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차 산업혁명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변화’로 압축할 수 있다. 이러한 ‘초연결사회’로의 전환은 물류산업에 새로운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국내 종합물류기업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은 물류산업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TES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 첨단 물류장비와 물류신기술을 연구·개발해오고 있다. 종합물류연구원 김영수 컨설팅담당은 물류산업이 하이테크로 변모할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덧붙여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주도적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영수 담당과의 일문일답.
Q.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국내 물류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물류산업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물류는 ‘하이테크’ 산업으로 변모할 것이다. 이제 업계에서도 물류산업이 하이테크화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물류와의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 국내 물류기업들도 테크놀로지나 물류에 대한 새로운 개념에 대해서는 언급을 많이 한다. 그러나 실행은 더디다. 많은 경험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유념해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이 3차 산업혁명의 결실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국내 물류기업들이 3차 산업혁명, 즉 정보화혁명의 성과물들을 현재 산업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을까? (제가 보기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현실적인 부분부터 개선해야 한다. 다들 AI(인공지능)을 이야기 한다고 그것만 바라볼 게 아니라, 화물 관리의 가시성, 수배송 최적화 등 기본기부터 구축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주도적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공연히 불안해 할 것 없이, 선진 물류기업들의 변화를 직시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다.
Q. CJ대한통운 이러한 변화를 맞아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또한 국내 물류시장 선도업체로서 업계에 조언을 해준다면?
CJ대한통운은 내년에 동탄, 양지, 곤지암 3곳에 대규모 신규 물류센터를 오픈한다. 이곳 물류센터는 신개념 플래그십 형태다. 사람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당장 AI를 도입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효율적인 IT솔루션, 자동화 등을 통해 무인센터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형태다. 또한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3D프린팅(3D Printing)’이다. 물류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기존에 재고를 보관하던 물류센터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형태로 전환될 수 있어, 그 잠재력을 주시하고 있다. 물류기업의 표준화·공동화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본다. 4차 산업혁명에선 화주기업이 물류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측한다. 기업 간 경쟁을 피하긴 어렵겠지만, 결국 공동화·표준화 형태로 나아갈 것 같다. 나아가 물류가 하나의 간접자본화 돼 효율을 극대화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단순한 물류중개업은 조만간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IT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업체가 활성화되면 설 자리가 좁아질 거다. 앞으로 제3자물류(3PL)는 새로운 형태의 가치를 창출하고 협력하며, 표준화하고, 공동화하는 형태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4차 산업혁명에선 인간의 두뇌를 기계가 대체할 것이란 이들도 있다. 이에 동의하나?
컨설팅 관점에선 맞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핵심은 AI와 빅데이터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통해 학습을 거친 기계가 인간을 대신해 의사결정과 판단을 내리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요체인 것 같다. 인간의 정보처리능력 등 종합프로세스를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이런 관점에서 물류산업도 무인화 방향으로 변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Q. 얼마 전 기고를 통해 IoT(사물인터넷)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 이유는?
물류는 흐름이다. 비저빌리티(visibility)이 굉장히 중요하다. IoT(internet of things)가 기본적으로 사물에 붙어서 움직이는 테코놀로지(technology)라고 한다면, ‘비저빌리티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라는 관점에서 IoT가 중요하다고 봤다. 물류에서 빅데이터는 비저빌리티와 연계돼 축적해야 되고, 그것의 기본이 IoT라고 생각했다. CJ대한통운도 IoT와 연계된 기술을 통해 실시간 추적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 정밀도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셈이다. 이러한 비저빌리티를 확보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Q. CJ대한통운은 TES(Technology and Engineering and System & Solution) 이노베이션 센터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혁신에 나서고 있다.
TES이노베이션 센터에선 체적측정, 드론배송, 운송로봇, 전기차,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최고경영진은 물류산업의 핵심경쟁력으로 TES의 운영을 신념으로 갖고 있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룹 전체의 수뇌부뿐만 아니라 경영조직의 말단까지 확고한 컨센서스가 돼 있다. 또한 이곳 TES센터에선 2018년 오픈 예정인 동탄, 양지, 곤지암 신규 물류센터의 전체적인 물류운영의 그레이드를 한 단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류가 CJ대한통운 플래그십 이전과 이후로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도록 운영의 선진화를 이끌 것이다.
택배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병행되고 있다. 허브자동화와 더불어 서브터미널에 대한 자동화를 함께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체 네트워크의 효율화를 기대하고 있다. 택배가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에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 상·하차가 이뤄진다.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택배산업의 환경에서 이러한 자동화를 도입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다. 여기다 5톤, 15톤 차량에서 택배를 하차하는 부분에 대한 자동화도 고민하고 있다.
Q. 영문 사명을 변경했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M&A(인수합병)를 통한 (CJ대한통운의) 해외 네트워크 확장은 오래 전부터 계획된 전략이며, 올해도 글로벌 시장의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CJ대한통운은) 글로벌 물류기업을 표방하고 있는데, 영문사명이 ‘korea express’로 표기되는 것보다 ‘logistics’를 표기하는 것이 조금 더 포괄적이라고 판단했다.
Q. 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최근 몇 년 사이 물류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 내에서 물류의 위상은 낮았고, 중요도 역시 높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그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물류가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런 부분은 물류 현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물류를 하는 사람들이 경영진을 설득해 물류의 선진화를 위한 투자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물류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이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조금 더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체제로 바뀌었다. 컨설팅을 통해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되는 셈이다. 이렇듯 물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것을 목격할 때마다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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