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0 09:53

인력 태부족에 검역망 구멍 ‘예견된 불개미 사태’

검역인력 배정도 인체 피해여부 따라 ‘고무줄’ 잣대, 개정시급

지난 추석연휴를 뜨겁게 달군 부산항 붉은불개미 사태가 잠잠해지는 모습이다. 검역당국인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10일 외래 불개미 정밀조사에서도 불개미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확실한 방제를 위해 앞으로 최소 2년간 부산항 감만부두 전체에 예찰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유입 외래병해충 7만건…亞 가장 많아

불개미 사태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우리나라의 허술한 검역과 방역체계는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최근 조사결과 국내에 유입된 외래 병해충 검출 건수는 지난 2010~2016년간 7만건에 육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수입화물이 증가하면서 매년 병해충 검출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연도별로 2010년 1만건에 육박했고, 2015년에는 전년 8000건 대비 36% 증가한 1만2000건이 검출됐다. 지난해에는 약 1만4000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륙별로 해외병해충이 가장 많이 검출된 지역은 아시아였다. 지난 7년간의 검출 실적을 살펴보면, 아시아는 4만7000여건으로 전체 검출건수의 68%를 차지했다. 뒤이어 북미가 9000여건(12%), 유럽이 6000여건(8%), 남미 3000여건(5%), 아프리카·오세아니아 각 2000여건(각 3%) 순으로 적발됐다.

해운물류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검역체계가 수출국에서 사전에 이뤄지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역은 대체로 수출국 사전점검보다 수입지인 부산항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은 화물 수출국에 검역관을 대거 파견해 사전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조건부로 양국 약정에 따라 한국 검역관이 해당국에 파견돼 있다. 검역관은 조건에 맞는 시설에서 처리되는 과일이나 식품을 검역해 합격된 화물만 수입을 허가하고 있다”며 “가령 오렌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스페인, 호두는 미국에 우리나라 검역관이 파견돼 있으며, 체리는 생산지 조사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국내 검역시 수입자 신고목록에 따라 서류상 화물만 보고 통관시킬지, 현장실사 후 합격시킬지, 현장실사와 실험실 정밀검사를 병행할지 등을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년간 검역인력 충원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보인 점도 큰 문제로 꼽혔다. 식물검역을 담당하는 검역관은 지난 2010~2013년 350명선을 유지했다. 이후 2014년과 2015년에는 362명으로 7명이 증원됐지만 지난해 4명이 줄어 현재 358명의 검역관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검역 건수는 일반 컨테이너화물도 모자라 우편 특송 이사화물 해외직구 물량까지 다양해지면서 같은 기간 동안 약 5배나 증가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매년 정기 인력 증원을 요청하지만 식물병해충은 자연환경에 주로 피해를 주다보니, 사실상 구제역 AI 기생충과 같은 인체에 해를 주는 병해충보다 검역관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지구온난화로 외래병해충이 많아지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 화물유입이 급증하고 있지만 인력은 한정돼 있어 검역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항만방역업계도 이번 불개미 사태가 이미 예견된 거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주무부처나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뚜렷하지 않아 책임을 두고 유관기관 간 ‘핑퐁게임’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박검역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부산검역소와 화물검역을 담당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불개미가 부산항에 유입됐다는 이유로 항만관리기관인 부산항만공사나 관할지역인 부산시에 방역비용을 전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항만공사와 부산시는 업무주체인 검역당국에서 비용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상치 못했던 불개미사태에 기관마다 관련 예산을 사전에 마련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방역에 참가한 일부 영세기업들은 관련 기관의 책임회피로 비용회수가 늦어지면서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세계 방역 안 된 ‘컨’ 부지기수

업계는 외래병해충 유입이 우리나라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데 동의하면서 사전 검역과 방역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철저한 검역과 더불어 민간의 방역이 시너지를 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한 예로 냉동냉장(리퍼)화물이나 화학제품의 경우 수입화주가 화물을 적출한 컨테이너를 청소하고 야드(CY)에 반납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는 화주는 소수인 상황이다. 심지어 시간이 급한 로드트랙터 기사들이 컨테이너 내부를 대나무빗자루로 대충 쓸어버리고 화물을 담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역업체 관계자는 “어제 부산에 있던 컨테이너가 언젠가는 아프리카처럼 먼 곳에 가 있을 수도 있다”며 “나라마다 방역을 철저히 하고 선사에 컨테이너를 반납해야 하지만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계가 우려하는 건 병해충 유입에 큰 경각심이 없는 국가로부터 국내로 운송된 컨테이너다. 가령 음료 고철캔 재활용의 최대 국가로 불리는 중국은 고철캔을 스크랩해 수입하는 과정에서 큰 문제를 빚고 있다. 캔 내부에 잔재한 음료가 컨테이너에 눌어붙어 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다 보니 바퀴벌레가 수만마리씩 발견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컨테이너일수록 체계적인 방역작업이 필수지만 사실상 일반방역에 그쳐 해충박멸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선사가 청구하는 컨테이너청소비용(CCF)을 두고 선사와 화주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포착된다. 화주는 CCF를 지불한 만큼 선사에서 컨테이너 방역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실제로는 나몰라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에선 비용이 상당한 방역과 달리 CCF는 간단한 컨테이너 내부 청소를 위한 비용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일부 청소가 안 된 사례가 발견되지만 선사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청소조차 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만약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컨테이너 소유자인 선사가 청결에 소홀하다고 지적하지 않겠냐”고 역설했다. 해운업계는 화주가 화물반출 후 컨테이너 청소작업을 철저히 하도록 법제도부터 마련돼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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