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0 14:36

세계 운하 전쟁 불붙었다

제2수에즈운하 개통, 파나마운하 확장개통 임박
중국자본 니카라과운하 2020년 완공 목표

현지시각으로 지난 6일 이집트의 제2 수에즈운하 개통을 계기로 세계 주요 대륙을 연결하는 운하 전쟁이 한결 가속화 될 전망이다.

수에즈운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두 대륙의 경계인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 서쪽에 건설된 세계 최대의 운하로 지중해의 포트사이드(Port Said) 항구와 홍해의 수에즈(Suez) 항구를 연결하고 있다.  수에즈운하는 무엇보다도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아시아와 유럽이 연결되는 통로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수에즈운하에 대한 구상은 수천년 전 고대 이집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대 이집트인들은 지중해와 홍해를 운하와 하천으로 연결해 자유로운 선박 운항을 상상을 했으나 기술적인 한계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엽, 페르디낭 드 르셉스란 프랑스인이  운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당시 이집트 총독이었던 무함마드 사이드를 적극 설득에 나서면서 구체화됐다. 르셉스는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운하가 건설된다면 장차 이집트에 엄청난 정치·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전략적 가치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결국 총독이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운하 건설은 본격 실행됐다.

1854년 11월30일 르셉스는 수에즈운하 건설을 허가받고 착공에 나서 마침내 14년 만인 1869년 11월17일 화려한 개통식을 열었다. 완공된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한 총 길이 192㎞로, 세계 최대의 운하였다.

수에즈운하의 개통은 세계 물류시장 혁명으로 여겨지기에 충분했다. 기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항로는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서 갈 수밖에 없기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완공된 수에즈운하는 당시 유럽과 아시아의 중심지였던 영국과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항로를 2만4000㎞에서 1만5000㎞로 절반 가량 단축시켰기에 그 편리성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수에즈운하의 편리성에 힘입어 개통 후 미미하던 통항량은 해가 거듭될수록 급증했고 이후 세계 교역량의 증가와 조선 기술의 발달로 통항 가능한 선박의 규모와 척수에서 조금씩 제약이 뒤따르게 됐다.

이집트 수에즈운하청(SCA)은 작년 8월5일 84억달러(약 9조8500억원)를 투입해 제2 수에즈운하 착공에 나서 불과 1년만에 개통하게 됐다. 제2 수에즈운하는 이스마일리아를 중심으로 72km 구간에 기존 수에즈운하와 평행하게 건설됐으며 운하 폭(160~200m→317m)과 깊이(14.5m→24m)를 확대해 선박의 운하 통과 시간은 기존 18시간에서 11시간으로, 선박대기시간은 11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됐다.

또 좁은 운하 폭으로 쌍방향 통항이 불가능한 구간이 있었지만 새 운하로 쌍방향 통항이 가능해졌다. 일일통과 선박 척수 역시 49척에서 97척으로 두 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집트 정부는 제2 수에즈운하 개통을 계기로 운하 통항 효율이 2배 이상 증가돼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해운물류 사업 역시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나마운하, 미국 국력의 신장의 시발점

파나마운하는 파나마 지협을 가로질러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길이 77km의 운하로 건설 당시 세계적인 난공사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어 악명이 높았다.

파나마 쪽 운하 건설을 착안한 것은 16세기 초였으나, 건설 착수는 1880년 프랑스인들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이 시도는 2만2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실패하고, 결국 1904년 미국 제 26대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운하를 인수하고 재건설에 나서 마침내 1914년 8월15일 완성됐다.


당시 루즈벨트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유럽에 면한 대서양보다는 중국에 면한 태평양에서 우리가 어떤 입지를 차지하느냐에 더 크게 좌우될 것이다"는 지론을 가지고 정책을 펼쳐 운하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대서양과 태평양을 이어주는 항로는 남아메리카 대륙 칠레 최남방의 혼곶(Cape Horn)으로 빙 돌아서 가는 매우 긴 항로만 존재해 두 대양 사이의 해상 무역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마침내 파나마운하 개통을 계기로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거리는 획기적으로 단축돼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거리가 9500km로 과거 칠레 혼곶을 통과해 운항할 때의 2만2500km보다 절반 넘게 단축됐다.

이후 근 100년 가까이 미국 소유로 운영되던 파나마운하는 1999년 운하 소유권이 파나마 정부로 이전됐다.

세계 교역량의 급증에 따라 파나마운하 역시 수에즈운하와 같이 선박 통항량의 증가와 통항 가능 선박의 크기로 차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파나마 정부는 국민투표로 지난 2006년 운하 확장 계획을 마련하고 다음해인 2007년 9월 본격 공사에 나섰다.

총 52억5000만달러(약 6조원)가 투입된 이번 공사는 개통 100주년을 맞춰 올해 개통하려고 했으나 공사 예산 초과로 인해 결국 내년 4월로 연기됐다.

확장된 운하는 대형 도크시설(제3갑문)의 확충, 수로 폭 증대, 수심 준설 등을 통해 통항 가능선박은 현재의 파나막스급(294×32×12m)에서 포스트파나막스급(366×49×15m)으로 확대되며 컨테이너선 역시 기존 4000TEU급에서 1만4000TEU급 선박으로 커질 예정이다.

파나마 정부는 이번 운하 확장으로 향후 약 3배 정도의 물동량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작년 물동량은 총 3억2천만t, 통행료 수입은 24억1천만달러에 달했다.

파나마운하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파마나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5%에 이어 올해도 7%에 달하는 고도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관심은 니카라과운하

중미 국가 중 가장 넓은 국토 면적을 자랑하는 니카라과는 지정학적 위치상 파나마보다 북미권과 더 근접해 있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운하 건설에 적합지라는 평가를 예부터 받고 있었다.

니카라과는 정부는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23위의 빈국으로 운하 개발을 통해 국가경제발전을 도모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중국 사업가 왕징이 설립한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과 손잡고 작년 말 총 연장 278㎞의 니카라과운하 건설을 착공했다.

오는 2020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목표로 500억달러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돼 진행 중인 이번 사업에서 중국은 향후 50년 동안 운영권을 소유하게 되기에 중국은 그 어느 사업보다 뜨거운 의지를 가지고 적극 나서고 있다.

건설되는 니카라과운하의 주요 특징은 파나마운하보다 3배 이상 긴 수로(파나마운하 82km)와 운하 폭 역시 거의 두 배에 달해 이곳을 이용하는 선박 역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무엇보다도 위치상 북미에 더 가까워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항로가 훨씬 짧아지기 때문이다. 니카라과운하 이용 시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거리는 8700km로 파나마운하보다 약 800km 더 짧다.

중국이 니카라과운하 개발에 적극적인 이유는 현재로선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유일한 해상운송로가 파나마운하란 점이다. 비록 1999년 소유권이 미국에서 파나마로 이전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운하 관리권이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자칫 미국과의 분쟁 발생 시 자국 선대의 안전 통항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즉 최근 국력 부흥기를 맞고 있는 중국이 새로운 통항로 확보로 이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현재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와 천연자원의 수입로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도 한 이유다. 니카라과운하가 완공되면 중국은 미국 앞마당에서 자유로운 전략 물자 운송이 가능해진다.


아시아판 파나마운하

현재 극동 아시아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최적의 항로는 싱가포르 말라카해협을 통과하는 길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항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말라카해협은 한 해 8만여 척의 선박들이 통항해 항시 붐빌 뿐만 아니라, 잦은 해적 출몰로 긴장감이 높은 해역이기도 해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해상범죄감시기구인 국제해사국(IMB)에서는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해역 중 하나로 지정해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고자 중국과 태국은 지난 5월 태국 남부 말레이반도의 허리를 관통해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잇는 인공 대운하 건설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타당성 여부 조사에 나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크라 운하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길이 102㎞, 폭 400m의 규모로 태국 남부의 크라 골짜기를 파내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연결하게 된다.

총 사업비 280억달러(약 33조원)에 약 10년의 기간이 소요될 정도의 초대형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운하가 완공되면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항로는 기존 말라카해협을 경유했을 때보다 1200㎞, 항해기간은 최대 5일 정도 단축될 전망이다.

10만t급 유조선 기준 35만달러의 운임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크라 운하에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말라카해협의 긴 항로도, 통항을 어렵게 하는 해적의 위협도 아닌 니카라과운하처럼 미국과의 경쟁이 가장 큰 이유다.

말라카해협이 속해 있는 싱가포르 역시 미국의 주요 우방국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중동으로부터 석유,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와 전략 물자 대부분을 말라카해협을 통해 자국으로 운송하고 있다. 크라운하 건설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 따른 물자 수송로 봉쇄 가능성을 차단하고 동남아에서의 국력 과시 등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운하 건설에 필요한 엄청난 예산 확보와 태국 정정불안, 환경파괴에 따른 반대 여론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아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전략적으로 중국에 매우 필요한 시설이기에 진행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운하 개발로 물류혁명 도래

과거 운하가 없을 땐 대륙과 대륙을 건너는 대항해는 무척이나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국가간 교역은 오늘날에 비해 보잘 것 없이 적은 규모였고, 또 지금처럼 거대 항구도시들은 탄생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1896년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한 수에즈운하의 개통은 아시아와 유럽 간의 거리를 혁신적으로 좁혔고 물류의 혁명과 도시화, 산업화를 이끄는데 큰 분수령이 됐다.

파나마운하 역시 당시 태평양 제해권을 노리던 미국의 이해관계가 적극적으로 맞아 떨어진 결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대서양 함대에 소속된 미 해군의 대형 전함들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남미 끝단을 도는 엄청난 거리를 항해했기에 선박과 선원들의 피로도 역시 매우 컸으며 그만큼 미국은 운하 건설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운하는 최적의 대량 화물 운송수단인 선박의 항해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매우 엄청나다.

아울러 주변국들 사이 정치, 경제적 위기 상황 발생 시 효율적인 압박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어 앞으로 운하를 둘러싼 이해 당사국들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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