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만의 비약적인 발전을 배경으로 동북아 물류 지형도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부산항은 상하이 선전 닝보 등 자국 수출입물량을 앞세운 중국 항만들과의 경쟁에서도 꾸준한 성장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북항의 물동량 이탈과 바닥 하역료는 개선 과제다.
또 다른 물류허브로 개발된 광양항은 최근 몇 년간 실적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배후산업단지의 생산 및 수출은 지난해 이후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으며 물동량도 둔화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들어선 국내 2위 컨테이너항만 자리를 인천항에 넘겨주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잇따라 발표된 정부의 항만정책은 국내 항만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일 신감만부두 감만부두 신선대부두 자성대터미널 등과 부두통합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부산 북항은 신항 출범으로 맞이한 과당경쟁과 경영부진을 털어내고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는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아울러 하역료인가제가 북항을 중심으로 시행된 것도 부두 안정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양항 정책 변화도 반가운 일이다. 해수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광양항 활성화 및 중장기 발전 방안’을 보고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을 벤치마킹해 광양항을 국내 최대 산업클러스터항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항만매립지를 조성하고 시설 과잉 현상을 빚고 있는 컨테이너부두 일부를 자동차부두로 용도 변경하는 등 화물 창출형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는 우선 22조원을 투자해 율촌지구와 묘도에 각각 819만㎡ 312만㎡의 매립지를 조성하고 컨테이너부두 1단계 일부와 중마일반부두 등 유휴항만시설을 활용해 융복합형 물류산업 클러스터 거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자동차 화물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3-2단계 컨테이너 부두 4선석을 자동차 부두로 전환하는 계획도 제시됐다. 최근의 자동차화물 강세 기조를 반영한 정책이다. 2009년 8만대에 불과했던 광양항 자동차 물량은 지난해 81만대로 10배 이상 늘어났으며, 올해에는 56% 증가한 126만대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적선에만 허용되던 자동차 연안운송을 외국적선에도 허용함으로써 광양항을 자동차 환적허브로 육성하는 방안도 수립됐다. 울산이나 평택 목포 등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광양을 거쳐 미주와 유럽으로 수송토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지난 10월 글로비스 유코카캐리어스 등과 광양항 자동차 환적허브 육성 협약을 맺었다. 연장선상에서 자동차부두와 인접한 서측 항만배후단지(193만㎡)에 정비, 검사, 왁싱, PDI센터 등의 자동차 환적 관련 서비스 제공 기업 등을 유치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키로 했다.
24열 크레인 도입, 항만시설사용료 면제 연장 등 컨테이너 화물 활성화 지원책도 이번 광양항 발전 방안에 포함됐다.
정부의 일련의 정책은 전통적인 항만정책이 변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산 북항과 광양항의 위기는 컨테이너부두 위주의 개발 정책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다. 부산 신항 출범 이후 부산 북항과 광양항은 물동량 둔화와 그에 따른 하역료 덤핑 등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됐다. 이 같은 폐단을 해소하고 국내 항만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는 맞춤식 부두개발 전략을 들고 나왔다.
부산항은 기존의 컨테이너 중심의 환적허브로, 광양항은 컨테이너와 일반화물을 연계한 산업클러스터 항만으로 육성하는 식이다. 컨테이너 부진에도 불구하고 일반화물을 포함한 전체화물 처리실적이 부산항에 이어 국내 두 번째인 광양항으로선 정책 전환 효과를 크게 볼 것으로 기대된다.
해수부는 내년 6월 ‘제3차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을 공표할 예정이다. 수정계획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정부의 항만정책을 포괄하게 된다. 정부는 수정계획 발표에 앞서 다시 한 번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면밀한 검토 과정을 거치는 등 정책 수립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 항만 간 과열 경쟁을 지양하고 수출입화주들의 물류수요를 효과적으로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항만 발전 정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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