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도 조차장의 현황 및 문제점
현재 한국철도공사는 화물열차의 조성과 재편성을 위하여 제천과 대전에 철도조차장을 운영 중이다. 조차장은 열차의 입환, 유치 및 조성을 하는 시설로써 화물열차의 기관차와 화차의 연결과 분리, 화차와 화차의 연결과 분리를 통해 열차운행에 적합한 기관차와 화차의 연결·조성하여 원하는 역으로 열차를 다시 보내는 철도물류시설이다. 또한 규모가 큰 화물역의 경우에는 조차장 기능을 하는 곳이 꽤 있는 실정이다.
지난 수십 년간 조차장은 철도공사가 보유운영 중인 기관차와 화차들의 집결장소이자, 다음 열차운행을 위해 반드시 기관차와 화차의 연결이나 분리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필수적인 장소로 인식되어왔다. 철도 화물을 수송할 경우에 예를 들어 A역에서 B역까지 바로 운행하는 열차인 직통열차가 없는 경우, 일단 조차장까지 적재된 화차를 수송하고, 조차장에서 품목별 화차의 분류와 입환과 화차의 연결과 분리작업을 통해 목적지 역으로 가는 열차에 조성 및 발송하게 되는데 이를 열차 중계라 하며 이러한 열차 중계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 바로 조차장인 셈이다.
이러한 기관차와 화차의 연결 작업 또는 분리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예를 들어 A열차가 운행되기 위해서는 현재 운행하던 B열차의 조성. 즉 기관차와 화차의 연결을 변경해야 하는 것인데 그 이유는 화물열차들이 고객의 요구에 따라 그때마다 품목별로 품목에 적합한 화차를 배정하고, 배정된 화차들을 기관차와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었다. 따라서 특히 일반화물의 경우 다양한 화물의 철도운송 수요에 적합한 화차를 매번 조차장에서 연결하거나 분리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경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은 비용의 추가발생이 따르게 된다.
그러나 현재 조차장에서의 기관차와 화차의 연결과 분리작업을 위하여 과도한 인력이 투입되어 왔으며, 과거 철도화물 수송 분담률이 40~50%가 넘은 시절에 조성된 광활한 조차장 부지를 철도화물 수송 분담률이 5% 이하로 하락한 지금도 동일한 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토지의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이용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특히 최근 물류산업의 추세가 다품종소량의 화물수요 특성과 다빈도 수송의 특성을 급증하고 있으므로 과거 60~70년대 소품종대량의 화물수요와 소빈도 수송의 패턴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따라서 화주들의 니즈에 부응하여 철도수송을 하다 보니 수시로 화차의 형태를 변경하여 화물열차를 조성하거나 물동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기관차에 연결되는 화차의 양수가 적게 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러한 화물열차의 품목별 화차의 재편성 및 연결운행은 점차적으로 화물열차의 열차 당 수익과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왔던 것이다. 최근 10년간 철도공사에서 운행 중인 화물열차의 운행수입을 살펴보면 열차당 1회 운행수입이 품목이나 구간에 따라 심지어 2~3배 이상의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반화물의 경우에는 구모의 경제가 가능한 적정 열차단위의 1회 수송량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보니 품목이 서로 다른 화차끼리 연결 및 조성을 하여 운행할 수밖에 없고 이는 열차 조성에 소요되는 시간과 조차장 근무 인력의 소요 등 비용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점차적으로 철도의 유효장에 적합한 열차길이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2. 블록 트레인의 확대에 따른 조차장 기능의 약화
예를 들어 특정 고객전용의 직통 컨테이너 열차인 블록 트레인의 경우 블록 트레인 운영업체와 철도공사간의 협약에 의거 1년 단위의 연간 계약을 체결하는데, 고객인 컨테이너운송업체는 협약구간의 블록트레인을 1년간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자사가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컨테이너 화물을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목적지까지 운송할 수 있다. 더욱이 블록 트레인은 열차단위로 판매하는 방식이어서 1개 열차에 화차가 최대 약 33량(유효장 범위 내)까지 연결이 가능하므로, 업체로서는 최대한 컨테이너를 많이 적재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1개의 컨테이너 중량이 무거워 도로운송 시 콤바인(combine chassis에 20피트 컨테이너 2개를 함께 적재하는 방식)운송이 불가능한 중량 20피트 컨테이너를 최대한 많이 적재함으로써 운송비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운송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철도공사가 최근 열차단위 판매방식을 전체적으로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차장 기능은 과거와 변함없이 운영한다면 그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반화물의 경우에는 컨테이너와 마찬가지로 왕복운송이 가능한 화물의 수요가 많지 않고 거의 편도운송의 특징을 갖고 있다 보니 특정 구간에 블록 트레인을 운행하는 협약을 철도공사와 체결하여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반화물은 편도성이 강하므로 과거 약 20년 전까지는 일반 화차의 회송 시에 ‘사유화차 회송료 수수‘라는 명목으로 화차 회송에 소요되는 원가를 일부라도 보전할 수 있었으나 이마저 철도고객서비스의 명분으로 1998년 7월 폐지되어 사유화차 회송에 대한 원가보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화차 회송료 수수 폐지’는 철도공사 화물열차 운송에 따른 운송원가를 보전하지 못함으로써 화물부문의 지속적인 적자에 큰 부분을 차지해 온 것이다. 필자가 철도물류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던 2006년부터 화차 회송료 폐지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회송료 부활을 강력하게 추진하려 한 적이 있으나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당시에는 회송료 부활을 실현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작년에 화차 회송료가 ‘화물발송시 기본운임의 2%’인 극히 미미한 수준의 요금으로 다시 부활되었는데 이는 화차회송 원가의 보전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회송료가 부활되었다는 점이다. 화차 회송에 소요되는 원가를 전부 반영하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회송원가를 보전하는 수준에서 화차 회송료가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화차 회송료 수수의 문제는 바로 왕복운행의 특성을 가진 블록트레인의 확대와도 관련이 깊은 것이다. 컨테이너 화물은 물론 일반 화물 열차를 거의 전부 블록 트레인화하겠다는 철도공사의 영업방침은 화물열차의 왕복운행이 가능하여야 하므로 빈번하게 화차를 분리재편성 및 연결하는 조차장의 기능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조차장 기능의 축소와 블록 트레인 운영의 명암
현재 고속철도(KTX)의 경우 최초 운행시점부터 고속철도의 운행열차는 객차를 동력차와 분리하거나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동력차 2대와 객차 18량을 연결하되 고정 편성하여 운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대신에 고속철도 정비단은 고속철도의 열차단위로 검수와 정비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는바, 항상 고정 편성되어 운행하는 객차의 경우 각 부품이나 부분품의 마모율이 비슷하게 되므로 이들의 교환주기 역시 거의 유사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고, 따라서 고속철도차량의 일상점검이나 검수(연차검사, 중간검사, 정기검사 등)시에 단번에 정비유지업무를 하게 되므로 정비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사고나 고장으로 인한 부품이 교환수리 시에는 상시 대기 중인 예비열차를 즉각 투입함으로써 조차장에서의 연결·분리작업에 따른 시간과 해당열차 운행의 중단손해를 막을 수 있게 된다.
화물열차의 경우에도 고속철도(KTX)차량과 마찬가지로 열차단위 운행을 하게 되면 일상검수나 검수 및 수리 업무를 열차단위로 수행하기 함으로써, 조차장에서의 화차연결 및 분리작업이 크게 줄어들 수 있게 된다.
현재 운행 중인 화물열차의 약 70% 정도를 열차단위 판매방식으로 정하여 블록 트레인 화하여 운영하며 나머지 30% 정도의 화물열차는 소량·다빈도 수송수요에 부응하여 화차단위로 운영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전체 화물열차를 블록 트레인화 할 경우에 고객사들의 니즈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고객사와 철도공사의 이익이 서로 충돌하여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급격한 철도수송량 감소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 2014~2015년 철도수송량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금년 상반기 컨테이너 철도수송 실적만 보더라도 44만8697TEU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열차를 블록 트레인화 할 경우에 고객사들은 왕복운송에 대한 리스크 부담을 전적으로 감수하면서 블록 트레인을 운영하기 어렵게 되므로 철도수송을 기피하게 되어, 자칫 철도수송에서 도로운송으로 전환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70% 정도의 화물열차를 블록 트레인화할 경우, 철도공사가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블록 트레인을 이용하는 고객사에 대해선 일반 화물열차에 비해 차별화된 편익과 비용 상의 혜택을 제공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만일 블록 트레인을 운영하는 고객사에게 차별화된 편익과 물류비 절감효과를 줄 수 없다면 블록 트레인에 대한 매력도는 점차 낮아 질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30% 정도의 일반 화물열차의 경우 블록트레인에 비해 높은 운임이나 할증료를 적용하여 부과함으로써 소량·다빈도의 편익을 고객사가 누리는 대신에, 철도공사가 부담하여야 하는 빈번한 화물열차의 분리연결 작업에 따른 비용을 상쇄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조차장 기능의 축소와 물류기능 활용에 따른 기대효과
위와 같은 방식으로 화물열차의 운행방식을 변경할 경우, 조차장의 기능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운영 중인 조차장의 규모를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 향후 철도수송의 방향은 열차단위 판매방식을 지향하는 것이 비용절감과 매출극대화에 부응하는 것이므로 기관차와 화차를 분리하거나 연결하는 기능을 수행 중인 조차장의 면적을 대폭 축소하고, 축소된 후 남아 있는 부지의 경우 철도물류의 서비스를 다원화하기 위한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화물전용역에서의 조차장 기능 역시 축소되어야 하며 이로 인한 화차의 입환 작업이나 재편성으로 인한 인력 또한 감소할 수 있을 것이며, 컨테이너 야드나 일반 화물의 야적장으로 확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운영 중인 조차장의 기능을 대폭 축소할 경우 남는 여유의 조차장 부지를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적 인프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조차장은 철도의 본선이 인입되어있는 장소이므로 여기에 국내 주요 화물 철도역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철도수송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물류서비스의 전략 거점으로써 활용할 경우 그러한 신규 사업에 따른 신규 매출의 창출이 가능하다.
조차장 여유 부지를 활용한 종합물류서비스 사업은 철도공사의 단일 물류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종합물류공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존 조차장의 운영 인력의 상당부분이 불필요하게 되므로 이들 여유분의 운영인력을 고속철도사업, 공항철도사업, 광역철도사업 등 신규 확장하는 사업부문에 적절히 배치해 신규 인력이 소요되는 사업부문의 인건비 증가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무의 순환배치에 따라 새로운 업무를 습득하여 종합물류서비스와 국제철도운송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물류 공기업의 직원으로서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5. 맺음말
지금까지 철도물류는 화물열차 수송 위주의 사업을 영위해왔으며 이러한 단일 사업으로 인해 급격한 경기변동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외부환경 변수의 변동에 매우 취약한 측면이 있고 고객사가 원하는 이음새 없는 원스톱(one-stop) 물류서비스와 3자 물류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단일 사업의 형태를 지속할 경우에 리스크 변동에 매우 취약하게 되고 국내 주요 종합물류기업(CJ대한통운, 한진, 글로비스, 범한판토스, 현대로지스틱스, 세방, 동부익스프레스 등)이 단일 물류사업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보더라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주요 글로벌 물류기업의 경우 운송(수배송)·보관·하역·포장·혼재·정보·3자 물류· 컨설팅 등 물류의 여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특정 수송수단이 아닌 트럭, 해운, 철도, 항공 등 다양한 운송수단을 이용하여 고객이 원하는 장소까지 복합운송을 통하여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물류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따라서 철도공사의 경우에도 물류사업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글로벌 물류기업인 DP-DHL이나 DB-Schenker와 같은 초대형 글로벌 물류기업처럼 다양한 물류 비즈니스의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하여 고부가가치의 전문 물류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물류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지난 수십 년간 조차장으로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했으나 지금에 와서 그 기능과 역할이 충분치 않게 되었다면 과감히 그 기능과 역할의 축소에 따라 다른 기능과 역할을 조차장 부지에 부여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에 용도가 현재의 용도와 동일하지 않다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철도의 시설에 대한 전체적인 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적합한 시설계획을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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