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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3 10:00

물류기업 생존전략…'데이터'에 미래가 있다

특집기획Ⅱ/ 기자가 ‘묻고’ 물류전문가가 ‘답하다’

전국 중소형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국내 2위 출판도매상 송인서적이 올해 1월 부도를 맞았다. 서점이 대형화·온라인화 되면서 동네 서점이 설 자리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서점은 2005년 3429곳에서 2015년 2116곳으로 38.3% 감소했다. 

도서는 차별화가 어려운 품목이다. 어느 곳에서 구매하더라도 품질이 비슷하다. 도서정가제로 가격을 낮추기도 어렵다.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도서가 유통되는 방식도 B2B(기업간거래)에서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도서의 유통구조가 바뀌면서 ‘물류’도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다. 도서는 SKU(Stock Keeping Unit 취급품목수)가 가장 많은 업종이다. 자동차부품이나 의류도 SKU 10만개를 넘기기 어렵지만, 도서의 SKU는 100만개를 훨씬 넘는다. 온라인에서 도서 주문이 들어오면 100만개 중 1개를 찾아 출고해야 한단 뜻. B2B 거래에 최적화된 물류센터는 앞으로 운영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센의 물류를 혁신한 한그루물류경영연구소 임우택 대표는 “도서를 주문하는 환경이 B2B에서 B2C로 바뀌면서 주문단위가 바뀌었다. B2B 프로세스에 맞춰 설계된 물류센터를 B2C로 바꾸지 않으면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져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며 “도서는 SKU가 가장 많은 업종으로 각 사업장에 맞는 작업방식을 도입해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류센터의 목표는 사람을 줄이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지엽적인 가지를 보는 것이다”며 “바닥 면적당 사람이 더 투입돼 수익성이 개선된다면 사람을 더 채용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고민은 출판업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의류·의약품도매업도 최근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시장은 바뀌는데 기존의 물류체계를 고수한다면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물류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물류데이터 체계화 시급 

나루어소시에이츠 조흥식 대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3D프린팅, 나노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상용화되더라도 축적된 물류 데이터가 없으면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1차원적이고 기계적인 단순한 데이터 수집을 넘어, 심화된 데이터관리 체계를 준비함과 동시에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흥식 대표는 “물류기업들이 1차 데이터 축적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이 데이터를 가공 및 분석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투자 대비 성과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 데이터관리 및 분석 고도화 부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많은 물류기업이 데이터의 기록, 보관 및 조회를 데이터 활용의 범위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의 흐름과 고객의 요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동시에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데이터 관리, 분석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며 “작은 개선을 쌓아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혁신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TSP컨설팅 최동천 대표는 물류기업이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운영해야 새로운 기술을 접목했을 때 효과가 높다고 분석했다. KR컨설팅 이강락 대표도 물류기업들이 IT기술을 더 많이 활용해 빅데이터를 분석·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그루물류경영연구소 임우택 대표는 빅데이터로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예측하면서 물류의 기능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고를 미리 확보해 소비자 인근 지역에 전진배치 함으로써 전체적인 물류비 절감도 가능할 전망이다. 

물류기업 M&A ‘필연적’ 

전문가들은 물류기업의 M&A(인수합병)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류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했을 때 지속가능한 성장과 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하단 것. 특히 조흥식 대표는 CJ대한통운의 해외물류기업 M&A는 전략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조 대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이 핵심인데, 이는 물리적 인프라 뿐만 아니라 조직과 인력도 함께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강락 대표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물류기업을 지향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시장을 특정 대기업이 독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국제적인 역량을 높여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은 물류업계 전체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천 대표도 물류기업이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경쟁력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M&A 과정이 순탄하지 않고 시행착오가 예상돼 가급적 제3자의 자문을 청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블록체인 패러다임 바꾼다 

블록체인은 물류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동천 대표는 BCM(Block Chain Management)과 같은 새로운 신조어는 물류를 발전시켜온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류분야의 아웃소싱이 확대되고 글로벌화, 대형화되면서 정산체계는 더욱 복잡해졌다”며 “블록체인은 물류기업의 고민인 통합 정산분야에서 꼭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흥식 대표도 블록체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복잡성, 다양성,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물류산업의 특성상 블록체인 기술에 기대를 갖는 것은 당연하단 것. 다만 아직 블록체인을 활용한 구체적인 사례를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시각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머스크가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해운업 항만업 및 정부기관과 원활한 거래내역 공유 측면에서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며 “블록체인 도입에 따른 원활한 정보 공유는 화물 및 선박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같은 서비스 고도화와 연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물류산업에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미시적인 관점에선 정산체계의 통합화로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강락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블록체인의 개념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안정적으로 정착됐다고 보는 건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물류현장 생산성 높여야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물류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최동천 대표는 물류기업이 시급 2만원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1인당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 기계, 시스템, 사람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물류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강락 대표도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 물류업계의 생산성은 매우 낮은 편이며, 법규의 정비도 필요하다”며 “미국이나 일본의 물류산업과 생산성을 비교·평가해 효율성 향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흥식 대표는 “시급 인상은 사회적 안정을 위한 선순환의 시발점으로 꼭 실현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이에 따른 선행 작업이 결코 단순하지 않고, 물류기업의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지속적인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 대표는 금전적 기준보다 인력수급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노동 강도가 높은 물류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를 수배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물류비 절감을 위해 제조와 영업부문까지 확대된 개선 활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업다각화 ‘데이터’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편 전문가들은 물류기업의 사업다각화는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동천 대표는 물류기업들이 M&A(인수합병), 공동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물류기업이 보유한 기술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례로 교육사업, 지역문화와 연계한 관광레저사업 등 물류의 벽을 허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흥식 대표는 제조·유통기업이 물류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현 시점에 물류기업의 사업 다각화는 생존을 위해 ‘필수’라고 진단하며, 물류기업의 사업다각화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프라에 의존한 서비스 부문은 이미 상향평준화 영역에 진입했으며, 이제 물류현장에 누적된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통해 예측 역량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비정형데이터를 정형화하다

구글의 알파고는 세계 바둑 고수들을 무너뜨리며 AI 열풍을 일으켰다. 새삼 AI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물류분야의 접목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흥식 대표는 물류와 AI가 접목되면 생산성 향상이 그 어느 분야보다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인공지능을 다룰 때 종종 논의되는 ‘도덕적 판단’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물류산업은 도입 효과가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동천 대표 역시 AI가 다양한 형태로 물류산업과 연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례로 AI는 출고량에 따라 레이아웃(layout)&로케이션(location) 설계를 수시로 변경하고, 배차스케줄은 기존의 거리 물량 위치 등 정보중심에서 소비자 행동정보 데이터를 고려해 배차함으로써 배송로스(loss)를 최소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한국IBM 최규웅 상무는 지난달 23일 열린 CJ대한통운 지식포럼에서 AI와 물류의 접목가능성을 발표하면서, 자사의 AI ‘왓슨’을 소개했다. 최 상무는 왓슨이 물류산업에 접목될 몇 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첫째 택배기사의 비서역할이다. 택배기업에 누적된 데이터베이스(DB)를 왓슨에 입력하면, 최적화된 경로 안내를 비롯해 택배기사가 처리하던 행정업무를 보조한다는 것이다.


최규웅 상무는 “매년 택배물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 건 쉽지 않다”며 “왓슨은 택배기사의 두 손을 자유롭게 하고, 다양한 행정, 서류업무를 대신함으로써 택배기사의 업무량을 줄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이미지 분석을 통한 검품업무다. 제품이 물류센터에 입고되면, 왓슨은 제품의 이미지를 분석해 불량 여부를 판단한다. 왓슨은 학습효과가 뛰어나, 검품의 고도화가 가능해질 것이란 게 최 상무의 주장이다. 

마지막은 비정형데이터의 정형데이터화다. 가령 B2B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작성한 입찰서를 정형화해 관리할 수 있다는 것. 최 상무는 “항공기 정비는 항공사의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인데, 정비인력들이 여전히 정비내역을 수기로 작성하기 때문에 데이터화가 어렵다”며 “이러한 비정형데이터를 정형데이터로 전환하면 체계적인 운영·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의 접목 가능성은 무궁무진한데, AI는 잘 알아도, 접목 산업은 잘 모르는 것이 문제이다”며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AI를 접목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만들었을 때 성공확률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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