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5 11:21

승선근무예비역 축소 무엇이 문제인가

국가해양력포럼, 선원 병역관리 세미나 개최
4차산업혁명 맞아 우수선원 양성 추진해야

군 당국의 선원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축소 방침이 해운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선원들의 병역 문제를 다룬 세미나가 잇따라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승선근무예비역은 현역 입영 대신 3년간 배를 타면 군복무를 마친 것으로 인정하는 대체복무제도로, 2007년 병역법 개정과 함께 도입됐다. 현재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정된 국가필수선대 300척에 승선근무예비역 1000명이 탑승해 병역을 이행하고 있다. 전시 국가전략물자 수송을 목적으로 외항선 인력을 80% 이상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난해 5월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역 자원 감소를 이유로 2023년까지 병역특례제도를 폐지 또는 축소하겠다고 밝히고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 이중 승선근무예비역은 절반 수준인 500명으로 규모를 축소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해양대학과 해운업계에선 선원직의 매력도가 떨어져 장래 전문 해기인력 고갈로 이어질 거란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한국해양대학교 세계해양발전연구소는 국가해양력포럼과 함께 지난 10일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대학 세미나실에서 ‘바다의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제하의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2월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양산업의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병역관리세미나’에 이어 선원 병역 문제를 논의하는 두 번째 자리다.
 
승선근무예비역 확대하고 美 MSC 국내 도입
 
이날 목포해양대학교 김성국 교수는 ‘스마트 선원 양성과 병역 문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승선근무예비역을 현행 1000명에서 5000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선대의 제4군화 정책을 기반으로 잘 훈련된 우수한 상선사관을 육성함으로써 평시엔 해운력을 강화하고 ‘국가의 부’를 축적하는 한편 전쟁 등 유사시엔 국가안보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다.
 
김 교수는 국가필수선대 300척에 최소 2400명의 해기사가 필요하고, 최근 내항선을 대상으로 지정한 동원선박 675척에도 2700명의 해기사가 승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필수선대의 경우 1척당 선장 기관장 1~3등항해사 1~3등기관사 등 최소 8명의 해기사를 확보해야 정상적인 선박 운항이 가능하고 동원선박에도 해기사 4명 이상이 탑승해야 한다는 지적.
 
반대로 승선근무예비역을 폐지 또는 축소하게 되면 우수한 선원 확보가 어려워져 국가 전시와 비상사태시 필수선박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긴박한 상황에 대비한 법률체계의 무책임한 운영은 올바른 국방정책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민간에서 선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해군에서 이들 선박에 승선할 선원을 적극적으로 양성해야 하지만 국방개혁 프로그램 상 해군 증원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미국 해군에서 운영 중인 해상수송사령부(Military Sealift Command, MSC)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은 현역들이 전 해군 함대를 운용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전투함정을 제외한 국방부 소속 해상수송선대를 MSC에 소속된 민간인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MSC 함대 123척 중 병참지원선 27척, 화물선 23척, 함대화물선 14척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현역은 전투함정에서 근무케 하고 수송선단과 보조선은 민간인에 맡겨 해군 전투력 강화와 우수한 선원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해군전투력의 강화를 위해선 국가필수선대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해군이 직접 관장하는 민간인 화물선 수송부대 창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이 산업구조를 지배한다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우수한 선원 공급은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산업이 무인선박을 건조하는 데 우수한 선원의 빅데이터 확보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나가야 할 우수한 고급선원인 해기사 중 승선 인원은 1만여명에 불과하고 하급 선원은 이미 한국인 선원이 종적을 감췄다”며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경우 우선적으로 하급 선원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반증”이라고 우려했다.
 
 
한진해운 사태로 GDP 4조1600억 증발
 
이날 윤재호 한라대 교수는 ‘한진해운 사태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검토했다. 그는 한진해운 사태로 우리나라 외항운송업이 10%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항운송업 자체 생산액이 2조4600억원, 국내 전 산업 생산이 1조7000억원 감소한다는 분석이다. 국내총생산액(GDP) 4조1600억원이 증발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기계장비, 중유, 선박수리, 액화석유가스(LPG) 등의 분야에서 전체적으로 부가가치 21억원, 수입 1조33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윤 교수는 “수년간 국적선의 선복량이 기존의 60~80% 정도에 머무를 경우 한진해운 사태의 영향은 외항운송산업이 10% 위축되는 상황보다 훨씬 더 암울한 그림자를 우리 경제에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세은 세계해양발전연구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을 맞아 해운산업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살폈다.

장 소장은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 통신망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성에서 비롯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초지능성 기법으로 분석해 일정한 패턴을 파악하고 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며 “해운산업의 빅데이터를 인공지능 텍스트 마이닝(문서 수집) 기법에 적용해 해운 이론과 실무를, IT기술 인문학과 융합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박명섭 국가해양력포럼 회장(성균관대 교수)은 기조연설에서 7.5조원을 해운에 지원하는 내용의 정부 정책이 장기저리 지원, 해운전문가집단 참여를 통한 선박금융 의사결정, 한국해양보증보험의 해양금융공사 전환 등을 함께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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