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4 14:02

세계 교역량 둔화에 ‘컨’ 물동량 성장세 꺾였다

지난해 전 세계 ‘컨’ 물동량 2% 증가에 그쳐

중화권 주요 5대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이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상위 5위권을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항과 닝보·저우산항은 2015년 대비 물동량이 소폭 성장했지만 싱가포르항 홍콩항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선전항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는 “컨테이너 물동량 성장세 침체로 전 세계 항만산업의 황금기가 저물고 있다”며 “연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던 컨테이너 물동량은 이제 5~6%대로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항만 “‘톱5’유지 쉽지 않네”

세계적인 교역량 감소에 중화권 상위 5대 항만의 성장세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2010년부터 7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한 상하이항은 지난해 3713만3000TEU를 처리했다. 하지만 성장률은 2014년 4.5%, 2015년 3.5%, 2016년 1.6%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항의 침체는 세계 교역량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수출물동량은 2015년 대비 7.7% 감소했다.

터미널운영사인 상하이국제항무그룹(SIPG)은 지난해 물동량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다시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SIPG 얀준 사장은 “상반기 수출물동량이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며 “올해 물동량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3900만TEU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2위는 싱가포르항이 차지했다. 2014년까지 성장세를 이어오던 싱가포르항은 지난해 3090만4000TEU를 처리해 2년 연속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다. 싱가포르해사청(MPA)은 “동남아시아 메가 환적허브를 꿈꾸는 싱가포르항은 해운항만산업의 침체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선사들의 얼라이언스 합종연횡과 인수합병, 선복과잉에 따른 낮은 해상운임의 영향에 싱가포르항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3위는 2397만9000TEU를 처리한 선전항에 돌아갔다. 지난해 물동량 성장세는 2009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선전항은 항만 공급과잉에 따른 과당경쟁을 줄이기 위해 동측과 서측 항만의 통합을 앞두고 있다. 선전항 동측에는 옌타이항, 서측에는 츠완 서커우 마완 다찬완 등이 자리잡고 있다. 서측 항만 부두를 운영하는 CM포트가 통합을 주도하고 있으며 부두 통합은 9월까지 마감될 예정이다.
 

4위엔 2156만TEU를 처리한 닝보·저우산항이 이름을 올렸다. 닝보·저우산항은 지난해 2015년 대비 4.6% 늘어난 성적을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엔 14.4% 급증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얼라이언스 재편 영향으로 5월에만 227만TEU를 처리해 전년 동월 179만TEU 대비 27% 급증했다. 특히 닝보항은 깊은 수심과 첨단시설을 갖춰 머스크라인 코스코쉬핑 OOCL 등 주요 선사가 대형선박을 자주 배선하고 있다. 하지만 닝보 베이룬항과 상하이 양산항 간 직선거리가 80km도 채 안 돼 자국 항만 간 과당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위는 홍콩항이 차지했다. 홍콩항은 지난해 1981만3000TEU를 처리해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지난 2003년 이후 14년만에 처음으로 2000만TEU를 넘어서지 못했다. 올해 물동량은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른 항로합리화와 기항지 변경 덕분에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카보타지 규제를 적용하면 홍콩항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홍콩항을 외국 항만으로 지정해 카보타지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항셍경영대학원은 지난해 홍콩항에 카보타지 규제가 적용되면 컨테이너 물동량이 12%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항만 성장율 20%대 기록

개발도상국 항만들은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선 44위를 기록한 오만 살랄라항은 지난해 332만5000TEU를 기록해 전년 대비 29.4% 급증했다. 세계 100대 항만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살랄라항은 2M얼라이언스의 5개 서비스가 기항하고 있다. CMA CGM도 지난해 상반기 2개의 주간 서비스를 취항했다.

76위를 기록한 이란 반다르아바스항은 미국의 교역제재 완화로 많은 선사들이 선박을 재배선하면서 물동량이 대거 늘어났다. 반다르아바스항은 지난해 213만TEU를 기록해 전년 대비 26.9% 급증했다. 이란 10개 항만 중 가장 큰 항만인 반다르아바스항은 현재 300만TEU를 수용할 수 있으며 이란 물동량의 84%를 취급하고 있다. 내년에 추가 300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완공될 예정이며 추가 확장을 거쳐 2020년이 되면 연간 980만TEU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5개 항만 첫 세계 100위권 진입

지난해 5개 항만이 첫 100대 항만에 진입했다. 91위를 기록한 포르투갈 시네스항은 지난해 151만3000TEU를 처리해 전년 대비 13.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시네스항은 싱가포르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인 PSA가 처리하면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형적 위치 덕분에 동서항로와 남북항로의 교차점으로 부각되면서 환적물동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북유럽이나 지중해 서아프리카를 기항하는 데 유리하다. 현지 시네스항은 300만TEU를 추가 처리할 수 있는 부두를 구축해 새로운 환적항만을 노리고 있다.

대만의 타이베이항은 94위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타이베이항은 대만에서 세 번째로 큰 컨테이너항만으로 2003년 완공됐으며 지난해 147만7000TEU를 처리했다. 에버그린 완하이 양밍이 합작한 터미널로 50년 BOT(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개장했다.

이스라엘의 아슈도드항은 98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슈도드항은 지난해 144만3000TEU를 기록해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아슈도드항은 국적선사 짐라인과 일부 얼라이언스 선사들이 매주 아슈도드항을 기항하고 있어 물동량 성장세가 상당하다.

말레이시아 페낭항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143만7000TEU를 처리해 99위에 이름을 올렸다.

100위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항은 지난해 140만2000TEU를 취급해 전년대비 7.8%의 물동량 성장세를 기록했다. 킹압둘라항은 지난 2014년 첫 컨테이너선 기항을 맞이했으며, 머스크라인 MSC CMA-CGM이 킹압둘라항을 기항하고 있다. 최근 5번 6번 선석이 완공돼 연간 하역처리능력이 400만TEU까지 증가했으며 추가 확장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연 처리능력 2000만TEU를 목표하고 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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