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5 17:14

'한진해운 사태여파' 부산항, 홍콩에 막판 추월당해

상하이항, 7년 연속 ‘컨’ 물동량 세계 1위

부산항의 세계 5대 항만 입성은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전략적해운제휴그룹(얼라이언스)인 CKYHE얼라이언스가 기항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추가적인 환적 물동량 확보에 실패했다. 상하이항의 세계 1위 질주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지만 물동량 처리실적은 7년 연속 세계 1위다. 닝보·저우산항과 선전항은 3위 자리를 두고 격전을 벌이고 있다. 매년 물동량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홍콩항은 12월 막판 뒤집기로 5위 자리를 겨우 유지했다. 세계 5대 컨테이너 항만의 물동량 처리실적은 수요 부진 속에 소폭 늘어나거나 현상 유지에 그쳤다.

경쟁항만 부진 속 닝보항 ‘견실한 성장’

상하이항운그룹(SIPG)에 따르면 상하이항의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은 3713만3000TEU를 거둬 2015년 3653만7000TEU 대비 1.6% 증가했다. 7년 연속 1위에 올랐지만 물동량 처리실적의 증가세는 주춤하고 있다. 12월 물동량은 308만6000TEU를 기록해 전년 동월과 비슷했다. 상하이항은 10~11월  일시적인 성수기를 맛봤지만, 상반기 처리실적 부진으로 소폭 성장에 그쳤다.

싱가포르항은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2위에 머물렀다. 싱가포르해사항만청(MPA)에 따르면 싱가포르항의 지난해 물동량 처리실적은 3090만3000TEU로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싱가포르항은 2015년 하반기부터 물동량이 두 자리 수 이상 급감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으로 부진했지만,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연속 성장세를 보여 겨우 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물동량 처리실적은 276만6000TEU로 2015년 동월 251만5000TEU 대비 10%의 성장세를 거두는 등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선전항과 닝보·저우산항의 3위 경쟁은 선전항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선전항만협회에 따르면 선전항의 지난해 물동량 처리실적은 2015년 대비 1% 감소한 2399만7000TEU를 거두는 데 그쳤다. 닝보·저우산항은 두드러진 물동량 성장세로 승승장구 중이다. 2008년 세계 7위로 ‘세계 10대 항만’에 이름을 올렸던 닝보·저우산항은 2015년 홍콩항을 제치고 4위까지 치고 올랐다. 지난해 물동량 처리실적도 선전항을 꺾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전반적인 물동량 침체 탓에 2156만TEU를 처리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부산항, 환적화물 유치 못해 ‘5대항만’ 탈환 실패

부산항의 세계 5대 항만 입성은 환적화물 유치 부진으로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BPA)는 11월에만 하더라도 부산항 물동량이 홍콩항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홍콩항이 12월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면서 결국 6위로 밀렸다.

홍콩해사항만국에 따르면, 홍콩항의 지난해 물동량은 1957만9000TEU로 2015년 2007만3000TEU 대비 2.5% 감소했다. 홍콩항의 물동량은 2011년 2438만4000TEU로 최대치를 찍은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물동량은 180만2000TEU를 거둬 전년 동월 157만7000TEU 대비 14.3%의 깜짝 성장세를 거뒀다.

반면 부산항의 지난해 물동량 처리실적은 1943만3000TEU를 거둘 것으로 잠정 집계돼, 2015년 1946만9000TEU 대비 소폭 감소했다. BPA에 따르면 부산항 물동량은 2009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한 차례 감소세를 보인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부산항은 지난해 추가적인 환적 물동량 유치에 실패했고, 한진해운 사태로 CKYHE 얼라이언스가 노선을 대거 변경하면서 결국 성장 행진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을 2015년과 비교해보면, 연초부터 물동량 감소세가 이어졌다. 7월 들어 첫 2%대 성장으로 돌아섰지만, 9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당월에만 4.6%, 10월에는 6.5%씩 각각 뒷걸음질 쳤다. 이로써 부산항의 지난해 환적 물동량은 982만4000TEU를 기록해 2015년 1010만5000TEU 대비 2.8% 감소했다.

비관론으로 가득한 우리나라 경제 전망과 달리 수출입 물동량은 연초 세 차례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7월·11월 성수기 시즌 물량의 증가세가 돋보이면서 지난해 수출입 물동량은 960만9000TEU를 기록해 2015년 936만3000TEU 대비 2.6% 증가했다. 12월 물동량 역시 환적화물의 감소로 162만1000TEU를 기록해 전년 동월 165만5000TEU 대비 2% 감소했다.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 이탈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대 얼라이언스가 올 4월부터 3개로 재편될뿐더러, 당장 오션얼라이언스는 일부 항로에서 부산항을 기항지에서 제외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오션얼라이언스의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7만TEU의 환적 물동량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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