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4 16:48

기획/ 인천항과 부산항 닮은꼴 골칫거리에 ‘끙끙’

인천은 ‘벌크’, 부산은 ‘컨’ 으로 하역사들 난항
부산 북항 통합은 ‘아직 진행 중’

부산항과 인천항이 각각 세계 허브항과 환황해권 허브항을 기치로 내걸고 항만 인프라투자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동량 증대의 ‘행복한 청사진’을 그리면서 선사 유치를 위해 포트세일즈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창립 9주년을 맞은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해 부산항 신항의 4개 선석을 추가 개장, 23개 선석을 운영하면서 명실상부한 동북아 물류 중심 항만으로써 자부심을 갖고 부산항이 글로벌 명품 항만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항만공사(IPA)는 2014년 인천 신항 개장에 대비해 올해 물동량 증대 마케팅 예산을 40억원으로 늘렸다. 항만건설 인프라 사업에 총 1430억원을 배정하며 시설 확충을 통해 허브항만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겉으로는 활기찬 모습이지만 실상 부산항과 인천항 국내 양대 항만의 하역사들은 터미널 공급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인천항은 벌크 터미널로, 부산항은 컨테이너 터미널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 북항 ‘배고프다’

지난해 7월 벌크 화물을 취급하는 인천 북항은 17선석을 전면 개장했다. 당시 북항은 인천항의 물동량 증대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물동량 저조로 북항내 하역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북항은 만성적인 체선과 체화의 문제를 안고 있던 내항에 대한 차기 대안으로 지난 2010년 건설됐지만 중국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평택항으로의 물동량 이전으로 물동량 감소폭이 커졌다.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해 북항에서 손을 뗀 업체도 있다. 북항 쌍용부두의 운영사인 KCTC는 지난해를 끝으로 3년 만에 인천항에서 사업을 접었다. 인천항에서 북항 터미널만을 운영하고 있던 KCTC는 그동안 손실을 보더라도 부두운영을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했다.

인천항에서 손을 떼기에는 수도권 관문인 인천항의 입지를 고려했을때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KCTC도 수십억원의 손실을 보고 난 후에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공급과잉으로 바닥까지 내려간 하역료로 수익성이 악화된 북항의 하역사들은 내항 재개발로 공급이 줄어들길 바라고 있다. 인천 북항의 한 하역사 관계자는 “내항 재개발에 대한 대책 없이 북항이 개장 돼 공급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항 하역사들은 사정이 다르다. 내항에서 일군 터전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대체부두 등의 대안 없이 재개발을 강행하게 되면 내항의 기능이 타격을 받게 된다. 1, 8부두 재개발과 관련, 항만종사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으로 내항 재개발은 ‘뜨거운 감자’다.

내항의 한 하역사 관계자는 “북항 물동량이 줄어들자 북항의 운영사들은 내항 재개발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재개발이 이뤄지면 내항의 하역사들은 생계를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신항 건설, 인천항 제 2의 부흥기 될까?

인천항의 벌크 부두 공급과잉은 컨테이너 부두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인천항이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만TEU에 못 미쳤다.

인천항은 전체 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교역물동량 감소로 전년 대비 1.4% 감소한 197만TEU를 기록했다. IPA는 당초 물동량 200만TEU달성을 목표로 잡았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물동량 증가세도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물동량 증가가 받쳐주지 않은 상태에서 2014년 인천 신항이 개장 되면 컨테이너 터미널 공급과잉으로 남항의 부진을 면치 못할 수 있다. 인천항의 숙원사업이던 인천 신항 1-1단계 컨테이너 부두는 총 6개선석(1600m) 규모로 공칭능력은 연간 100만TEU다. 인천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공급이 2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인천 남항의 한 하역사 관계자는 “물동량은 현재의 터미널 공급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며 “신항 개장의 시기를 물동량에 맞춰 고려해 늦춰야지 그렇지 않으면 남항의 운영사들은 물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인천 신항은 2010년에 터미널 운영사업자로 선광과 대한통운이 선정된 뒤 올 하반기 개장할 예정이지만 운영사들의 시설 착공과 IPA측의 정부 조달문제 등의 이유로 공사가 지연돼왔다. 

그러던 중 대한통운이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 업계는 인천 신항의 매력이 없기 때문에 대한통운마저 손을 뗀 것 아니냐며 추측하기도 했다.

인천항의 현재 물동량 증가추세로는 공급과잉으로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대신 입찰 2순위였던 ㈜한진 한진해운 KCTC 컨소시엄이 신항의 우선협상자 자격을 이어받아 본 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인천 하역업체 관계자는 “지금의 물동량 증가추세로 봤을 때 인천 신항에 투자하기에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항로 증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형 선박이 기항할 수 없어 공급과잉만 야기하고 3천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액을 회수하기는 어렵다”고 귀띔했다.

IPA측은 “대한통운이 기한 내에 절차를 밟지 않아 자격을 박탈했다”며 “3월초 한진 컨소시엄이 계약을 마무리 짓고 상반기 내에 착공할 예정으로 내년 하반기에는 선광이 먼저 운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측은 수요와 공급을 비교했을 때 신항 개장을 늦춰야한다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인천항이 처음에 신항 운영사 선정 공고를 할 때 물동량 200만TEU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물동량 증가 수준을 따졌을 때 2014년 개장은 공급초과를 유발하니 기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천 남항, 부산 북항의 ‘평행이론’

인천항 남항과 신항의 컨테이너 부두 공급 문제는 기시감이 들게 한다. 이미 부산 북항과 신항간에 불거진 공급초과 문제를 인천항이 바통을 물려받은 듯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항은 북항 재개발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항이 개장되면서 북항 컨테이너 터미널 하역사들을 ‘넉다운’ 시켰다. 터미널 공급초과로 물동량 경쟁에 뛰어든 북항 하역사들의 출혈경쟁은 하역료를 곤두박질치도록 만들었다. 물동량은 물동량대로 신항으로 대부분 넘겨줘 신항은 대부분의 터미널이 배고픔 없이 화물을 처리하고 있는 반면, 북항은 물량이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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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1700만TEU를 처리했다. 2011년에 비해 5.2%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 물동량 증가의 빛은 온전히 신항의 차지였다.

신항은 942만TEU를 처리해 전년대비 22% 증가한 모습인 반면, 북항은 10% 감소한 757만TEU를 처리했다. 북항의 모든 운영사들의 물동량 성장률은 뒷걸음질 친 반면, 신항의 운영사들은 모두 증가했다.

북항에서 가장 큰 물동량 감소를 보인 자성대부두는 지난해 129만TEU를 처리해 전년대비 13% 감소했으며 감만부두와 우암부두도 전년대비 각각 12%, 11%의 하락세를 보였다.

신항의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은 지난해 그랜드얼라이언스(GA)를 유치하면서 전년대비 31% 증가한 121만TEU를 처리했다. 현대부산신항만(HPNT)도 198만TEU를 처리해 전년대비 26%나 성장했다.

물동량이 대거 신항으로 이전하면서 북항의 터미널 공급초과 현상은 더욱 커져 하역료 인하와 더불어 터미널 임대료 부담은 하역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이 때 터미널 부두운영사들의 통합은 하역료와 임대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편으로 제시됐었다. 

감만-신감만 부두 통합에 신선대부두도 참여 ‘고려’

부두 통합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감만-신감만 부두 통합은 더딘 진행을 보이고 있다. 감만부두-신감만부두 운영사인 세방, 인터지스, 한진해운, 동부익스프레스는 올 초 출범을 목표로 지난 9월 통합에 합의했다.

북항 최대 부두였던 자성대부두(한국허치슨)와 신선대부두(대한통운부산터미널)의 처리물량이 급감한 상황은 더욱 감만-신감만 부두의 통합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지만 운영사간의 이해관계로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감만부두는 지분을 참여하고 있는 선사 에버그린이 통합회사 설립에 대한 입장을 좁히지 않으면서 통합에서 제외된 상태다. 선석과 물동량을 기준으로 한 지분율 조정을 두고 운영사간 불협화음이 지속되면서 올 초 설립을 예상했던 통합회사는 빨라야 상반기내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합과 관련해서는 다른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도 보인다. 감만-신감만 부두의 통합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감만 신선대부두의 통합이 거론되고 있다. 대한통운측은 통합에 대한 세부사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통운은 지난해 GA의 유럽항로와 북미항로를 신항에 내주면서 연간 100만TEU에 달하는 물동량을 신항에 내준 바 있다. 신선대부두는 전체 물량의 40% 수준이 신항으로 옮겨가면서 처리능력의 반이 놀고 있는 상황인 데다 항만인력 구조조정에 난항을 겪고 있어 통합 물망에 올랐다.

또 하반기에는 일본 NYK, K라인, MOL 3곳이 공동운항하는 남미노선과 중국 코스코와 함부르크수드, NYK가 공동운항하는 뉴질랜드 노선도 신항으로 이전될 것으로 알려져 타개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업체들이 통합에는 뜻을 같이 하고 있지만 지분율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당초 예상보다 (통합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신선대부두도 통합 참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운영사들의 의견을 모아 감만-신감만부두만 통합할 지 전체 통합으로 갈 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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