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9 14:33

기획/ 물고 물리는 국제물류주선시장…“운임이 뭐 길래”

운임인상·2자물류 득세에 내몰린 포워딩업계
상계처리 미신고 조사, ‘마른하늘에 날벼락’

●●●갑오년 청마의 해가 밝았지만 국제물류주선업계(포워더)의 시간 개념은 12월에 머물러 있다. 해만 바뀌었을 뿐 좋은 일 없이 지난해의 케케묵은 문제들이 업계에 따라붙었다. 2자물류업체의 시장 확대, 콘솔 마이너스 운임, 상계처리 미신고 조사 등 산적돼 있는 문제가 해결의 기미는커녕 더 심각해지는 수순을 밟고 있다.

연말부터는 해상운임이 상승했다. 매년 선사들의 운임은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포워더는 운임인상 소식에 항상 간이 철렁 내려앉는다. 화주에게 운임 적용하기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야한다.

올해부터 유럽 3대 선사인 머스크라인, MSC, CMA CGM이 공동운항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전 세계 컨테이너 총 선복량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3선사의 ‘P3 네트워크’가 시작되면 운임이 세 선사에 좌지우지돼 운임이 치솟는 현상을 빚게 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P3 네트워크는 프레이트포워더, 포워더를 상대하는 콘솔사(화물혼재사)까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일이다. 물량 채우기에 급급한 포워더들이지만 이제는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위기의식이 들었기 때문이다.

프레이트 포워더들은 글로벌 포워더의 경쟁에 백기를 들고 있다. 물류업계가 화주에겐 항상 을의 입장이지만 글로벌 포워더는 같은 을의 입장이 아닌 갑의 위치를 갖고 있다는 것. 같은 경쟁자의 입장이지만 출발선이 다르다는 얘기다.

거래를 유지하던 화주들이 갑자기 바이어의 물류기업 지정(Nomination) 건이라는 이유를 들어 글로벌 포워더로 돌아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토종 포워더들은 서비스에서 별 차이가 없다 해도 지명도에서 글로벌 포워더에 밀리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열심히 화물을 유치하려고 해도 이미 수입화주가 자사 선호 물류기업을 ‘지정’하면서 화주사의 물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2자 물류업체들은 물량파워를 앞세워 선사로부터 운임할인을 받고 선사들은 할인 폭을 보전하기 위해 중소 포워더에 엄격한 운임인상 잣대를 들이미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대다수의 포워더들이 하소연한다.

한 중소 물류업체 관계자는 “선사들이 선복량을 감축하고 운임인상에 나서면서 포워더들의 부담은 더해졌다”며 “중소 물류업체에게만 인상한 운임을 받을 것이 아니라 2자물류업체와의 계약에서 운임을 높여 수익성 개선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2자 물류기업들이 운임경쟁력을 무기로 3자 물류 시장까지 넓히고 있다. 한 중소포워더 관계자는 “2자 물류기업들의 단가후려치기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소물류기업들은 모기업 물량을 기반으로 한 2자 물류기업들의 저운임 영업에 밀려 물량 이탈을 마냥 지켜보고 있는 처지”라고 밝혔다.

2자물류기업, 공공의 적(?)

하지만 선사들도 2자물류업체들은 모시기 힘든 고객이다. 2자물류업체들의 운임교란행위로 선사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B사는 2014년도 A전자 입찰시 항로별로 가장 낮은 운임을 명시한 ‘입찰가능 최고가’를 제시했다. 동남아 항로는 2012년 최저가를 ‘입찰가능 최고가’를 내세우기도 했다. B사는 A전자의 물류원가 인하 요구에 따른 국한된 조치라는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선사들은 입찰가능 최고가가 타 물량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결국 입찰가능 최고가는 철회됐지만 선사들마저 2자물류업체에 휘둘리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일이었다.  

2자물류업체들은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선사운임을 확보해 3자물류를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명 ‘캡장사(화물 몰아주기)’식 영업으로 전문 물류기업들의 자생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캡장사’란 화물을 대량으로 확보한 포워더가 선사와 낮은 운임으로 운송계약(SC)을 체결한 뒤 그 운임으로 다른 포워더의 화물을 재 집화하는 운송방식을 말한다. 경쟁력 있는 운임을 내세워 화주뿐 아니라 경쟁관계에 있는 포워더의 물량까지도 끌어 모으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포워더들 간에 각 지역마다 운임 강세를 보이는 포워더에게 ‘캡’을 씌워 왔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미주, 구주 등 지역에 특화된 포워더에 화물을 맡겼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2자물류업체들이 채우고 있다. 몇 년 전 2자물류업체들이 포워더의 물량을 싣기 시작할때만해도 업계에서는 전통 포워더의 설자리가 좁아진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였다. 하지만 점차 낮은 운임의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정부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나서면서 정작 중소 포워더가 나자빠지게 생겼다”며 “2자물류업체들이 3자물류 비중을 높이기 위해 2자물류를 줄이지 않는 현실을 보기 좋게 포장만 하는 꼴”이라며 오히려 정부의 허술한 규제책을 꼬집었다.

경쟁자인 2자물류 뿐만 아니다. 물류비 절감만을 내세우는 화주의 이기적인 입찰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해를 거듭 할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 대형 화주들이 시행하던 공개입찰을 중소 화주들도 늘리기 시작하면서 공개입찰이 물류업체에 터무니없는 운임만을 강요하는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공개입찰을 한다며 무작위로 입찰서류를 돌리고 최저가 운임을 받은 뒤에 그 가격을 가이드로 정해주고 실어 달라한다”며 “공개입찰은 단순히 운임을 깎는 요구로 밖에 쓰이지 않고 있다”고 악질적인 몇몇 화주에 대해 분노했다.

오랫동안 거래를 해오던 업체들도 장기적인 신뢰를 쌓기가 어려워졌다. 기존 거래업체라는 수혜를 얻어 다른 기업이 제시한 최저입찰가를 맞춰주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하지만 물류담당자가 바꾸면서 하루아침에 거래를 틀어버리기도 한다. 

A 포워더 관계자는 “20년간 거래해 오던 포워더에 며칠 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여태 잘 관계를 유지하다 결국 낮은 운임에 장기 화주마저 등을 돌려버리는 게 입찰 시장”이라고 말했다. 연말 대형 화주들의 공개입찰에 참여하느냐 서류 작업에 뛰어들었던 많은 포워더들은 물량 비수기에 입찰 불합격 통지서마저 받으며 우울한 날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운임을 맞춰서 계약을 이행하더라도 계약기간 동안에는 그야말로 포워더가 화주측의 일방적인 운송요구를 모두 들어줘야한다. 부대비용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운임과 부대비용을 다 합한 운임을 요구한다. 선사의 운임인상도 계약기간동안 바꿀 수 없다. 화주가 운송 계약서를 보내 포워더는 확인 작업을 하지만 독소조항이 있어도 그 어떤 변경도 요구하지 못하고 운송을 맡을 수밖에 없다.  

B 포워더 관계자는 “입찰계약의 운임은 둘째 치고서라도 계약기간과 클레임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며 “화주가 안개나 기상악화로 인한 물류 차질도 다 포워더 책임으로 계약서를 만들어 모든 건 다 포워더 탓으로 돌려버린다”고 힘없는 물류업체의 위험부담에 토로했다.

마이너스 운임 파괴력은 유럽까지

콘솔사(화물혼재업체)들도 대기업 입찰 횡포에 쓴 소리를 가한다. 고객사인 프레이트포워더가 화주와 터무니없는 입찰을 따오고 LCL(소량화물) 운임을 깎기 때문이다. 콘솔사들은 해상운임이 내려가도 프레이트포워더에게 운임인상을 적용하기 어렵다. LCL화물을 40피트 컨테이너(FEU) 한 대에 50CBM(=1㎥)가량 적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해상운임이 400달러 인상될 경우 콘솔업체들은 CBM당 8달러의 운임을 올려야 채산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3~4달러도 겨우 올리는데다 운임인상폭이 작으면 아예 받지도 못하는 현실에 점차 콘솔작업으로 수익성 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덩달아 LCL 화물 유치 경쟁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마이너스 운임은 끝없이 내려가고 있다. 

몇몇 포워더들은 자사 마이너스 운임률이 담긴 팩스를 고객사에 일제히 뿌리고 있다. 일종의 ‘프로모션 전단지’에는 상하이, 자카르타, 싱가포르행 화물은 1CBM당 -50~-60달러 수준, 로테르담은 0달러의 운임률이 제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 마이너스운임이 나온 경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원양항로에 0달러의 운임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시장마저도 마이너스 운임으로 갈 수도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어서 콘솔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 콘솔사 관계자는 “0달러 운임은 말이 안 된다”며 “운임이 자유경쟁시장에서 규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시장평균에서 결정이 돼야지 터무니없는 운임은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수입물량을 많이 확보해야 수익이 남는 콘솔업계 특성상 현재의 마이너스 운임 시장구조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보고 있지만 점차 가속도가 붙어가는 마이너스 운임에 콘솔사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간다.

대대적인 상계처리 조사, 포워더 ‘옥좨’

여기에 업계는 요즘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세관의 전화에 전전긍긍이다. 지난해 말부터 관세청이 해외파트너와 외환 거래시 상계신고를 하지 않은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에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조사의 시작은 항공포워더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지난 8월부터 조사에 착수한 인천공항세관은 한국은행으로부터 건네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물동량 처리실적이 높은 기업을 우선순위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인천공항세관이 이후 이제는 해상항공, FCL(만재화물), LCL업체를 막론하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워더업계에서는 외국거래처와의 외환거래 상계처리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업무다. 파트너와의 운임 정산, 해외화주와의 운임 정산 등 다양한 거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외국환거래법에 대한 담당자 및 거래은행 담당자들의 인식부족으로 상계신고를 누락해 세관의 외환거래 위배사실조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관행처럼 해오던 상계처리를 정부에서 외국환거래법을 내세우며 세수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풀이했다.

정부는 국제물류주선업종이 해외거래처와의 외국환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상계처리 과정에서 은행에서 요구하는 인보이스 등 일부 서류만을 제출해 외국환 거래를 처리했어도 과거 5년간(과태료 소멸시효)의 외국환 거래시 상계신고 누락에 대한 행정처분(과대료부과)은 면하기 어렵다고 딱 잘라 답했다. 은행 담당자들 또한 ‘외국환거래법’ 및 ‘외국환거래규정’에 따른 상계신고 의무 필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답은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내놨다. 거래은행이나 정부로부터 제대로 공지 받지도 못하고 졸지에 위법행위를 한 꼴로 낙인이 찍혔다.

한 중소 포워더 대표이사는 “상계처리 되는 액수가 2달러, 5달러짜리 거래인데, 그걸 다 조사한다고 나서면 어쩌느냐”며 “그동안 문제없이 거래해오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범법자를 만들고 어마어마한 액수의 세금을 물려 회사를 휘청 이게 만드는 게 말이 되냐”며 울분을 토했다. 

상계처리 미신고시 부과되는 과태료의 최고 상한선은 1억원이다. 상계처리 금액이 50만달러 이하거나 단수거래인 경우에는 전체 금액의 1%에 대해 과태료를, 상계처리 금액이 50만달러 이상이거나 다자간거래인 경우에는 2%에 대한 과태료가 부과된다. 업체입장에서는 2%의 과태료라도 막기 위해 증빙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강구해 과태료를 줄여야할 판이다.

포워더의 평균 상계처리 금액이 월 10만달러인 경우 1년이면 120만달러, 5년이면 600만달러다. 이 상계금액의 1%면 6천만원에 달해 대부분의 업체들이 앉은 자리에서 고스란히 물어야할 액수가 몇 천만원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번 세무조사에 과거 5년의 거래이력을 조사하는 만큼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된다.
세무조사에 착수되면 과거 5년의 거래기록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만큼 세관에 협조를 잘해서 과태료를 최소화하는 게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진신고하면 20%의 과태료를 감면해준다고 업체들은 억울하다 토로한다.

한 콘솔사의 총무부장은 “세관에서 지난주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며 “주변에 이미 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도 있고, 최소한 피해라도 덜어보기 위해 자진신고 금액을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관세청의 세무조사에 업체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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