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0 10:57

中 사드보복 '통관 절차 강화'…전화위복 계기로 삼아야

수출기업 기본적인 서류·인증 등 철저하게 준비해야
3월 중국발 항공화물 감소세 뚜렷
중국 내 일부 세관 여전히 통관 ‘수월’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물류업계의 가시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의 조치로 자국 여행사에 한국관광 전면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항공분야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국제선 여객실적은 414만명 수준으로 전년동기대비 5.6% 하락했다. 3월만 놓고 보면, 중국노선 여객은 전년동월대비 무려 22.5% 감소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중국의 여행금지 보복이 지속될 경우 여행객 감소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행 단체여행 판매 제한이 시행되면서 중국노선 감소폭이 커지고, 국제선 전체 여객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선 지역별 여객 점유율 (자료 : 국토교통부)

▲국제선 여객 점유율 추이 (자료 : 국토교통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중국발 예약 부진 노선에 대해 각각 8개 노선의 항공편 총 79회 감편, 12개 노선 항공편 90회 감편 조치를 6월까지 연장한다는 입장이다. 항공기의 기종도 중대형에서 소형으로 대체해 공급석도 감소했다. 3월 기준 이들 대형항공사의 여객 운송량은 전년동월대비 1.6% 감소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역시 중국 노선을 감편하거나 휴항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에어차이나를 비롯한 일부 외국계 항공사 역시 중국 노선을 감편하거나 항공기 소형기 투입 등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국적사 분담률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국적 대형항공사의 여객 점유율은 42.5%로 전년동기대비 4.9% 감소했으며, 이 기간 국적 LCC 점유율도 32.4%로 2.4% 하락했다. 반면 외항사 점유율은 17.8%에서 25.1%로 7.3% 증가했다.

중국으로 향하는 항공화물도 줄었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IT 수요 호조에 따라 항공 수출입 물동량은 확대되는 있지만, 3월 기준 중국의 항공화물 물동량은 6만2376톤으로 전년동기대비 7.1%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제화물은 10.1% 증가한 38만톤을 기록했다.



▲주요 국가별 항공화물 물동량 변화 추이 (자료 : 국토교통부)


▲연도별 월별(3월) 항공 화물 실적 추이 (자료 : 국토교통부) 


소비재 통관 ‘발 묶여’

이번 사드 보복으로 인해 피해가 큰 품목 중 하나는 화장품이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은 온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항공을 통해 수출되는데, 최근 중국발 항공기 소형화, 노선 감편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항공화물 운임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중국이 한국 소비재에 대한 검역 및 통관절차를 강화함에 따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으로 화장품을 수출하는 A사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통관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현지 협력업체의 발주도 줄어 실질적인 매출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수입통관 불합격 건수는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3일 ‘중국의 수입통관 이슈와 대응방안’ 설명회에서 중국의 경제보복 피해 신규 67건 중 통관지연이 23건(34%)으로 가장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물류기업 관계자는 중국에서 발생하는 통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출기업에 있다고 역설했다. 지금까지 화주가 통관에 필요한 서류나 인증을 철저하게 갖추지 않았다는 것. 그는 “(수출기업이) 통관에 필요한 서류나 라벨, 미생물 기준치 초과 여부, 포장, 유해성분 기준치, 비허용물질 사용 등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기본적인 사항을 완벽하게 갖췄더라면 문제가 없다. 지금 중국에서 발생하는 통관 문제를 무조건 사드와 연결시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 내 일부 세관은 여전히 통관이나 검역‧검수를 강화하지 않고, 한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역직구’ 흔들

한편 중국 역직구(해외직접판매) 기업들 역시 통관이 강화됨에 따라 고충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 역직구 시장은 2014년 3187억원 규모에서 2016년 1조7905억원 규모로 2년 사이 무려 461% 증가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가 역직구 품목에 대한 통관절차를 강화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잇달아 철퇴를 맞고 있다.

중국 역직구 시장에 진출한 국내 전자상거래기업 A사는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20%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종전에 비해 통관에 필요한 서류가 늘고, 이에 따라 통관시간이 지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사는 실물 검수 비율이 기존 5~10% 수준에서 50%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이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기업 C사를 이용하는 일부 업체도 전년동기대비 통관거부 비율이 20~30% 증가했다고 밝혔다.



▲ 2016년 4분기 국가별 직접 판매액 및 상품군별 직접판매액 구성비 (자료 : 통계청)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차이니아오(Cainiao)’ 역시 지난달 한국에서 들어오는 상품에 대한 중국 해관의 통관 절차가 강화돼 어려움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역직구 업체들은 차이니아오의 일부 서비스가 제한돼 배송의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중국의 통관이 강화되면서 화장품을 비롯해 소비재를 EMS(국제특송)로 수출하던 역직구 기업들이 관련 서류나 인증요건을 갖추지 못해 수출을 중단한 상황”이라며 “이 문제는 사드보복이라고 보는 것보다 기존에 국내 수출기업이 통관에 필요한 서류나 인증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항공산업과 관계자는 “중국의 3월 항공화물 물동량이 전년동기대비 7% 가량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며 “반한 감정에 따른 화장품, 의류 등 한국제품에 대한 선호도에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자세한 사항은 파악 중이다”고 설명했다.

중국 통관 강화 기회로 삼아야 

중국 무역‧물류 전문가로 통하는 신화국제물류유한공사 강승익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발생하는 통관 문제를 무조건 ‘사드’와 연관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장품을 비롯한 소비재의 통관과 검역이 강화된 것은 사드 배치 이전부터 중국 정부에서 조금씩 강화해오던 정책의 일환이다”며 “(사드 보복 논란 이후) 아모레나 LG생활건강 등 일부 기업의 화장품 수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 통관에 필요한 서류를 철저하게 구비하고 인증을 취득했더라면 지금의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수입시 대표적인 인허가 인증서 종류 (자료 : 신화국제물류유한공사)


실제로 항공물류의 상당부문을 차지하는 B2B(기업간거래) 거래는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복수의 국제물류기업(포워더) 관계자는 “항공을 통해 화학제품 기계류 등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저희는) 피해가 없다”고 설명했다. 강승익 대표도 현재 문제가 발생하는 품목은 간이통관으로 이뤄지던 것을 정식통관으로 강화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따이공(운반책)을 통한 핸드캐리(보따리), 회색통관(중국 입국 시 세관 신고 절차를 밟지 않고 불법으로 상품을 반입하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또한 강 대표는 중국의 ‘꽌시(關係)’ 문화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되는 품목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수출되는 품목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며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번 사드 보복에 따른 논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당장 리드타임이 조금 늘어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사업을 전략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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