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2 17:54

한진해운 회생절차 폐지…자회사·선박 처분 마무리단계

롱비치터미널 MSC·현대상선에, 벌크선 그리스에 각각 매각

한진해운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파산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2일 한진해운의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채무자의 청산 가치가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는 게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폐지 결정 근거를 들었다.

앞서 지난달 13일 조사위원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의 청산가치를 1조7900억원으로 산정하는 한편 계속기업가치는 영업 불확실성을 들어 산정 불가 판단을 내렸다. 핵심 사업인 미주·아시아 노선을 SM그룹에 매각함으로써 영업을 유지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한진해운은 남은 자산도 대부분 정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미국 내 롱비치터미널과 장비임대 자회사 지분 매각을 마무리지었다고 공시했다.

미국 롱비치터미널 운영사인 토털터미널스인터내셔널(TTI)의 경우 보유 지분 1억4823만7113주와 주주대여금을 처분했다.

매각대금은 7250만달러로, 지분 매각 대금 1달러(1191원) 주주대여금 7249만9999달러 등이다. 한진해운은 매각대금 중 수수료 267만2452달러를 공제한 6982만7548달러가 1일 입금됐다고 설명했다.

장비임대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 자회사인 한진쉬핑텍(HTECC) 지분도 처분했다. 지분 100주 275만달러, 주주대여금 275만달러다.

MSC 자회사인 터미널인베스트먼트리미티드(TIL)와 현대상선에서 80대 20의 비율로 두 회사의 매각대금을 각각 지불했다.

아울러 보유 선박도 속속 매각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이후에도 외국에서 가압류 된 컨테이너선 2척과 장기계약에 투입 중인 벌크선 3척을 계속 보유해왔다.

이 중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이지만 채권단에 넘기지 않은 벌크선 3척은 지난달 그리스 선사 차트월드에 모두 팔린 것으로 파악된다. 17만9300t(이하 재화중량톤)급 <한진포스>와 11만4700t급 벌크선 <한진오데사> <한진부캐넌>이다. 

선가는 <한진포스>가 2050만달러, 나머지 두 척은 각각 1300만달러로 파악된다. 채권자는 한국산업은행 등이다.

이들 선박은 압류를 우려해 이름에서 '한진'을 뗐다. 대신 '엔'(N)이 그 자리를 채웠다. <엔포스> <엔오데사> <엔부캐넌> 식이다. 이들 선박은 그동안 장기계약을 수행 중이었다. 계약 기한은 2~4월로 파악된다. 마지막 운항을 마친 <엔오데사>는 인수자 측에 인도됐으며 <엔포스>와 <엔부캐넌>은 화물을 하역하는 대로 새로운 주인에게 넘겨질 예정이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유일한 한진해운 자사선인 5300TEU급 <한진로마>호는 지난해 8월30일부터 싱가포르에 가압류돼 있는 상태다. 현재 이 선박엔 14명의 선원이 승선 중이다. 선원들은 선박 공매가 마무리되면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에서 가압류 돼 있던 4600TEU급 <한진스칼렛>은 지난달 채권단에 반선됐으며 타고 있던 선원들은 모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2주간의 항고 기간을 거쳐 오는 17일 파산 선고를 내릴 계획이다. 기업이나 채권자 주주 등이 항고를 할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 법원이 파산을 확정할 경우 한진해운은 앞으로 파산 관재인을 선정해 회사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법원 관계자는 "주요 자산 매각이 마무리 됐다고 판단해 회사 청산을 결정했다"며 "파산 관재인이 선임되면 나머지 자산들에 대한 매각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날 한진해운의 매매를 정지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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