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5 14:02

기획/ 한중카페리, 사드 해빙효과 기대 ‘시기상조’

올해 수송실적 ‘여객 곤두박질 vs 화물 성장’


중국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해제에도 한중 카페리시장에서 느끼는 체감기온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달 28일 한국 단체관광 금지를 일부 해제했다.

이를 두고 중국정부가 ‘금한령’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왔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국행 단체관광이 해금된 곳은 베이징과 산둥성 2개 지역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한국과 카페리항로로 연결되는 곳은 산둥성뿐이어서 선사들이 느끼는 금한령 해제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산둥성 단체관광객들의 발길도 아직까지 뜸한 상황이다.

중국정부가 사드보복을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해제도 모두 구두로 진행하는 탓에 현지 여행사들이 관광객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선사들은 전했다.

 북중국 3개노선 여객 70%대 급감

올해 선사들의 수송실적을 보면 중국의 사드 보복이 카페리업계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줬는지 알 수 있다. 한중카페리협회(KCCA)에 따르면 15개 한중 카페리노선의 1~10월 여객 수송실적은 105만58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6만8833명에 견줘 20여만명이 감소했다. 15개 노선 중 성장세를 띤 건 석도국제훼리의 군산-스다오와 연태훼리의 평택-옌타이 노선 2곳뿐이다.

특히 북중국 노선의 피해가 심각했다. 진인해운의 인천-친황다오 노선이 76%, 범영훼리의 인천-잉커우가 71%, 진천국제항운의 인천-톈진이 70% 곤두박질 쳤다. 소무역상(보따리상) 없이 순수 관광객만 태워오던 이들 노선은 산둥성 지역과 달리 유탄이 아닌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1~2월의 선전이 있었기에 감소폭이 이 정도에서 그쳤다.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실적을 보면 세 노선의 감소 폭은 80%대에 이른다. 특히 10월 한 달간 진인해운과 범영훼리는 각각 91% 89%의 감소율을 보였다. 한 달 사이 배가 7번 한중 양국을 오가는 동안 실어나른 여객 숫자는 각각 396명 554명에 불과했다. 편도 기준으로 한 항차에 30~40명밖에 실어나르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번 운항할 때마다 평균 300~400명은 너끈히 실어나르던 알짜배기 항로들이었다. 이밖에 위동항운의 인천-칭다오, 단동국제항운의 인천-단둥 노선도 올해 10개월 실적이 반토막에 가까운 하락세를 띠었다.

산둥성 노선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편이다. 소무역상들이 단체여행객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까닭이다. 위동항운의 인천-웨이하이나 화동해운의 인천-스다오 노선은 같은 기간 감소폭이 2%대에 머물렀다. 석도국제훼리와 연태훼리는 오히려 13~14%의 두 자릿수 성장을 보였다. 겉보기엔 사드 후유증을 비껴 간 것처럼 보이는 이들 선사도 심각한 내상을 입긴 마찬가지다. 소무역상으로 배를 채우면서 외형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지만 요율이 일반 관광객의 반값에 불과해 수익성이 크게 뒷걸음질 치고 있는 형편이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한중카페리항로 전체적으로 볼 때 월 평균 중국인 이용객이 지난해 10만명에서 7만명 정도로 빠진 반면 한국인 이용객은 2만명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발 단체관광은 올스톱했고 보따리상도 규제를 받고 있지만 생계를 위해 배를 타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소무역상들은 상단(商團)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중국세관의 강화된 통관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리업계는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여객 실적이 반등할 걸로 보고 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언론에서 한중 관계가 다시 풀리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선사들이 느끼는 체감시황은 빙하기가 따로 없다”며 “중국정부가 한국관광 금지 조치를 풀었다고 하지만 지역을 한정한 데다 12월과 1월이 여행업계에선 전통적인 비수기여서 당장 여객이 늘걸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룽청항로 중단 반사이익 ‘교동훼리 물동량 호조’

화물은 여객과 달리 성장세를 띠고 있다. 10개월간 15개 노선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42만9501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41만8283TEU에서 3% 성장했다. 사드보복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월간 실적이 7월과 8월 10월 석 달을 제외하고 모두 플러스 성장하는 호조를 보였다.

다만 항로별로 보면 북중국지역은 화물 부문에서도 여객만큼은 아니지만 사드보복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잉커우노선이 12% 감소한 것을 비롯해 인천-톈진과 인천-단둥노선이 2~3%대의 역신장을 신고했다. 산둥성 이남지역인 장쑤성을 연결하는 인천-롄윈강노선도 16%의 감소율을 보였다. 중국횡단철도(TCR)의 출발지인 롄윈강노선은 출범 이후 줄곧 화물부문에서 강세를 띤 곳이다.

반면 교동훼리가 운항 중인 평택-웨이하이 노선은 같은 기간 32%의 물동량 성장을 일궜다. 15개 노선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지난해 3만2066TEU에서 올해 4만2228TEU로 1만TEU 이상 늘어났다. 대룡해운의 평택-룽청 노선 중단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항로로 평가된다. 화동해운도 8000TEU 가까운 물동량 증가에 성공하며 20%의 성장률을 찍었다. 이밖에 연태훼리와 일조국제훼리(평택-르자오) 진인해운 등이 10% 안팎의 실적 성장을 신고했다.

선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선적되는 수입화물은 전혀 문제없이 수송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대자동차 등 국산차의 중국 판매가 부진한 데다 한국에서 나가는 식품이나 생필품 등의 소비재 수출품이 통관 지연 등으로 약세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항로 신설 기대감 다시 ‘꿈틀’

물동량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다 여객도 해빙기를 맞을 거란 기대감을 배경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던 신항로 개설 움직임도 다시 가시화되고 있다. 대산-룽청노선이 대표적이다. 한국측 사업자인 한성카페리에서 이미 자본금 30억원을 투입하고 준비를 마친 상태지만 중국측 파트너 구성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룽청항에서 부두를 운영 중인 시샤커우(西霞口)가 한중관계가 냉각된 이후 소극적인 스탠스로 돌아선 대신 웨이하이에 거점을 둔 물류기업인 판중(凡中)과 신하이펑(新海豊)이 투자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섭외도 걸림돌이다. 지난 3월 스웨덴 선사 스테나에서 나용선(BBC)한 2만4400t급 <스테나에게리아>(Stena Egeria)는 중국 파트너의 반대로 도입이 무산됐다. 선령이 높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중국은 안전문제를 들어 신항로의 경우 신조선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한성카페리는 단동항운의 <동방명주8>호를 후보군으로 놓고 선박 도입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석도국제훼리가 추진하고 있는 군산-스다오 주6항차 증편은 경쟁선사들의 반대가 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석도국제훼리는 군산시 등 지역자치단체와 함께 군산 거점의 카페리 노선이 가장 적다는 이유를 들어 항차 증편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현재 15개 노선 중 인천항이 10개, 평택항이 4개의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군산항은 단 1개 노선만 취항 중이다. 올 연말 여객정원 1200명, 화물정량 250TEU의 1만9950t(총톤)급 신조선 <신석도명주>호를 투입할 예정인 석도국제훼리는 항차 증편이 확정될 경우 선박 1척을 추가 신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다른 선사들은 사드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을 늘리는 건 ‘이전투구’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중국 룽청을 잇는 노선을 평택과 대산항에서 각각 재개 또는 신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내년 1월17일 열리는 한중해운회담에서 양국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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