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이 연초 물동량 약세로 힘겨운 항해를 하고 있다. 엔화 약세와 신년 연휴에 따른 공장가동 중단이 원인이다. 취항선사 단체인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는 1~2월 선적상한선(실링)을 94%로 정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직전 운영기간인 지난해 11~12월의 99%에 비해서 5%포인트 낮아졌다. 앞선 두 달동안 월 선사들은 실링을 모두 소화하지 못했다. 이 기간 최종 물동량 성적은 실링보다 크게 낮은 95%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물동량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운임도 흔들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선사들은 물동량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 1~2월엔 실링을 강화해 운임을 다잡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마저도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게 선사들의 고민이다. 특히 제당류 석유화학제품 등 환율에 민감한 품목들이 새해 들어 부쩍 줄어든 모양새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신정연휴가 길다보니 (물동량이) 회복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해가 바뀌면서 환율의 영향으로 수출입화주들이 계약을 미루는 등 선적을 보류하고 있는 것도 시황 부진의 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팬오션의 선전도 경쟁선사들이 시황을 안 좋게 보는 한 이유가 되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화물 집화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게이힌(도쿄·요코하마·나고야)과 한신(고베·오사카) 등 주요 항로만을 취항 중인 팬오션은 이 지역에서의 시장점유율을 법정관리 신청 직후와 비교해 6~7% 가량 확대했다. 팬오션의 법정관리로 반사이익을 얻었던 경쟁선사들은 팬오션이 다시 살아나자 물동량 하락세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운임은 하락압력이 거세다. 수출항로 운임은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 200달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가 선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수입항로 운임은 100달러대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6월까지 통화할증료(CAF)를 폐지한 까닭에 선사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선사들은 CAF 폐지로 월 2억원 안팎의 매출액 감소를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화주들은 국제유가하락을 이유로 유가할증료(BAF) 인하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적인 성수기로 평가되는 지난해 11월 한일항로 물동량은 15만200TEU로, 전년동월 14만6300TEU에 비해 2.7% 성장했다. 전 달인 15만4400TEU에 비해선 2.7% 감소해 성수기 효과를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편 흥아해운은 새해 들어 모지·하카타를 강화하는 내용의 항로 개편을 단행해 관심을 끌었다. 흥아해운은 모지와 하카타 서비스를 기존 주3항차(사선 기준)에서 주4항차로 늘렸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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