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노조단체가 쪼개진 지 3년만에 통합을 추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해상노련)과 전국상선선원노동조합연맹(상선노련)은 4일 신설합병계약 조인식을 가졌다.
두 단체는 앞으로 12월 말까지 양측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해 합병 결의를 마친 뒤 내년 1월 합병대의원대회를 열어 신설 연맹을 출범키로 했다. 신설 조직의 이름은 전국선원노동조합연맹으로 확정됐다.
연맹 통합은 해상노련 정태길 위원장의 당선과 함께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해운업계는 보고 있다. 정 위원장은 올해 초 위원장 선거에서 사분오열된 노조연맹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어 염경두 위원장을 누르고 71년 역사의 선원노조단체 수장에 당선됐다. 정 위원장은 취임 후 곧바로 갈라선 선원노조단체와 회동을 갖고 통합 논의를 본격화했다. 첫 결실로 지난 6월 수산노련이 해상노련 재가입을 확정지었다.
상선노련과의 통합은 지난 8월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정태길 위원장이 상선노련 하성민 위원장과 신설합병 합의서를 채택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신설합병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양 단체는 10여차례 회의에서 합병 방식, 지도부와 의결기구 구성 등 주요 쟁점사항을 집중 협상해 결국 합의를 끌어냈다. 해상노련은 오는 13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합병계약서를 승인한 뒤 이달 말 열리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합병을 최종 결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도 많다. 신설 조직 출범은 국가로 치면 국무회의 승인을 거쳐 국회 비준을 받은 뒤 다시 국회를 해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현실화 될 수 있다. 핵심 이권을 가진 몇몇 세력이 조직 합병에 합의한 상황이지만 현 대의원들이 자신들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면서까지 동의할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우선 상선노련에 가입한 8개 단위노조 중 일부가 해상노련과의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팬오션과 흥아해운 노조다. 팬오션은 해운노조협의회가 제기한 복지기금 약정반환 청구소송을 이유로 합병 조직으로의 합류를 거부하고 있다. 흥아해운의 경우 반대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해상노련에선 수산 쪽의 반대 가능성이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양 단체는 합병계약에서 상임부위원장 제도 신설에 합의했다. 부위원장은 위원장을 배출하지 못한 산업에서 선출된다. 만약 수산 출신이 위원장에 당선된다면 부위원장을 해운에서 맡는 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해운 분야에 유리한 제도로 보고 있다. 해당 산업의 정책과 조직을 책임지는 부위원장직이 도입되면 위원장에 집중된 권력의 분산은 필연적이다. 지난 두 번의 해상노련 위원장 선거를 모두 이긴 수산쪽에선 위원장의 힘이 빠지는 구조를 원치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정치판’을 연상케 하는 선원노조의 생리를 개혁하지 않고선 다시 과거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3년 전 선원노조의 분열은 해상산업 노동운동에 큰 혼란을 불러왔다.
상선노련의 ‘독립’은 1차산업인 수산과 3차산업인 해운이 복지나 선박 환경 등에서 차이가 커 한 데 섞이기 어려웠다는 명분을 배경으로 했다. 하지만 외부에선 조직 내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수장이 바뀌었지만 해상노련의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염경두 위원장에서 정태길 위원장으로 바뀐 뒤 해상노련 조직은 또 한 번 홍역을 치렀다. 3년마다 위원장 당선을 위해 힘쓴 사람들로 조직이 채워지는 병폐는 답습됐다. 해상노련을 두고 ‘여의도’보다 더 정치적이라고 일갈하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런 상황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통합 노조연맹이 출범하더라도 그 앞날은 결코 밝을 수 없다. 조직의 사리사욕보다 해양산업 발전과 재건을 위해 5대양6대주를 누비는 선원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는 선원노조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진해운 파산 등 한국해운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린 가운데 이권 쟁취를 위해 반목하고 다툼을 벌이는 선원노조의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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