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4 14:00

‘리빌딩 성공’ 부산 물류기업, 글로벌화로 재도약 노린다

Sea&Air 라운지/ BIDC 김인호 대표이사
서울·몽골·우즈벡 지사 설립, 울산신항 배후단지 입주 등 물류경쟁력 강화
CIS 등 프로젝트 물류시장 공략해 미래 먹거리 창출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 비아이디씨(BIDC)가 최근 구축한 서울 물류 거점을 기반으로 국내 투자와 해외사업 강화에 나섰다. 25여년에 걸쳐 축적한 프로젝트 물류 노하우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수행한 중장비 운송 노하우를 결합해 회사의 글로벌화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BIDC 김인호 대표이사의 각오는 남달랐다. 부산 소재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이제는 우리나라 전국은 물론 더 나아가 해외 물류시장까지 개척해 재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CIS(중앙아시아)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륙철도 서비스 개시, 몽골·우즈베키스탄 지사 설립, 부산신항에 이은 울산신항 배후물류단지 구축, 그리고 김 대표와 함께하는 물류 전문가들이 회사의 도약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프로젝트 노하우 살려 CIS 물류시장 공략

BIDC와 김인호 대표이사의 인연은 각별하다. 지난 2009년 자금난을 버티지 못한 대우로지스틱스는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자회사 BIDC 역시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 처했다. 당시 BIDC 수장이었던 김인호 대표는 눈물을 머금고 대우조선해양에 회사를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물러나야만 했다. 부산국제물류센터 구축과 암웨이, 바스프(BASF) 물류파트너 유치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남기며 회사를 키워왔기에 그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연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난다고 했던가. 지난해 법정관리 위기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이 자회사인 BIDC를 시장에 내놓았다. 소식을 들은 김 대표는 당장 인수단을 꾸렸다. 자식처럼 키워온 BIDC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인수단은 결국 BIDC를 다시 품는데 성공했다. 김 대표는 “고향에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저의 피와 땀, 온 정열을 바쳤기에 다시 태어난 기분까지 든다”며 웃었다.

8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김 대표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각오로 재도약을 이뤄내 회사를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BIDC만의 물류 경쟁력을 강화해 ‘탈 대우조선해양’을 실현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BIDC는 모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조선해양기자재 운송 업무와 부산신항 물류창고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대우조선 자회사인 디섹과 함께 미국 스페인 루마니아 앙골라 등에 진출해 기자재 운송을 토대로 물류 경쟁력을 쌓았다.

이밖에 삼성중공업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으로부터 운송 계약을 따내며 BIDC만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서는 물류 자회사가 존재하지 않았던 반면, 대우조선 계열사로 기자재를 실어나르며 축적한 노하우는 물류사로서는 보기 드문 강점 중 하나다. 현재 텡기즈 유전개발 프로젝트(TCO)와 인도네시아 서브마린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향후 TCO의 물류 운송업무를 일괄적으로 맡아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올해 가장 큰 성과로 CIS 물류시장 진출을 꼽았다. BIDC는 창고 업무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꾀하기 위해 올해 6월 서울에 물류 거점을 구축했다. 여기에 북방물류시장에 잔뼈가 굵은 박정연 부장 등을 비롯, 물류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 대표가 오랫동안 고대하던 CIS 진출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대우그룹 전 김우중 회장이 대우자동차 사업 강화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 지역이 CIS 시장이다. 이제야 동경하며 꿈꿔온 CIS 물류시장 진출이 현실화됐다.”

BIDC가 자랑하는 TCR(중국횡단철도) 서비스는 도쿄와 부산, 인천에서 칭다오 롄윈강 상하이 등으로 뱃길을 통해 화물을 실어나른다. 칭다오와 롄윈강에 발차된 화물 열차는 카자흐스탄 알라산코우와 호르고스 국경에 도착해 서류검사와 컨테이너 실(Seal) 검수 이후 환적을 진행한다. 서류검사와 환적 통관을 거친 뒤 최종 목적지인 아스타나와 타슈켄트 등까지 약 총 21~28일이 걸리는 물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톈진발 몽골 울란바토르행 TMGR(몽골횡단철도) 서비스는 총 12~1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발 상트페테르부르크행 TSR(시베리아횡단철도) 루트는 총 30~42일이 걸리는 서비스를 화주에게 제공하고 있다.

울산신항 배후물류단지 유치도 올해 눈에 꼽을 만한 성과 중 하나다. 지난 9월 말 BIDC는 약 100억원을 자금을 투입해 올 연말 울산신항 배후단지를 착공,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신항에 이어 울산신항 진출에 성공한 김 대표는 향후 인천신항에도 물류 거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부산과 울산에서는 일본 화물을, 인천에서는 중국 화물을 각각 유치하기 위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부산신항 물류단지, 고용·외자유치 창출효과 ‘톡톡’

국내 최대 규모의 배후물류단지도 BIDC가 대표하는 주력 사업군 중 하나로 든든한 먹거리다. 부산신항 배후물류단지 1호 업체인 BIDC는 웅동과 북측 컨테이너터미널 부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14만㎡·4만3천평)를 운영하고 있다. 업체 평균인 약 1만1천평의 면적과 비교하면 4배 가량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중앙정부 부처 및 물류관련 업체 및 학회 관계자들이 부산신항을 방문하면 꼭 들리는 곳이 우리 BIDC 물류창고다.”

아시아 전체를 커버하고 있는 대규모 물류센터에는 미국 암웨이를 중심으로 전 세계 주요 화주들의 화물이 보관·반출되고 있다. 부산 창고에서만 발생하는 연간 매출만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2009년 BIDC와 물류 계약을 체결한 암웨이는 부산신항 BIDC와 미국, 네덜란드 등 전 세계 단 3곳에서만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무역량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중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이 밀집해 있는 동남아시아로 나가는 화물이 부산에서 라벨링,재포장으로 처리된다.

BIDC는 부산 신항 배후물류단지의 운영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조립, 가공, 재포장 등 고부가가치 물류를 실현하고 있는 모범기업으로 불린다. BIDC 웅동 물류센터에서는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의 유지·관리·보수 업무는 물론 조선기자재 전문지원 업체로서 노하우를 축적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도 업무 공조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장려하는 고용창출 효과도 타 물류단지에 비해 월등히 높다. 300여명이 훌쩍 넘는 노무인력이 라벨링 작업, 센터 운영 등에 동원돼 물류 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별도의 포장 사업팀이 운영되고 있어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원스톱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IS 시장과 더불어 몽골·우즈베키스탄 물류사업도 BIDC의 든든한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최근 몽골에 오픈한 이마트 1~2호점과 우즈벡행 한국산 소비재 수요 발생 등이 향후 매출액 상승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향후 일본에도 지사를 열어 중앙아시아 시장진출을 노리는 종합 상사들을 대상으로 화물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로 창립 11주년을 맞은 BIDC는 중장기적으로 CIS뿐만 아니라 유럽 베트남 미얀마 등에도 해외거점을 구축해 물류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세계 경제는 회복되고 있는 반면, 국내 체감경기는 아직 많이 움츠러들어 있는 상황이다. 국내 경쟁이 매우 치열해 먹고 살려면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BIDC와 대우조선이 해외로 동반진출한 사례를 들며 앞으로 화주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에 공장을 건설해 조선기자재를 현지에 조달하거나 제3국으로 보내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가 내세우는 회사의 모토는 ‘도전 변화 진화’다. 지금까지 남들이 걷지 않았던 길을 선택한 BIDC는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있다. 김 대표는 기존 진행 중인 조선기자재 물류사업은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새롭게 진행 중인 물류 서비스는 더욱 강화해 회사의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도전을 하지 않으면 결국 변화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BIDC는 지금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기 위해 도전하는 중이다. 진화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앞으로 무럭무럭 커나가는 BIDC를 지켜보며 응원해달라.”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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