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버저 이근화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엠버저는 기존의 국내 기업문화를 탈피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상대방의 직급이나 이름이 아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을 부른다. 이근화 대표는 회사 내에서 ‘톰’으로 불린다. “한국의 기업문화는 아무래도 수직적인 관계잖아요. 서로 편하게 이야기 하자고 해도 높은 사람의 의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이러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톰, 제리, 페리 이렇게 불러요.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이제는 적응이 돼서 이게 편합니다.(웃음)”
엠버저의 회의 시간은 형식적인 보고 형태가 아닌,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시간이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아이디어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냉철하게 교환한다. 설령 사장의 아이디어라도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조직원들은 매몰차게 지적한다. 직원들은 업무를 하는 중에도 사장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서슴지 않고 호출한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대기업만큼 제공하는 건 없어요. 그래도 일단 연차나 이런 규정은 없습니다.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연차를 쓰게끔 했죠. 아직은 조직 규모가 크지 않아서 악용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요.(웃음) 직원들에게 항상 고마워요. 급여가 많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프로젝트가 몰리면 주말에도 일을 하거든요. 다들 군말 없이 일할 때는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물류와 사물인터넷의 융합
엠버저는 스마트센서를 활용한 산업환경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업체로 공장, 창고, 건물, 농장 등의 산업 현장에서 측정돼야 하는 각종 요소(온도, 습도, 조도, 산소농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들을 원격에서도 관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흔히 말하는 사물인터넷을 핵심으로 하는 업체다.
이 대표가 말하는 사물인터넷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네트워크 기술과 하드웨어 제작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 주변에서 사용하는 사물들을 더 쉽게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류산업에서도 사물인터넷의 적용가능성은 광범위하다. 가령 물류센터 내에서 발생하는 온도나 습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고, 냉동차량에 탑재된 제품의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으며, 차량의 이동경로를 분석해 데이터로 기록할 수 있다.
“저희는 하드웨어적으로 저전력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해 1년 이상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는 센서를 개발했고, 센서에서 보내오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환경의 일반 상태를 학습하고, 이상 상황 발생을 빠르게 감지하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하드웨어 시스템을 납품하는 회사가 아닌, 통합관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엠버저 이근화 대표는 단순히 하드웨어 판매를 목표에 두지 않는다. 시스템을 납품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초기비용을 대폭 줄이고 매월 이용료를 받고 고객사에 꾸준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위험상황이나 특이사항을 감시하고, 배터리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등 전체 서비스를 관리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엠버저는 의사결정 단계가 복잡한 대기업과 달리, 일단 생각나는 대로 발 빠르게 움직인다. 검증은 행동하면서 하고, 고객사에서 의뢰가 오면 함께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면서 성장한다. 이들에게 시간과 경험은 곧 ‘돈’인 셈이다.
“저희 목표는 뚜렷해요. 목표는 크게 가지되 행동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바로하자는 거예요. 저희가 대기업에 비해 장점이라면 의사결정 단계가 단순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 생각나는 대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보자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저희 입장에서는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게 돼 경험이 쌓이게 됩니다.”
이들의 신속한 의사결정 덕분에 고객사에서 다양한 의뢰가 온다. 최근에는 인천에 위치한 물류운송업체와 콜드체인 시스템 구축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업체는 차량에 온도센서를 부착했지만, 센서가 부착된 위치가 고정적이고, 화물의 양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실제 내부 온도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엠버저는 즉각 이동이 가능한 온도센서를 제작해 실무자들이 실시간으로 화물차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스마트 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저비용으로 솔루션 제공
그런가하면 중국의 한 업체는 한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온도변화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뢰를 했고, 엠버저는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했다. 비록 사업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끊길 때, 온도변화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라고 이근화 대표는 강조한다.
“저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객사는 어디서 어떤 값을 측정하고 싶은지만 고민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 해결방법은 저희가 고민하면 됩니다. 사물인터넷은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롭게 해주는 것이 많습니다. 이전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엄두도 못 내던 일들을 사물인터넷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던 문제들이 의외로 쉽게 풀리기도 해요.”
이근화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물류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환경에서 관제 서비스를 가장 빠르고 쉽게 구축하는 업체가 되는 것이다. 고객들이 측정을 원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간단히 측정하고 원격에서 관제하며, 이상 징후를 빠르게 관제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엠버저는 현재 물류산업 이외에도 식품,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 사물인터넷을 접목시켜 핵심 노하우를 하나 둘 쌓아가고 있다. 수평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곧장 행동으로 옮긴 덕분이다. 이미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협업해 온도변화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 덕분에 해당 기업의 제품의 품질도 개선됐다.
엠버저는 이제 설립 2년을 맞는 신생기업이다. 이들은 기존의 한국기업문화를 거부하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따지기보다, 일단은 실행으로 옮기는 이들의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국내 기업에 큰 귀감이 된다.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며 업계에서 노하우를 쌓아가는 엠버저의 1년 뒤는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하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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