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규모 5.8의 지진이 경주를 강타하면서 대한민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진설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으며 물류업계에서도 물류센터 등 물류시설에 대한 내진설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진설계란 단순하게 말하면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설계를 말한다. 내진설계의 기본은 지진이 일어나면 상하진동보다 좌우진동이 일어나므로 이런 진동을 견디게 건축물 내부의 가로축을 튼튼하게 만들어 건축물의 내구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물류시설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은 일반 건축법과 동일하다.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에 대한 법령은 1988년 처음으로 도입돼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축물을 건축할 경우에 내진설계를 의무화했다. 2005년부터는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로 확대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높이가 13m 이상인 건물에도 적용되도록 건축법이 개정됐다. 신규건축 허가를 받을 때 이 조건에 부합되는 건축물은 내진설계를 해야만 허가가 난다는 것이 담당부서의 설명이다. 향후 정부에서는 2층 이상 건물에 대해서도 내진설계가 반영될 수 있도록 기준을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내진설계 관련 규정이 적용되기 이전에 지어진 건물의 경우,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어 지진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감안해 정부에서는 내진 관련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이전 건물에 대해서 2011년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 기본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에 있으나, 기존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율은 4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내진설계 기준에 부합된 경우라 할지라도 물류시설은 그에 맞는 세부조항이 생겨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물류전문가들은 물류시설에 따로 적용되는 조항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신경써야 할 것은 랙이다. 랙의 경우 물류센터가 흔들릴 경우 적재돼 있는 화물이 쏟아져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다보면 단순한 재산피해뿐 아니라 인명피해도 생길 수 있다. 물류센터 전문가 A씨는 “진동 시 견딜 수 있는 랙을 개발해 설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도 6.0 이상이면 대부분의 랙에 적재된 화물이 쏟아져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권용장 박사는 “국내 대부분의 물류센터는 일반 건축물의 내진설계가 적용돼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물류센터 내진설계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박사는 “국내 물류센터는 공간의 효율화를 위해 평치보관이 아닌 랙을 통해 화물을 보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최근 랙이 고층화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랙에 적재되는 화물의 양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추세다”라고 본지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위험물 창고의 경우 지진 및 화재에 견딜 수 있는 특수 보관시설이 개발돼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류시설 종사자들은 자체 훈련을 통해 지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 동구가 지난 10월6일 SK에너지 대구물류센터에서 ‘지진 대비 재난대응 자체 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훈련은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지진 발생을 가정해 유류탱크 균열에 따른 기름유출과 화재발생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동부소방서, 동부경찰서, 한국환경공단 및 자율방재단이 합동으로 훈련을 실시했다. 재난대응 훈련은 민·관의 명확한 역할 분담과 공조 체제를 강화하고 일사분란한 현장 지휘체계를 확립해 인적·물적 동원 체제 구축과 신속한 지원 활동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를 귀감으로 삼고 향후 지자체에서 지진 예방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계속되는 지진으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는 향후 일반건축물 및 물류시설에 대한 내진설계 및 지진대응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진에 대해 물류시설에 대한 새로운 대비 없이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물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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