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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5 09:53

여울목/ 누구를 위한 예선 자율화인가

정부가 예선업 자율화를 골자로 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해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입법예고한 바 있다. 부산과 울산에서 예선배정을 둘러싸고 불거진 신구 업체간 갈등이 배경이었다.

문제는 개정안이 법제처 협의를 거치면서 예선 배정 규정을 강화해 업계의 자율권을 크게 훼손했다는 점이다. 정부 최종안은 예선 배정을 자유계약제를 원칙으로 하는 한편 이해관계자 합의가 있을 때만 공동배선제를 채택하도록 했다.

예선업 등록 시 지방청장이 항만별 정계지 여건 등을 고려토록 하는 시장 안정화 장치나 위법한 예선 운영에 대해 정부가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이행치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규정은 당초 해수부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해수부는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예선업의 자율경영 여건 마련과 시장 감독기능 강화를 통해 시장 안정화를 추진한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예선업계는 개정안을 두고 예선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업계 생존을 위협하는 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항만 자율적으로 선택한 예선 배정 제도를 정부에서 강제로 뒤바꿀 경우 큰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예선 배정 방식은 항만별로 예선업체가 돌아가며 예선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배선제와 선사가 예선업체를 지명하는 자유계약제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부산 울산 포항 마산 등 이른바 동남권 항만은 모두 공동배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여수·광양항과 목포항 군산항 대산항 동해항 등은 자유계약제 방식으로 예선을 배선하고 있다. 인천과 평택항은 공동배선제와 자유계약제가 혼용되고 있다.

정부는 자유계약제를 채택하고 있는 항만에서도 공동배선제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995년 등록제 시행 당시 공동배선제를 채택한 곳은 부산항 한 곳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포항 마산 울산 등으로 공동배선제가 확산됐다.

5년 전엔 여수·광양 예선노조가 공동배선제 전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예선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는 여수·광양항은 자유계약제 채택으로 리베이트가 횡행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이 예선을 독점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예선노조의 주장이었다. 자유계약제가 오히려 선사의 갑질과 덤핑경쟁, 리베이트, 탈세 등 온갖 불법의 온상이라는 지적이다.

시장 안정화 명목인 정계지 여건을 반영한 등록 규정도 예선업계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선 증설이 필요한 항만인 데도 정계지가 부족해 신규 등록이 불허되거나 경쟁이 심각한 데도 정계지가 여유로워서 신규 등록이 계속 발생하는 폐단이 있을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일부 지역 신구업체의 갈등을 계기로 전체 예선시장에 도입되는 개선명령제도도 불만을 사긴 마찬가지다.

본지는 예선제도 개편을 공공성에 입각해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해왔다. 항만 내 인명, 선박, 시설의 안전과 피해예방 등 공익 기능을 수행하는 예선을 시장논리로만 평가해선 결코 안 되는 까닭이다.

우린 요 몇 년 새 선박사고로 인한 참담한 피해를 잇달아 경험했다. 그럼에도 안전보다 경쟁을 우선시 해 예선제도를 손보려는 정부 움직임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예선 자율화를 서두를 게 아니라 선박입출항법에 포함돼 있는 예선 제도를 독자 법률화하고 시장 안정화를 통한 항만 안전 제고에 힘쓰는 게 우선이다. 정부의 지혜로운 예선제도 개편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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