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12 15:05

기획/ 누구를 위한 화물운수 사업법 개정인가

화물연대도 반대하는 ‘직접운송의무제’ 그들만의 리그 전락
운송사, 자차 늘리기·가맹사업 획득 ‘발등의 불’
화물연대, 표준운임제 도입 관철 ‘총력투쟁’

●●●지난해 6월 화물연대가 파업을 일으킨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컨테이너운송료(하불운임) 인상, 표준운임제 법제화, 화물운송관련법 전면 재개정 등을 내세웠던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은 1년 후에도 여전히 ‘답보’ 상태다.

당시 화물연대는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와 하불운임(화물차주에 지급되는 운임) 9.9%의 인상에 합의하며 파업을 일단락 지었다. 운송사들도 화물연대와 합의한 인상률을 지키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신고하는 운임(신고운임)을 9% 인상했다. 0.9%의 인상분은 육상운송사가 떠안는 구조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운송료 9.9% 인상은 흐지부지 된 상황이다. 화물연대측은 오히려 인상은커녕 운임은 더 내려갔다고 하소연한다. 운송사는 물동량이 부족해 장거리구간은 인상수준을 맞춰 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운송사들은 신고운임을 9% 인상했지만 화주에게는 인상분을 거의 적용하지 못했다. 표면적인 운송요율만 올랐을 뿐 시장에 적용되는 화주-운송사간 거래되는 시장운송료는 인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화물차주, 운송사 모두 반대하는 화물운수사업법 개정안

올해부터 화물운송시장의 다단계 거래를 줄이기 위한 취지로 화물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화물연대의 개정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법안을 두고 운송업체와 주선업체 화물 차주까지 모두 불만을 표하면서 ‘화물운수사업법’이 육상운송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법인지 의문이다.

개정안은 직접운송의무제와 실적신고제를 도입함으로써 운송사가 수송능력이 되는 만큼만 수송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국토부는 개정된 법률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일을 2015년 1월1일로 미뤘다. 실적신고에 대한 행정처분을 2015년부터 받게 되기에 제도가 시장에 실질적으로 도입되는 건 2014년부터다.

직접운송의무제는 다단계를 줄이기 위해 운송사가 계약한 화주물량 중 일정비율을 소속화물차량으로 직접운송토록 의무화한 것이다. 운송사에는 화물운송업자, 화물주선업자, 화물운송가맹사업자로 나눠진다. 운송업자는 화주 물량의 50%를 운송사가 직접 운송하고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는 협력사가 100%를 운송해야한다. 주선업자의 경우 화물의 30%에 한해 직접운송하고 주선업과 운송업을 모두 가지고 있는 업체의 경우 물량의 30%에 한해 직접운송 의무가 생긴다. 운송가맹사업자가 화물정보망 등을 이용한 경우 직접 운송한 것으로 간주된다.

운송업계는 정부의 화물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애초에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법안이라고 지적한다. 운송비율이 높은 데다 다단계까지 제한해 운송사의 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입장이다. 

대형운송사들은 화주에 대한 직접운송의무 비율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전에 화주로 구분했던 물류주선업체가 주선업체로 지정되면서 주선업체의 화물을 받은 운송사들은 100% 직접수송을 하게 돼 자차확보를 늘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대형 운송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직접운송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유경쟁시장에서 인위적으로 물량을 나누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안”이라며 “어느 운송사가 운송능력만큼만 운송하고 넘기겠나”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운송사들 중에는 운송가맹사업 면허까지 획득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는 곳도 눈에 띈다. 운송가맹업체는 현재 8곳이지만 운송사들은 소속차량 늘리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가맹사업면허를 획득해 직접운송 비율을 높이겠다는 방편이다.

운송가맹사업 허가기준은 차량대수는 500대 이상 (운송가맹점이 소유하는 화물자동차 대수를 포함하되, 8개 이상의 시도에 각각 50대 이상 분포돼야함)이어야하고, 자본금 또는 자산평가액은 10억원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이미 한진은 운송가맹사업 허가를 취득했으며, 세방도 취득을 준비 중이다. 국토부에서는 화물운송가맹사업이 가맹사업주가 물량을 확보해 가맹점에 나눠주는 방식은 다단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직접운송으로 간주한다고 분명히 했다.

화물연대 “직접운송, 화물차주를 길거리로 내모는 꼴”

운송업과 주선업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2자 물류기업들은 직접운송의 부담으로 주선업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운송업으로 전환해 차량확보에 나섰다. 최근에는 대형운송업체들이 직접운송의무제 비율과 실적신고제에 대응하기 위해 운송업체들을 배제하고 차주들과 직접 위수탁 계약에 나서 화물연대의 비판을 받고 있다.

화물연대도 직접운송의무제를 반대하는 건 마찬가지다. 다만 반대 이유는 차이가 난다. 타 운송사 소속의 지입차량이더라도 1년 이상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직접운송으로 인정한다는 조항이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또 운송업체들이 중간 운송업체를 배제하고 차주들과 직접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계약 주체만 바뀌었을 뿐 직접운송으로 변화된 게 없다고 꼬집었다.

 화물연대측은 “운수업자들이 물동량 감소와 낮은 운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법제도의 시행은 오히려 일을 하기 위해 수천만원을 들여 매입한 번호판을 운송회사에 강납(强納)하거나 일자리를 잃게 만드는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화물협회는 “직접운송의무제는 화물운송시장개선에 도움은커녕 혼란을 야기하는 제도로 재검토 돼야한다”고 밝혔다.

운송사들도 화물차량면허를 구매하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소속차량 확대를 위해서는 면허를 구입해야하지만 정부에서는 화물차 증차를 제한했고 시중에서는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고 있어 면허를 다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알선업체들만 좋은 일을 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운송사 “증차제한 풀어야 화물 개선”

운송업계는 화물시장 개선을 위해서는 증차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규제는 있는 데로 하고 그 안에서 하불료도 인상하고 화물은 수송할 만큼만 하라고 하니 시장이 틀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화주운임뿐만 아니라 물류시장 전체를 자유경쟁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송사들은 지입차로 운송능력을 늘릴 수 있는데 왜 물량 확보를 더 하지 못하게 하는지 불만”이라며 “직접운송제는 운송사들이 자차운송능력 이상을 받아 지입수수료만 편취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부는 화물운송사업 개정안이 현실과 괴리가 있는 점을 알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 시장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제 도입이야 말로 화물운송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다단계 하청구조와 지입차제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화물운송시장에서 상당수의 운송업체가 화주 등과의 운송계약 실적 없이 화물차주에게 지입료를 수취해 물량확보 책임을 화물차주에게 전가되고 있다.

운송업체는 화물차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입차주에게 화물을 위탁하는 구조다. 화물차주가 자신의 돈으로 차를 구입해도 등록은 자신이 아닌 운송사 명의로 하는 이중구조다. 실제 화물을 운송하는 화물차주는 운송업체와 위수탁계약을 맺고, 화주(화물 주인)로부터 운송사와 알선업체 등 2~4단계를 거친 화물을 수주해 운송하고 있는 현실이다.

화물연대, 표준운임제 요구 불응 시 물류대란 예고

화물연대는 지난 2008년부터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통한 최저운임 보장 등 요구를 내세우고 있지만 5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표준운임제 처벌조항에 대한 정부와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제도 도입이 늦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말 표준운임추진위원회가 존속될 때까지 본회의 11회를 거쳐 정부와 화주 측이 모두 모여 표준운임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화물연대가 합의에 응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입장을 반영해 국회에 법안을 상정해 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이뤄지지 않은 제도를 두고 정부가 화물연대 달래기에 나섰다가 일이커진 격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08년 경유가격 급등으로 화물연대 물류파업이 발생하자 정부는 표준운임제를 도입키로 발표하고 화물연대의 파업철회를 촉구했다.

이때 정부는 표준운임제 도입과 함께 다단계거래구조와 지입제 개선도 운송시장 지원 대책으로 약속했다. 다단계 거래근절과 운송능력에 따른 물량수주, 지입제 개선을 위한 조치로 나온 제도가 직접운송의무제였다.

화물연대가 표준운임안에 합의 하지 않은 건 직접강제 요구사항이 맞지 않았던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최저운임제 성격의 표준운임제 법제화에 강제력 있는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정부에서는 표준운임을 내지 않는 업체에게 법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는 대신 위반업체 공개 등의 방법으로 운임 준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입장은 완고했다. 화물연대에서는 정부의 중재안이 법적 강제조항이 없어 화주 및 운송업체에 대한 권고 수준의 안으로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표준운임 산정방식과 표준운임 적용대상을 두고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화물연대의 입장을 반영한 표준운임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있다.

화물연대는 직접운송의무제 폐지와 5년째 외치는 표준운임제 법제화가 미뤄지면서 내달 26일 전진대회를 열고 총력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1년전 파업이 이후 화물연대의 요구가 하나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조기에 두 안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파업에 나설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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