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0 10:20

시선/ 선박 배출가스가 항만도시 미세먼지의 주범인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최근 국내 최대 항만도시인 부산의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선박이 내뿜는 배출가스가 환경오염의 원인이란 내용이다.

컨테이너선 한 척이 배출하는 황산화물(SOx)이 디젤 승용차 5000만대 분량과 맞먹고, 초미세먼지(PM2.5)는 트럭 50만대가 내뿜는 배출량과 비슷하다는 통계를 인용해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부산은 선박에서 배출되는 SOx와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심각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육상전원공급장치(AMP)를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KMI의 통계분석을 수용하려면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우선 부산시의 대기오염 수준이 전국 대비 심각한 실정이냐는 점이다. 보고서는 부산시의 SOx와 초미세먼지 배출량 중 선박에서 배출되는 비중이 각각 ‘73%(7717t)’, ‘51%(951t)’라는 점을 내세워 선박이 부산의 대기를 오염시킨 주범으로 묘사했다. 부산만을 놓고 보면 선박은 대기오염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게 맞다.

하지만 타 도시와 부산의 대기오염 수준을 비교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의 SOx와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전국 18개 지역(바다 포함) 중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점유율로 따지면 ‘3%’대에 불과했다. 전국 기준으로 부산의 환경오염은 미미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선박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매도하는 게 과연 온당하냐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에서 동아시아를 사례로 든 논문을 인용해 해안지역이 내륙지역보다 대기오염에 의한 심폐질환 조기사망자 수가 많다고 한 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동아시아 지역 미세먼지로 인한 심폐질환 사망자 수가 1만4천명, 폐암 사망자 수가 1500명이며 해안의 사망자 수가 내륙보다 수천 배 높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선박이 대기오염의 주요인이란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중국의 경우 주요 해안지역엔 매연을 뿜어내는 공장들로 빽빽한 반면 중서부 내륙지역은 이제야 개발단계에 들어섰다. 당연히 해안도시가 내륙보다 환경오염이 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런가하면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중국을 ‘흡연대국’으로 지정해 21세기에만 2억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거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심폐질환 원인이 선박 배기가스 때문인지, 공장매연 때문인지, 흡연 때문인지 모호해진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발전시설과 제조업 공장이 해안보다 내륙에 몰려 있어 내륙의 대기오염이 훨씬 심각하다. 선박이 오가는 해안이 오히려 청정한 셈이다.

선박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AMP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비용’이란 현실적인 고민을 제대로 하지 않은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한 선석당 AMP를 설치하는 데 약 2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항만공사로선 AMP 설치 후 터미널운영사에게 전대료 인상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선사가 5만t급 이상의 선박에 전원을 공급받을 플러그를 설치하는 데 척당 7억~12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플러그를 설치해도 주요 기항지에 AMP가 없으면 헛돈만 쓴 꼴이 된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입의 99.7%를 바닷길에 의존하는 해양국가다. 연간 10만여척의 선박이 오가는 부산에서 선박의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대기오염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박을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모는 건 위험하다.

세계 선사들이 얼라이언스 재편과 거듭된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가는 현재 우리나라는 기간항로에서 선박 배정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해운이 벼랑 끝에 선 형국이다. 정부는 해운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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