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선업협동조합 김일동 이사장 |
취임한 지 두 달여 지난 김일동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예선업의 등록기준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등록제 전환 이후 과당경쟁으로 예선업체들이 부실화됐으며, 이는 곧 항만 안전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이사장은 취임과 함께 전국 지부를 순회 방문한 것도 소개했다. 현장을 둘러본 결과 자유계약제와 공동배선제가 항만 특색에 맞게 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 자유계약제를 도입하고 있는 여수항에서도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요금 안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 김 이사장은 앞으로 이사회를 서울과 지역에서 순환 개최해 조합 행정의 현장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조합원사와 비조합원사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선주협회 등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이사장에 취임하신 지 두 달 정도가 지났다. 소감은?
A. 먼저 우리 예선업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전임 장갑순 이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조합이 출범하고 이사장으로 재임하시는 동안 그분의 희생과 봉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오랫동안 봉사하셨기 때문에 (조합이) 본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전임 이사장의 업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나가겠다.
7월1일 취임하자마자 전국에 있는 우리 조합 지부와 조합원사를 모두 방문했다. 7월23일 포항을 시작으로 대산 평택 인천을 거쳐 전국 항만을 돌면서 지역별 애로사항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의 모습들과 목소리를 보고 들으니 이해도 빠르고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 지를 피부로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전국 각 항만별로 현안과 여건이 다르고 예선 서비스 방식이나 사업자간 협조하고 경쟁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더라. 우리 업계의 건전한 발전과 권익보호, 조합의 위상 강화를 위해 앞으로 제가 할 일이 많다는 걸 실감했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현장에 있는 조합원사들은 이사장이나 전무가 직접 와서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데 대해 많이 고마워했다. 앞으로 지역의 목소리나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이사회를 서울에서 한번, 동해 남해 서해에서 한 번씩 전국을 순회하면서 개최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서울에서만 하다 보니 지회가 항상 올라오기만 하고 중앙(조합)에선 지방을 볼 기회가 없었다. 지역을 순회하게 되면 중앙이나 다른 지역업체들이 해당 지역 업체들을 보면서 어떻게 사업을 하는 지 알 수 있게 돼 사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본다.
Q. 지난 2002년 예선업협회가 해산하고 현재의 조합 체제로 발족했다. 조합 체제 이후 달라진 점은?
A. 1981년도에 예선업협회를 전임 장갑순 사장 선친인 장석완 회장께서 만드셨다. 예선업 단체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장석완 회장, 박현규 회장, 정인영 회장, 장갑순 회장 등으로 이어지다 2002년에 중소기업중앙회의 도움을 받고 조직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조합으로 출범했다. 중앙조합 산하로 각 항만별로 적게는 2개, 많게는 10여개의 조합원사가 있으며 조합원사들은 지회를 결성해서 중앙과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조합 체제는 중소기업중앙회 소속으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공동사업을 통해 이익을 회원사와 공유하는 등 경제적인 장점이 있다. 또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의 적용을 받아 현안에 공동 대응하는 등 업계의 권익을 보호하고 더욱 신장할 수 있기 때문에 협회보다 위상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조합의 설립 목적이기도 한 공동구매 등 수익사업을 발굴해 조합원사의 경제적 이익을 다각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 선박을 건조할 때 선박엔진이나 선박연료유 등을 공동구매해서 단가를 낮추고 조합원사에 이익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연료유 종류가 다 다르고 전국적으로 공급망 구축이 잘 안 된 것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Q. 해운업계가 많이 어렵다. 예선시장의 상황은 어떤가?
A. 많이 아픈 질문을 하셨다. 해운업계는 예선업 측에서 봤을 때 큰집이다. 큰집이 잘 살고 융성해야 작은집도 도움을 많이 받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벌크선 유조선, 컨테이너선 시장을 망라해 주요 해운시황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며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5대 해운업체에 속하는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이 좌초될 정도로 국내 해운시장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 않나? 수년 째 지속되고 있는 극심한 해운경기 불황으로 당연히 우리 예선시장도 고통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인천항이나 평택항 등의 입출항 척수가 많이 줄었다. 해운 불황으로 일부 선사들의 예선사용료 장기 체납은 당면하고 있는 최대 현안이다.
Q. 예선료 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 대두되고 있지만 해운불황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조합의 입장은 어떤가?
A.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국내 굴지의 해운회사가 해운경기 침체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해운경기가 장기간에 걸쳐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당분간 예선사용료 인상 등을 자제할 생각이다. 고객이 잘 돼야 우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해운사가 나아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해운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는 대로 예선사용료 인상을 추진토록 하겠다.
Q. 제도 개정으로 예선선원들이 모두 선원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달라진 점은 뭔가?
A. 몇 년 전에 아픈 과거가 있었지만 예인선 선원도 선원임엔 틀림없다. 첫 단추부터 잘 못 낀 거지. 예선선원들의 근무형태가 육상근로자와 비슷하다. 근로자와 회사측에서 서로가 편리하도록 선박이 부두에 정박해 있을 때 자유롭게 근무형태를 정해주다 보니 일반 근로자처럼 여겨져 근로기준법이 맞느냐 선원법이 맞느냐는 유권해석을 두고 논란을 빚었다.
예선 선원은 선원수첩을 갖고 입사하고 선원 감독을 1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한다. 선원에 준해서 고용계약도 하고 있다. 헌데 당시(2009년) 국토해양부에서 노동부 소관이라고 유권해석을 난해하게 했고, 노동부에선 ‘우리 일이 아니니 국토해양부로 가라’고 해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선원법과 근로기준법에 각각 또는 이중으로 적용돼 선원관리에 많은 혼란을 야기했으며 노사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됐다.
장갑순 전 이사장의 헌신과 노력으로 지난해 2월5일부로 선원법을 일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돼 회사도 좋고 근로자도 좋은 쪽으로 결과를 가져왔다. 노사 갈등도 해소된 건 물론이다.
지금은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선원을 항해 당직부원으로 의무승선시키도록 한 규정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선원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Q. 과거 예선 노조의 파업이 문제화된 적이 있다. 노사화합을 위한 조합 차원의 사업계획은?
A. 2009년에 부산 울산 마산항 항만예선 노조가 설립되고 곧이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동시 파업에 들어가는 일이 발생했었다. 당시 조합과 정부의 긴밀한 대처로 인천항 등에서 파업이 일어난 항만에 신속하게 예선을 지원해 항만기능 마비로 이어지진 않았다.
당시 파업은 선원법과 근로기준법의 이중 적용에 따른 혼란과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이 주된 요구사항이었다. 이제 적용 법령상의 문제점이 해소됐으며 아울러 조합원사들도 선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학자금을 모두 지원하는 데도 있고, 특별상여금을 통해 선원을 위로하는 곳도 있다.
우리 조합도 선원 복지향상을 위해 몇 년 전부터 우수 직원들을 선발해서 연 1회 해외 시찰 여행을 실시하고 있다. 또 문화적인 측면에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담아서 사진콘테스트를 1년에 한 번씩 열어 포상하는 등 노사가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조합 사업을 추진하는 데 참고하려고 한다.
Q. 항만별로 ‘공동배선제’또는 ‘자유계약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예선서비스 방식을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사장님의 견해는?
A. 이번에 전국항만을 돌면서 보니까 항만별로 특색이 있더라. 어떤 항만은 자유계약제를, 어떤 항만은 공동배선제를, 어떤 항만은 두 제도를 적절히 병행해서 하고 있었다. 항만의 한결같은 요구가 자기들 나름대로의 규칙을 가지고 해나가고 있으니 한 틀에 집어넣으려고 하지 말란 거였다.
자유계약제 위주인 곳이 여수항이다. 방문해보니 자유계약제로 처음엔 요금을 깎아주기 바빴는데 지금은 제 요금을 다 받고 있더라. 예선사들이 다른 곳에서 계약한 걸 무리하게 뺏지 않고 계약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서로 고객을 가로채지 않는다는 신사협정도 맺었다고 한다. 출혈경쟁을 하면서 싸우다 시장이 정리가 된 거지.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웃음)
공동배선제가 모범적으로 되는 곳은 부산항과 울산항이다. 울산항은 테일링이란 특수작업이 있는데, 업무량을 원탁 속에 올려놓고 모든 업체들이 공동배선을 하는 식으로 모범적으로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
인천항과 평택은 공동배선제와 자유계약제를 적당히 병행하고 있다. 수요자(선사)와 계약을 맺어서 자유계약제를 만족시키고 그렇게 계약 못하는 곳은 공동배선제를 해서 업무량을 배분하고 있다.
Q. 조합의 노력으로 많은 예선업체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상황이지만 아직 비회원사 10여곳이 활동 중이다. 비회원사의 현황과 조합 가입 유도 대책은?
A. 현재 국내 예선업체는 60개사 230척이며 우리 조합 회원사는 49개사 217척, 비조합원사는 11개사 13척에 이른다. 최근에 목포항에서 4개사가 신규로 가입했고, 비조합원사가 가장 많은 대산항에서도 가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조합은 입탈회가 자유롭다. 조합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조합원은 조합비도 내고 과당경쟁과 덤핑영업, 리베이트를 하지말자는 조합 윤리운영규정에 따라 영업을 하고 있지만 비조합원은 그게 아니다. 이사장이 되면서 조합원사의 권익과 이익을 보호하고 챙기겠다고 했는데, 비조합원사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불공정경쟁을 한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주협회나 해양수산부에 건의를 해서 (조합원사와 비조합원사가) 똑같은 조건 속에서 사업을 영위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사회에서 하지 말라는 리베이트나 덤핑을 해서 조합원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하면 안 되지 않겠나?
전국을 순회하면서 보니 비조합원들도 나름대로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도 있더라. 비조합원이 예선 한두 척을 갖고 있는 영세업체다보니 조합에 가입비를 내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 방문해 ‘조합은 출자금이라 주식처럼 자산으로 보면 된다’고 했더니 가입신청서를 낸 곳도 있었다.
Q. 관계 기관이나 업계에 하실 말씀이 있다면?
A. 과거 예선업은 허가제로 운영됐다. 해상 안전을 위한 필수장비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등록제로 바뀌면서 너무 많은 업체가 등록을 하다 보니 과당경쟁이 생겨나고 과당경쟁을 하다보니 안전을 저해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1995년 항만법 개정과 함께 예선업은 등록제로 전환됐다. -편집자 주) 업체들도 과당경쟁으로 부실화되고 있는 데 이는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무분별한 등록을 막을 수 있는 제도 도입이 꼭 필요하다. 등록기준을 강화한다던가 하는 방안 마련을 위해 정부나 선주협회에서 협조를 해주셨으면 한다.
정부가 해운부대업 등록갱신제를 도입했지만 예선업은 여기서 제외됐다. 등록요건 강화가 어려우면 등록갱신제를 도입한다든가 등록을 할 때 조합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절차를 도입했으면 좋겠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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