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개월째를 맞은 강범구 케이엘넷 사장은 해상적하목록취합서비스와 해외시장 진출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케이엘넷은 5월10일자로 해상적하목록전송서비스 기능을 포함한 프리즘 3.0을 선보였다.
항만물류정보서비스를 시작한 한국무역정보통신(케이티넷)에 맞대응한 것으로, 이로써 과거 무역과 물류로 나뉘어 진행되던 전자문서중계시장은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들어서게 됐다. 강 사장은 그동안 해상수출입 전자민원의 싱글윈도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점을 들어 적하목록취합서비스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또 지난 4월 인도 물류IT기업과 맺은 협약을 계기로 한국의 선진화된 항만물류정보시스템 수출에 적극 나서는 한편 7월 실시되는 컨테이너 총중량 검증제 운영기관으로서 원활한 중량정보 유통에 온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을 만나 케이엘넷의 당면 현안과 사업계획에 대해 들었다.
Q. 취임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소감은?
해양수산부 공직자로 32년을 근무했던 여러 가지 경험이 도움도 되면서 한편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사기업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기간이었던 같다.
케이엘넷은 우리나라의 국가 물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운항만청이 정부투자기관과 선사 운송사 등과 함께 의욕적으로 설립한 회사 아닌가? 해운항만물류 정보화 업무는 공적인 기능이 강하고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성격임에도 국토해양부 시절이던 2011년 가을께 민영화가 돼 못내 아쉽다.
다른 산업 분야는 모두 국제화 세계화를 달성했음에도 케이엘넷은 설립된 지 2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에만 안주하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Q. 지난해 매출액은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로 늘었다. 지난 한 해를 평가한다면?
전체 매출에서 EDI(전자문서교환) 기반의 전자물류사업이 45% 시스템구축이 35%, 전산위탁관리가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물류부문은 지난 한 해 국내 경기침체로 수출입 물동량이 정체를 보인 데다 시스템 개발에도 투자를 많이 하면서 전년대비 매출이익이 감소했다.
경쟁업체 진입에 대비해 신규서비스인 프리즘(PLISM) 3.0과 지속적인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듀얼시스템을 최근 구축했다. IT(정보기술)사업부문의 경우 가능하면 비수익사업보다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코자 했다. 그 결과 회사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영업이익 29억7400만원을 거둬 2014년보다 12.6% 성장했다.
Q. 케이엘넷과 케이티넷 케이씨넷 등 수출입물류 IT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나?
먼저 해운물류시장에서 IT기업의 창립 목적을 보면 이렇다. 1990년도 초반 청와대 SOC(사회간접자본) 기획단의 무역자동화 실무 TF(전담조직)에서 해상물류분야는 케이엘넷이, 무역·통관 분야는 케이티넷에서 담당하도록 역할을 나눴으며 그 결정에 따라 각 회사가 출범했다.
그 이후 두 회사는 각자 시장영역에서 사업을 하다가 지난해 초 케이티넷이 해상물류 B2B(기업간거래)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유사 프리즘 구축 용역을 시작하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마침 올해 3월 관세청이 그동안 전담 중계사업자만 독점적으로 제공하던 적하목록취합서비스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고객들에게 ‘프리즘’을 중심으로 해상 수출입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세청 국종망운영연합회가 설립한 케이씨넷과 협력해 해상적하목록취합서비스를 준비했으며 이달 10일에 마침내 오픈했다.
현 시장상황은 우리회사와 케이씨넷으로 구성된 협력체와 케이티넷 간 경쟁으로 간주하셔도 될 것 같다. 저희로선 무역협회 100% 출자회사로 제도적으로 안정되고 매출액 규모가 2배 이상 큰 케이티넷과 벌이는 경쟁이 쉽지는 않다.
22년간의 해상수출입 전자물류 노하우와 그 동안 금융사고 같은 크고 작은 파고도 이겨냈던 저력으로 해상수출입물류 선두주자 자리를 굳건히 지켜 나가겠다.
Q. 앞서 말씀하신 해상적하목록취합서비스에 대해 설명 바란다.
올해 3월 관세청은 그동안 전담 중계사업자만 독점적으로 가능토록 했던 적하목록취합서비스 규제를 개선해 시장을 개방했다. 시장 변화에 맞춰 케이엘넷은 해상적하목록취합서비스를 선사 등 대다수의 물류 주체가 이용 중인 프리즘 서비스로 통합해 출시하게 됐다.
이른바 프리즘 3.0 서비스다. 해상수출입 민원 신고의 싱글윈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음에도 관련 법규정 때문에 적하목록취합서비스를 못했었던 터라 출시 이후 큰 문제없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해상적하목록 취합서비스 이원화에 따른 물류 고객사의 업무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세청과 선주협회 중재 하에 케이엘넷과 케이티넷은 상호 합의를 통해 선사와 포워더 적하목록 정보를 상호 공유해 고객사가 어느 사업자를 이용하든 적하목록 취합에 문제가 없도록 서비스할 예정이다.
Q. 인도 해양투자박람회에 참가해 현지 해양IT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행사 참가 의의와 성과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해양투자박람회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인도 해양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와 교류 확대를 위해 열린 행사다. 인도 모디 총리는 자국 항만 현대화를 비롯해 산업단지 개발, 내륙과 해안수로를 통합 개발하는 사가르말라(Sagarmala) 프로젝트에 2025년까지 7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박람회에서 한국의 선진화된 항만물류정보시스템 역사를 이끌어온 케이엘넷이 현지 기업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아 고무적이었다. 인도 해운도로교통부장관도 우리가 서비스하고 있는 ‘예스 U포트’(편집자 주 : 항만운영정보시스템(포트미스),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 해운항만물류통합정보센터(SP-IDC) 등의 통합솔루션)를 두고 “참 잘 돼 있다”고 말했다더라.
우린 행사 기간 중에 인도 7개 항만에 지리공간정보(geospatial)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IIC테크놀로지스와 사업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앞으로 구체적 협력 분야를 협의해서 많은 인도 항만에 우리 기술을 수출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에서 글로벌 물류 IT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Q. 관세청에서 4세대 국가관세종합정보망(국종망)을 지난달 23일 개통했다. 파급효과는?
4세대 국종망 진행과정에서 세관 통관시스템과 다양한 물류주체 및 중계사업자, 소프트웨어 사업자간의 인터페이스가 변경됨에 따라 국가 수출입과 관련된 모든 연관 시스템이 수정됐다. 국종망 4세대에서는 관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통관 진행정보를 개방형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로 제공함으로써 관련 주체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종류가 기존 웹에서 제공되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제한적이다. 앞으로 관세청에서 좀 더 다양한 정보를 개방형 형태로 제공해준다면, 수출입물류 IT업체 및 물류 주체들은 이를 활용해 수출입관련 물류주체들의 업무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본다.
Q. 7월 시행되는 컨테이너 총중량 검증제 중계업체로 선정됐다. 물류업계 일부에선 원활한 중량신고 진행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총중량 검증제의 경우 중계업체로 선정됐다기보다 고시상 운영기관으로 지정됐다고 말씀드리는 게 정확할 것 같고 제도환경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다. 해수부는 최근 열린 설명회에서 ‘총중량 검증제 고시’ 행정예고 기간 동안 나온 업계 의견들을 반영해 신고자(화주)가 현재 이용 중인 중계망으로 중량정보를 제출할 수 있도록 간소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보시스템 미구축 화주 등의 지원을 위한 웹시스템 제공과 이용자 정보 공유(편집자 주 : 계측 인증번호로 화주 제출정보 조회)를 위해 케이엘넷을 운영기관으로 지정해 통합 관리하는 차원이라고 보시면 된다.
4월4일부터 4월15일까지 부산 여수 인천 서울 4개 지역에서 검증제 설명회를 해수부 주관 하에 열었고 현재 화주 등의 의견을 접수해 정보시스템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제도 시행 시기가 다가오면서 물류주체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제도 홍보와 질의응답을 위한 임시 홈페이지를 긴급으로 준비해서 최근 열었다. (편집자 주 : 컨테이너 총중량 검증제 홈페이지 www.vgm.kr)
해수부에서 앞서 발표한 대로 5월부터 6월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7월1일부터 정상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시범운영엔 선사에서 장금상선 한국머스크, 터미널에서 부산신항만 동부감만터미널 마산아이포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시범운영을 통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점을 파악해서 정보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시범운영업체 이외에도 물류주체 중 개발이 완료된 업체와 추가적으로 다양한 케이스별로 시범운영을 하고자 한다. 업체들의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
총중량 검증제는 잘못된 컨테이너 중량정보로 선박 복원성에 문제가 생기고 해난 사고가 발생하자 국제해사기구(IMO)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다. 정확한 중량정보를 제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화주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기존 관행대로 신고하는 식으로 제도가 변질돼선 안 된다. 운영기관인 우리 회사는 화주의 편의성을 확대하면서 컨테이너 총중량 정보를 원활하게 유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Q. 경영방침 및 중단기 사업목표가 궁금하다.
올해는 글로벌 선사와 세계 경제 어려움, 해운물류 IT시장 경쟁 가열, 신규 서비스 실시 등으로 회사 입지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올 한 해 모든 임직원이 일심동체로 단결해 주도면밀하게 ‘다가올 파고’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단기적으로 경기침체와 해운시장 불황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와 경쟁업체 위협에 대비해 성장 가능성 있는 신규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 신산업 분야를 중점 육성해 나가려고 한다. 해양수산분야에 빅데이터가 많다. 당장 국립해양조사원만 보더라도 토사이동이나 해양기후 등의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더라. 부산항도 지난 100년간의 토목 자료도 있지 않겠나? 지난해 추석 연휴 때 도로공사에서 어느 시간에 많이 붐비는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우리가 해줬다.
이밖에 국내 시장에만 매달리지 않고 드넓은 해외 해운항만 물류시장 정보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전에도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 안 한 건 아니지만 독자적으로 하다 보니 여의치 않았다.
인도 이란 등 해외시장 진출은 물론 ODA(공적개발원조) 자금을 활용해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같은 저개발 국가로 사업영역을 점차 확대하는 등 대한민국의 물류 경쟁력을 크게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
Q. 업계와 정부당국에 하실 말씀은?
국적선사 해운대리점 물류업체 항만터미널 포워더 등 모든 고객사는 지난 22년간 한결같이 해운항만물류정보화를 주도해온 케이엘넷의 독보적인 전문성을 믿고 지속적인 성원과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충고를 바란다.
정부에는 케이엘넷과 케이티넷의 회사 설립취지에 맞게 각각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영역을 서로 침해하지 않고 각자의 사업영역을 준수해 케이엘넷이 10년 후에는 세계적인 물류 IT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순리적이고 현명한 정리를 건의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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