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8 14:02

세계 컨테이너 항만시장, 교역량 침체에 ‘먹구름’

로이즈리스트 “항만시장, 중성장시대 돌입”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보다 상당한 실적 개선을 보였지만 성장세는 2년 연속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내년 항만시장 전망도 먹구름이 자욱할 전망이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는 2018년 컨테이너 항만시장 분석에서 내년도 컨테이너 물동량은 일부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항만업계는 큰 수익을 누리지 못할 거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면서 중국의 뒤를 이을 신흥시장이 줄어들고 있고, 물동량 성장 감소세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중남미시장은 지난해 최악의 성적을 거둔 탓에 올해 실적반등이 유독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물동량 성장률은 5~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년도 성장률은 2~3%대의 완만한 성장세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中, 세계 교역 이끄는 ‘핵심 조력자’

전 세계 주요 항만은 내년에도 더딘 교역 성장세에 암울한 성적을 거둘 전망이다. 중동지역은 계속되는 저유가 영향에 수출입화물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서아프리카도 교역량이 부진할 거로 예상된다. 중남미시장의 경기 회복은 지역 항만에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지만 물동량 규모가 상당한 아시아시장과 비교하면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성장세가 완만한 유럽시장은 내년에도 큰 변동이 없으며 북미항로는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영향을 받아 다소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 컨테이너 교역시장을 이끌 ‘핵심 조력자’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신흥시장은 대륙간 화물수송과 아시아역내지역의 화물수송을 책임질 것으로 내다봤으며 특히 인도의 성장 잠재력은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GTO, 해운시장 불확실성에 어려움 가중

글로벌터미널운영사(GTO)들은 물동량 성장이 소폭에 그치고 불확실성이 계속돼 고전할 전망이다. 특히 세계 해운시장의 변화가 GTO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선사들은 인수합병(M&A) 등 통합과 얼라이언스 제휴로 중복 항차를 줄이거나 기항 스케줄을 재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GTO들은 핵심 고객선사의 합종연횡에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터미널시장의 흥행여부는 지난 3년간 정기선 산업이 큰 침체기에 빠진 탓에 불분명하다는 평가다. 선박 대형화로 2만TEU급 선박들이 속속 배선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즈리스트는 내년 연말엔 아시아-구주항로에 2만TEU급 선박들이 대거 배선되고, 환태평양 항로에도 머잖아 2만TEU급 선박들이 등장할 거로 내다봤다.

동서항로를 기항하는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의 터미널사업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4대 얼라이언스가 3개로 재편되면서 항만산업에도 집중하는 얼라이언스가 나오고 있다.

오션얼라이언스의 대표 선사인 CMA CGM은 자가터미널인 CMA터미널을 일부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신항 5부두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에 지분을 투자했으며 오션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이 대거 이용하고 있다. 같은 소속의 코스코는 중국 주요 지역과 그리스 피레에프스(피레우스), 수에즈운하 등에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2M 소속의 머스크라인이 운영하는 APM터미널은 아시아 유럽 중남미 북미 러시아·발트해 아프리카 중동지역에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선사는 자가 터미널을 갖춘 점에서 선석 우선배정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터미널시설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게 큰 맹점으로 작용한다. 터미널운영사는 제휴 선사에 상관없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일반 터미널처럼 고객선사들을 맞이해야 해서다.

선사를 끼지 않고 터미널만 독자 운영하는 GTO도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싱가포르계 GTO PSA인터내셔널, 아랍에미리트계 GTO DP월드, 홍콩계 GTO 허치슨포트홀딩스가 대표적이다. 이들 세 GTO는 광범위한 터미널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지만 최근에는 합작 투자와 지분 공동소유를 줄이고 있다.

로이즈리스트는 이들 GTO의 행보에 대해 “투자 감소로 매출액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워졌지만 기존 터미널이 고부가가치 화물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중국계 터미널운영사, 정부 지원에 ‘강자’로 부상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중국계 터미널운영사들의 행보는 지켜볼만 하다. 전반적인 수요약세에 터미널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코스코쉬핑포트와 차이나머천트홀딩스 상하이국제항무집단(SIPG) 등은 세계 항만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중국 주요 항만에만 터미널을 세우던 이들 운영사들은 최근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려 투자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힘입어 국영 금융기관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이들 운영사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바탕으로 항만시장의 신흥 개척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로이즈리스트는 “중국계 운영사들은 터미널 자산에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용의가 있으며, 정부 산하 금융기관에서 대출도 쉽게 받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투자경쟁 과열로) 내년에는 중국의 해외 항만 투자사업이 철저한 검토 아래 놓여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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