬로그램이 넘는 것으로 보이는 육중한 몸을 이끌고 우리 선박으로 안전하게 승선했다. 도선사의 작업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것인지를 몸소 깨닫는 순간이었다.

한편, 우리나라도 ‘도선법’에 따라 도선사 면허와 도선구에서의 도선에 관한 사항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도선사는 총톤수 6천톤 이상인 선박의 선장으로 5년 이상 승무한 경험을 갖추고 도선사 시험을 통과한 자(도선법 제5조 참조)로서 항해의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만, 가끔 선박의 충돌사고 등에 연루돼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선박의 충돌이 도선사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경우 도선사의 민사상 책임에 대하여만 간단하게 알아보자.

우리나라 상법 제880조는 “선박의 충돌이 도선사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경우에도 선박소유자는 제878조 및 제879조를 준용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관한 특별규정으로, 선박충돌이 도선사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경우 선박소유자는 도선사의 선임 및 감독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관계없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로 규정한 것이다. 즉, 이는 도선사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선박소유자(선박소유자의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 후 도선사에게 구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도선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충돌사고는 일응 위 청구가 이해가 되지만, 도선사의 경과실에 의한 사고까지 최소 수십억에 달하는 민사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면 문제가 있다.

도선사는 선박 운항의 안전을 도모하고 항만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공적인 의무를 담당하는 자이므로, 필자는 안정적인 도선을 위해서는 도선사의 민사상 책임을 일정부분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 도선사는 항만·운하·강 등의 일정한 도선구(導船區)에서 선박에 탑승하여 해당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사람을 말한다.

▲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의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경험을 쌓았다. 하선한 이후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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