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5 15:46

기획/ 콘솔시장, 부대요율 제값받기가 ‘생존열쇠’

해상운임 급등에 콘솔사들 휘청
파나마운하 개통, ‘컨’ 총중량검증제 등 외부변수 주목

지난해 원양과 근해를 통틀어 전 세계 항로의 해상운임은 꾸준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선사들의 운임인상(GRI)이 쉽지 않았던 탓에 콘솔사들(화물혼재사)은 호재를 누리며 회사의 외형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지난해 그린글로브라인 모락스 맥스피드 등의 콘솔기업들은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 성장을 시현했다.

지난해 콘솔시장에 불던 훈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초부터 선사들은 GRI 성공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선복감축을 실시했다. 낮아진 운임을 어떻게든 끌어올려보겠다는 의지가 해운물류업계에 확산되며 해상운임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렸다. 연초부터 구주 중남미 등 원양항로의 운임은 크게 뛰었다.

특히 연초에 전례 없는 바닥 수준을 보였던 남미동안 수출 운임은 최근 1500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년 사이에 운임이 10배 이상 껑충 뛰는 바람에 콘솔사들의 근심도 커졌다. 해상운임이 꾸준한 상태를 머물길 원하는 롤러코스터식 운임 흐름은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통상 화주(프레이트 포워더)에게 운임적용을 하기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콘솔사들에게 연초부터 시작된 선사들의 GRI 성공 소식은 비보로 들려왔다. 대부분 콘솔기업들은 화주에게 인상된 운임을 적용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근해항로에서는 여전히 마이너스 운임이 횡행하고 있다. 일부 콘솔사는 화주에게 한국발 상하이행 수출운임을 CBM(=㎥)당 약 -100달러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중국 홍콩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운임이 여전하다. 해외 파트너와 계약을 맺고 물량을 주고받는 국내 콘솔사들은 수입물량 확보를 위해 수출화물 유치 전쟁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마이너스 운임은 줄지 않고 있다. 운임을 깎는 것도 모자라 상품권과 보조비 등을 추가로 지급하며 물량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기업도 있었다.

베트남 수출 화주에게 쌀국수 대접

베트남에서 거래를 진행한 고객은 쌀국수를, 이탈리아는 피자 등을 상품으로 지급하는 색다른 영업도 전개되고 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단순히 유지 차원에서 중국, 일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는 콘솔사의 푸념도 들려왔다. 콘솔사 관계자는 “현재 마이너스 운임이 내걸리고 있는 중국 동남아시장에서 손해까지 보면서 화물을 끌어오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콘솔사는 마이너스 운임에도 불구하고 원양에 비해 근해에서의 수익이 좋았다고 말했다. 원양에 비해 운임 변동 폭이 적어 수익을 내기가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마이너스 운임도 문제지만 콘솔사들이 이구동성으로 걱정한 건 올 들어 수출입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해상운임이 치솟게 되면 콘솔사에게 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통상 5~7월에 많은 화물을 유치했던 콘솔사들이지만 올해만큼은 쉽지 않다는 게 콘솔사들의 전언이다. 콘솔사 관계자는 “해상운임 변동이 워낙 커 운임을 반영하기가 어렵다”며 “모든 달이 비성수기일 정도로 올해 상황은 지난해와 비교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컨’ 중량 검증제 등 변수에 주목

올해 콘솔시장에는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 컨테이너 총중량 검증제 시행 등 외부변수에 의한 부정적 흐름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황 악화로 인해 갈길이 바쁜 콘솔사들에게 골칫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화물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콘솔사들은 최근 ‘컨테이너 중량 검증제’에 인력 소모전을 펼치고 있다. 프레이트 포워더에 비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콘솔사들은 정확한 업무배분을 통해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 시행을 위해 직원들의 업무시간이 할애되면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콘솔사들의 규모가 커졌고, 수익이 개선됐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컨테이너 중량 검증제는 지난 7월1일부로 전 세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는 컨테이너 개조 등 중량 증가에 따른 대응책, 검증주체와 계측소의 부재, 오차에 대한 책임전가 등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아 시행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특히 하나의 컨테이너 박스에 여러 화주의 화물을 취급하는 콘솔사들에게 중량 검증제 시행은 많은 혼란을 가져왔다. 단 하나의 화물이라도 오차가 생긴다면 여러 화주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무게를 검증할 수 있는 계측소 부족도 콘솔사들에게 고민거리다. 현재 부산신항에 설치된 계근소는 5곳이 채 안 된다. 매달 8천~1만건의 BL(선화증권)을 처리하는 콘솔사들이 몇 천건에 달하는 화물의 무게를 일일이 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건이 도착하는 수입지에서 선적 전 화물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절차도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솔사 직원은 컨테이너 작업에서부터 선적 전까지 일련의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수입자에게 보낸다. 콘솔사 입장에서는 과거에 진행하지 않았던 작업을 자사 인력을 투입해 진행하다보니 부담이 따른다. 콘솔사 관계자는 “운임은 자꾸 떨어지고 있는데 중량검증제, 작업절차 사진촬영 등 일거리가 많아지는 바람에 인력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파나마운하 확장개통을 바라본 콘솔사들의 시각 또한 좋지 못했다.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화주들이 결국은 북미내륙을 관통하는 MLB(미니랜드브리지) 경유를 줄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항공, 철도, 해상 등 여러 수송방식을 결합하는 건 물류기업의 수익 극대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비용절감을 고려한 화주들이 해상으로만 화물을 보내게 되면 물류기업의 수익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 선복량이 많아지는 것도 콘솔업계가 우려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선복이 많아지면 해상운임 하락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결국 LCL(소량화물)이 FCL(만재화물)로 쏠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 중량 검증제는 콘솔사들에게 뜻밖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정부가 계측장비를 활용해 무게를 재는 ‘방법1’이 강력히 시행된다면 계측소를 보유한 콘솔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건당 약 2만~3만원의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콘솔사 관계자는 “운임 정상화가 안 된다면 엑스트라 차지 명목으로 새로운 부가수익을 창출해 실적을 쌓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LCL 운임공표제 도입 필요성 대두

“요즘 포워더에 갓 입사한 젊은이들은 CFS(컨테이너조작장), THC(터미널조작료) 등 이런 용어에 대해 하나도 몰라요. 대,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 올인(All In) 개념으로 운임을 청구하다보니 알 턱이 없죠.” 하반기 대형화주 입찰을 앞두고 있는 어느 한 콘솔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이 관계자는 화주가 솔선수범해 현재의 입찰제도를 바꿔 우리나라의 열악한 물류업체들이 숨 쉴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콘솔시장에서는 부대운임 도입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화물유치를 위해 부대운임을 깎아주거나 받지 않는 콘솔사들의 영업행위도 원인이지만 또 다른 이유는 대기업의 입찰방식에서 비롯된다. 화물을 대량으로 쥐고 있는 화주들은 그들만의 입찰방식을 통해 콘솔사들의 수익을 좌지우지한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화주들은 콘솔사들이 입찰시 CFS, THC, Wharfage(부두사용료), 서류발급비 등을 하나로 묶는 이른바 ‘총액 운임’을 요구하고 있다. 대형화주들은 부대비 항목이 없는 총액 운임을 적는 비딩 시트를 각 콘솔사에 돌린다. 대량화물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화물유치를 위해 콘솔기업들은 눈물을 머금고 부대비와 해상운임을 합친 낮은 금액으로 입찰에 참여한다. 입찰을 따냈어도 기업들과의 ‘제 살 깎기’ 운임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콘솔사 관계자는 “전자제품도 설치비라는 게 있지 않느냐. 기본적인 부대비를 받고, 네고(협상)를 하더라도 해상운임으로 해야 한다”며 화주의 입찰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콘솔사들이 THC나 CFS이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기업들은 선사나 CFS업자에게 부대운임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결국 부대비를 받아내지 못한 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화물을 집화하게 된다. 콘솔사 관계자는 “화물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화주들의 갑의 횡포가 계속되고 있다”며 “아더(Other) 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대기업의 올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콘솔사 관계자는 콘솔시장에도 ‘LCL 운임공표제(가칭)’가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가 선사들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운임공표제를 콘솔시장에 적용해 운임 정상화를 꾀해야한다는 주문이다. 마이너스 운임을 플러스로 끌어올리고 THC, 서류발급비 등 각종 부대운임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운임이 아닌 서비스 경쟁을 통해 국가물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눈 먼 카고’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오며 거래를 터왔던 콘솔사와 화주간에는 시황을 고려하지 않은 거래가 오가곤 했다. ‘알아서 잘해주겠지’하는 일종의 거래가 과거에는 심심찮게 존재했던 것. 이렇다보니 해운물류시황을 꼬박꼬박 체크하지 않았던 화주들은 제 운임보다 비싼 화물을 선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량물, 벌크화물, 장척화물 등 일반적으로 거래가 되지 않아 운임을 책정하기 어려웠던 화물들이 대상이었다. 포워더들은 이런 화물을 드문드문 유치하며 수익성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시장상황을 꿰뚫어보고 있는 화주들 앞에서 ‘눈 먼 카고’는 이제 먼 나라 얘기가 되버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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