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는 세계 최강 기사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꺾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깬 충격적인 결과였다. 알파고는 여러 개의 가치판단을 통해 스스로 점수를 매겨 답을 찾고, 상황이 주어지면 그 상황을 인식해 자신이 보유한 수억만 개의 경우의 수를 대입해 방법을 찾아낸다.
AI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은 이제 우리의 일상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미국에선 이미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를 누비고 있고, 영국에선 무인항공기(드론)가 상공에서 물건을 들어 나른다. 산업현장의 변화도 감지된다. 로봇과 AI, 사물인터넷(IoT)를 축으로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체계가 구축돼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한다. 이러한 기술 고도화에 따라 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진출한 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도 증가하는 양상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조차도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란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임원 회의에서 “앞으로 3년 동안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는지 여부가 30년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며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과 관련된 전담 조직을 통해 향후 산업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PC에서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산업 곳곳에선 변화가 나타났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부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PC시대에서 모바일 시대가 시작되면서 선두주자와 후발주자가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위기의 시대가 왔다”며 “PC에서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한국 게임은 약해졌고 중국게임이 강해졌지만, VR이 다시 역전의 기회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예측에 의존하는 것보다 다양한 미래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안타깝게도 대다수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간과하는 게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실체가 없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것.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본인들의 앞날도 예측할 수 없는 ‘식물정부’에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관건은 기업의 사고전환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란 옛 고사처럼 작을 것을 얻으려다 큰 손실을 입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급급해 먼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을 것임을 확신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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