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7 13:17

칼럼/한반도 운명 가른, 러일전쟁

수필가 白岩 / 이경순
제국주의 열강의 승인 내지 묵인 하에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
 
1873년을 전후로 일본에서는 정한론이 크게 대두됐다. 이는 1867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사회의 격동을 반영하고 있었으며 일본의 근대화와도 크게 관련이 있었다. 정한론은 일본의 시각에서 중화주의의 해체와 천하질서 개편의 일환이었으며 이러한 팽창과 침략의 야욕을 실현시키기 위해 먼저 조선을 독립적인 지위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한반도를 두고 대립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던 청국·러시아·일본 삼국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치르게 됐다. 결국 두 차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패권국가로서 등장하게 됐다.
 
근대적인 국가체제를 정비한 일본의 메이지정부는 해외로 진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먼저 조선을 일본의 상품판매시장으로 삼으려고 하였는데, 당시 조선은 청국의 세력 범위에 있었으므로 일본과 청국의 대립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결국 1894년 조선에서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자 조선 정부는 청국에 출병을 요청했고 이에 일본도 출병하면서 청일전쟁이 발발하게 됐다.
 
충청도 풍도 앞바다에서 청나라 해군을 기습 공격한 일본군은 이어 경기도 성환 전투에서도 대승을 거뒀다. 전쟁은 예상과 달리 단기간에 일본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게 됐다. 결국 청국은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부정하게 됐으며 이에 조선은 잠시나마 독립적인 지위를 얻게 됐다.
 
청일전쟁 이후 청국과 맺은 시모노세키조약에 포함된 랴오둥반도의 할양은 만주진출을 도모하고 있던 러시아를 상당히 자극했다. 일본의 제국주의적 진출에 위협을 느낀 러시아와 프랑스·독일은 랴오둥반도를 청국에 반환할 것을 요구했으며, 일본은 이에 굴복했다. 그 후 일본은 러시아를 적대국으로 삼고 와신상담하면서 동아시아의 분할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군비확장과 산업진흥을 추진했다.
 
한국에서는 을미사변 이후 친러정권이 수립되지만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일본과 타협을 중시하는 정책을 폈다. 그러나 중국 동북지역에서 일어난 의화단의 난(亂)이 만주로 파급되면서 러시아는 동청철도를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만주 일대를 무력으로 점령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영국과 동맹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만주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압록강까지 진출하면서 한국에 대한 야욕을 노골화 하였는데, 러시아의 남하정책과 일본의 북진정책을 러일전쟁의 원인으로 보는 전통적 해석이 있고, 러시아의 진출방향을 아시아로 돌리려는 독일외교를 비롯한 국제역학관계와 혁명이 우려되던 국내위기를 밖의 문제로 돌리려는 전략을 또 다른 원인으로 보고 있다.
 
1903년 8월부터 개전에 이르기까지 양국은 여러 차례 만주와 한국문제에 관하여 공식적인 교섭을 가졌는데, 러시아와 일본의 기본입장은 서로 많은 차이를 보였으며 여러 차례 진행된 협상은 타협의 길을 보이지 않았다.
 
협상에는 진전이 없고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 되자 1904년 1월 일본의 어전회의에서는 개전론이 유력시되었으며, 최후 제안에 대한 러시아의 회답이 알려지기도 전인 2월 임시각의를 통해 개전이 결정됐다.
 
1904년 2월 8일 일본이 러시아를 선제공격함으로써 러일전쟁은 시작됐다. 일본은 여순을 함락하고, 이어 봉천을 점령하면서 사실상 지상전을 마무리 지었다. 일본은 육상과 해전 모두에서 승리를 거두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없었으며 전선이 확대되면서 보급로가 길어져 전술상의 취약점이 노출됨으로써 러시아의 반격이 예상되는 형세였다.
 
1905년 국내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러시아 역시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상실함으로써, 양국 사이에는 이제 강화가 불가피한 형편으로, 이에 일본은 결정적인 승기(발틱함대와의 대마도 해전)를 잡은 뒤 미국에 중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러일전쟁의 결과는 포츠머스 강화회담과 을사늑약으로 이어져 한국은 주권을 일본에 거의 빼앗기고 망국의 운명을 맞게 됐다. 러일전쟁 당시 한국정부는 국외중립을 선언하나 일본은 이를 무시한 채 군대를 서울에 투입했으며 한국정부를 강압하여 공수동맹을 전제로 ‘한일의정서’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전쟁이 일본의 승세로 기울자 일본은 한국의 외교권을 거의 박탈하는 ‘고문정치’를 성립시켰고, 전승국이 된 일본은 1905년 7월과 8월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각각 한국에 대한 독점적 지배권을 확인받았으며 이어 9월의 포츠머스조약에 따라 러시아로부터 한국의 독점적 지배를 확인받음으로써 한국의 일본 식민지화는 사실로 굳어지게 됐다.
 
러일전쟁의 결정적인 전투인 ‘동해 해전’의 영향 때문인데, 일본과 러시아는 독도 부근에서 서로 해전으로 싸웠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러시아의 해군을 몰아내기 위해서 독도에 전쟁 망루를 비롯한 무선전신 기지를 세워서 정찰을 하고 대비토록 한 것이다. 군사적 요충지였던 것이다. 해전을 하는데 서로의 함대는 물론이고 거기에 어떤 땅에서 지원까지 한다면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상황도 없었다. 독도 근해에서 러시아 전함 니콜라이1세호 등 4척의 전함이 일본군에게 항복합니다. 동해의 독도에서 72km 떨어진 바다는 함선들의 무덤이 되었던 것이다.
 
이 같은 일본의 독도 쟁점화 노력은 현재에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일본인들은 오늘날도 명치 일본의 영광의 정점에 러일전쟁을 두고 있다는 점과 독도가 일본의 러일전쟁 수행 상 전략적인 가치가 매우 중요하게 이용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독도 문제는 일본인들의 러일전쟁 내셔널리즘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러일전쟁은 명백한 한국 침략전쟁이었고 대한제국의 주권을 강탈한 전쟁이었다.
 
최근 일본 우익세력과 정치지도자들은 독도영유권 주장·역사왜곡·종군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커녕 일말의 반성조차 찾아볼 수 없다. 러일전쟁을 전후로 일제는 제국주의 열강과 한반도 식민 지배를 인정받는 가운데 우리의 영토와 주권을 유린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110년 전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남북통일은 물론 세계사 주역으로서 밝은 우리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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