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보증기금법이 드디어 발의됐다. 해운보증기금의 설립 및 소관부처, 재원 마련 방법 등을 담고 있다. 정부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정부 계획대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부터 해운보증기금을 통한 해운기업의 자금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의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경북 영주)은 해운보증기금을 신설해 해운기업의 대출상환, 선박 담보가치 등에 대한 공적 보증을 제공토록 하는 내용의 '해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23일 오후 늦게 국회에 상정된 해운법 개정안은 장 의원 외에 김재원 홍문표 김승남 경대수 정문헌 신성범 이채익 이한성 김영주 유승우 박성호 의원 등 11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이날 장 의원은 관련법률인 조세특례제한법, 국가제정법, 부담금관리기본법의 개정안도 동시에 상정했다.
장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은 "해양수산부장관이 담보능력이 미약한 해운업자에 대해 채무 등을 보증해 자금융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해운보증기금을 설치한다"고 명문화했다. 해수부 관할로 기금이 운영되는 셈이다.
개정안은 해운보증기금의 자본금 규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다만 선주협회가 법무법인 광장에 위탁해 진행한 '해운보증기금 설립' 연구용역에서 제시한 2조원대가 자본금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박금융공사나 해양금융공사의 자본금 규모도 2조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장 의원측은 "정부에서 2천억~3천억원 정도를 우선 출연해 기금을 설립하면 2조~3조원 정도는 보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선사들의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이후에 선사들과 금융권의 출연금을 통해 5년 이내에 2조원까지 자본금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금의 재원 마련 방법으로는 정부 및 해운사 금융회사 등의 출연금을 비롯해 항만시설사용료 일부(20%), 새로 신설되는 해운업지원부담금, 장기차입금, 기금운용수익금 등이 제시됐다.
이 가운데 해운업지원부담금은 기금의 재원 조성을 위해 새로 신설되는 것으로, 개정안은 해수부가 해운사를 대상으로 법인세의 50% 이내에서 이를 걷도록 했다. 선사들이 톤세제 도입으로 세제혜택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톤세와 별도로 절감받은 세금의 일부를 해운업 발전을 위해 출연토록 한다는 의미다.
기금이 제공할 수 있는 선박금융보증의 총액한도는 기금의 자본금과 이월이익금 합계액의 20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로 정해졌다. 기금이 초기자본금 2조원으로 설립될 경우 보증한도는 40조원이 되는 셈이다.
개정안은 또 기금의 운용과 관리는 해수부장관이 지정해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신용보증기금과 수협은행 등이 기금 위탁관리기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장윤석 의원은 "해운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8%를 운송하는 산업으로 연간 300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국가 중추 산업임에도 선박금융시스템이 미약한 우리나라는 불황기에 헐값으로 선박을 매각하고 호황기에 고가로 매입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며 "해운보증기금이 설립되면 국내 해운기업들이 불황기에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경기 역행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보증기금법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문제를 놓고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발의된 선박금융공사법이나 해양금융공사법도 아직까지 국회에서 논의조차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계획대로 최근 국회 상황 상 통과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국회가 해운산업의 존망이 걸린 이 법안의 우선처리를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 의원측은 "정부(기획재정부)에서 (해운보증기금 설립에 대한) 입장만 정리되면 국회통과는 잘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국정원 문제가 걸려 있긴 하지만 선사들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을 설득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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