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또다시 만났지만 결국 남북 경협 활성화를 견인하는 것은 바
로 물류분야의 협력증진일 것이다. 남북을 잇는 물류 로드맵이 제대로 가동될 시 남
북 경협은 그만큼 엄청난 탄력을 받을 것이며 남북통일을 보다 앞당길 수 있을 것으
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반도 종단철도(TKR)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한반도 종단철도와 중국횡
단철도(TCR)의 연결이 목전에 온 듯 하면서도 정치적, 군사적으로 걸림돌이 돼 협의
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물론 이 철도물류체계의 구축은 한국, 중국,
러시아의 현안으로 막대한 돈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결국 동북아 물류체계를 획기적으
로 개선키 위해선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인 것이다.
남북한간 물류협
력에 있어 교류확대에 따른 물동량 운송을 위해 가장 접근하기 수월한 것이 남북한
해상운송부문이다.
해상운송부문의 남북교류는 지난 1991년 12월 제 5차 남북 고위급 회담에
서 철도 및 도로연결과 함께 해상항로를 개설키로 합의함으로써 그 가능성이 가시화
되기 시작했다. 또 그 이듬해 9월에는 제 6차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양쪽은 인천항,
부산항, 포항항과 남포항, 원산항, 청진항 사이의 해로를 개설키로 합의한 바 있
다.
하지만 실제로 남북한 컨테이너 정기항로가 개설된 것은 지난 1995년 10월
부산~나진간을 잇는 동룡해운의 추싱호가 투입된 것이 시초다. 2002년 2월에는 인천~
남포항간에도 컨테이너항로가 개설됐다. 이같이 시작된 남북한간 해상운송은 북한산
해사의 도입에 따른 물동량 증가 등으로 2000년대들어 크게 활성화됐다.
하지만 지난 2004년 5월 28일 남북한 해운합의서가 체결되고 다음해 8월 5
일 발효되기 이전까지는 운항여건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 있었다. 남북해운합의서
는 남북한간 해상운송을 상업성의 기초위에서 국제관행에 맞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북해운합의서의 발효를 계기로 한국적선 및 한국선원의 북한내 입항이 가
능하게 됐다. 또 선박통신과 구조·구난관련 사항도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되는 등 남
북 해상운송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따라서 육로를 통한 남북한 교류와 함께 해상운송
도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해상운송 활성화 시급
남북한 해상로에는 컨테이너 정기노선과 부정기 노선이 있다. 현재 운영중
인 남북한 컨테이너 정기노선에는 인천/남포항로의 국양해운 트레이드포춘호 및 부
산/나진항로의 동용해운 추싱호가 각각 주 1항차로 운항되고 있다. 인천/남포항로는
위탁가공 물품 등 남북한 교역물품의 운송에 이용되고 있다. 인천/남포항로에서 처리
되는 주요 화물중 반입물품으로는 의류, TV 등 임가공품과 농산물이 있으며 반출품으
로는 가공용 원부자재 및 지원물품을 들 수 있다. 아울러 부산/나진항로는 남북한 교
역보다는 한중 교역의 중계노선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동북 3성(랴오닝
성, 지린성 및 헤이룽장성)의 경우 동해·태평양 출구가 없는데, 나진항이 그 역할
을 부분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31개사에서 43척의 부정기선을 투
입하고 있는데, 주로 모래운반선 및 이와 관련된 예·부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남강해운은 투발루 선박과 중국선원을 이용해 부산-청진항로를 2004년 하반기부터 부
정기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선박운항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04년이후에는 증
가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2004년 편도기준 운항횟수는 2,124회였으나 2006년에는
8,401회로 2년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횟수의 증가는 주로 인천~해주사이의
모래 물동량 증가에 기인된 것이다. 선박운항노선은 공해상을 거치는 항로를 채택하
고 있기 때문에 운송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또 입출항 수속이 복잡할 뿐아니라 야간
에는 입출항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해운전문가는 지적했다.
지난해 항만을 통한 남북한 교역 반출이 83만톤 반입이 1,482만톤으로 모
두 1,565만톤에 달했다. 반입 물량이 반출물량보다 월등하게 많은 이유는 해주산 모
래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 교역에 있어 인천항은 가
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2006년 기준 인천항 남북교역 물동량은 1,338
만톤으로 전체 남북교역 물동량의 85.5%를 차지했다. 인천항 이외에도 남북교역에 중
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항만으로는 군산항, 목포항, 울산항 등이 있다. 이들 항
만을 이용하는 품목은 곡물, 비료 등으로 제한돼 있으며 전체 반출입 물동량에서 차
지하는 처리비중도 1~2%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와함께 2006년 컨테이너화물 수송
실적은 12,329TEU였으며 그중에서 64.4%에 해당하는 7,945TEU가 인천~남포항로에서
수송된 것이다. 인천항을 통해 처리된 남북교역 컨테이너가 7,945TEU이었던 셈이
다.
남북항로의 컨테이너화물 수송량은 지난 수년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
다. 전체 남북교역의 급속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화물의 증가율이 낮은 이유
로는 남북교역의 증가가 주로 모래, 흑연 등 광산물 반입과 개성공단의 활성화에 따
른 조립·가공생산 원부자재 및 공단 건설자재의 반출과 완제품 반입증가에 의해 주
도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광산물의 경우 화물의 특성상 컨테이너화가 거의 이뤄지
지 않고 있으며 개성공단과 관련된 반출입 화물은 화물차에 의해 수송되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럼에도 불구 인천~남포항로의 2006년 컨테이너물동량은 전년대비 26.7%
나 증가했는데, 이는 향후 양측 수도권 상호간의 물동량 증가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
으로 볼 수 있다고 KMI의 정봉민 선임연구위원은 밝혔다.
해상운송 수요부족
남북한 해상운송체계에서 문제시되는 사항을 보면 첫째, 해상운송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동안 남북한 운송은 대북 지원물품의 반출 및 해주
산 모래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통상적인 상업적 거래목적의 화물수송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는 물론 북한의 시장경제 도입 및 개방이 부진한데 따른 것이
다. 향후 북한이 시장경제체제 도입을 확대함으로써 비교우위부문의 특화에 기초한
국제분업체제를 강화해 나갈 경우 수송수요는 증가될 전망이다.
둘째로 해상운송체계의 구축에 있어 정치·외교적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윤동기에 기본을 둔 합리성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례
로 항로를 개설할 경우 화물의 집화 가능성과 운항거리를 감안해 여러개의 항만을 순
차적으로 기항하는 항로를 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북항로는 각각의 한 항만을
왕복하는 시계추 서비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남북한간 취항선박이 일본, 중국
등 제 3국에 취항하는 문제 및 남북한 반출입 화물의 제 3국 환적 등의 문제가 제약
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제약의 해소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셋째로 북한항만의 시설 및 장비의 부족과 노후화로 선박 기항에 제약이 있
을 뿐아니라 하역 효율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북한의 재원 조달 능력
의 한계를 고려할 시 대부분 남한에서 해결해야 될 것으로 판단된
다.
넷째로 북한 항만의 입출항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문제
가 있다. 이는 남북 경협과정에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북한 해상운송체계는 매우 폐쇄적이며 상업적 고려보다는 정치·외교적 고려
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이같은 해상운송체계에서는 물류의 효율화와 채산
성 제고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항로 개
설 및 운영의 자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일본·러시아 항만과 연계
또 남북항로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제 3국 항만과 연계하는 것도 허용되
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항로를 국내 연안항로에 편입 내지 통합함
으로써 개설 및 운영을 자유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북해상운송체계가 기존
의 국내 연안운송체계와 통합될 경우 항로별로 다수의 항만들을 순항하는 형태의 정
상적인 항로로 변화될 것이며 운송거리도 늘어나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화물
의 확보가 용이해지게 될 뿐더러 장거리 운송에 비교우위를 가진 해상운송의 특성을
살릴 수 있어 채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남북한 해상운송의 활성화는 경협에 따른 물류의 효율화와 물류비용의
절감을 가져옴으로써 남북경제의 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항로별로 보
면 서해안에는 정기항로로 인천항과 남포항을 연결하는 항로가 운영되고 있으며 해주
산 모래 반입을 위한 부정기항로도 다수 운영되고 있다. 인천~남포 정기항로의 경우
현재 취항하고 있는 국양해운의 트레이드포춘호는 매주 왕복 1항차 서비스를 하고 있
다. 해당선박의 인천~남포간 운항시간은 약 22시간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주당 5일정
도는 항만에서 정박·대기상태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또 해당선박이 2006년중 수
송한 물동량은 7,945TEU로 항차당(편도) 수송량이 76TEU에 불과해 적재능력 253TEU
의 30%정도였다.
이같이 인천~남포 정기항로의 경우 운항시간 및 적재능력면에서 많은 여유
가 있다는 것이다. 운항시간 및 적재능력 면에서 여유가 있다는 것은 해당선박이 그
만큼 비효율적으로 운항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기
항 항만을 해주, 송림 등으로 확대하여 화물을 추가로 기항함으로써 개성공단 화물
을 확보하고 남한의 경우도 인천항 이외에 평택 등 기타 항만을 추가로 기항함으로
써 배후지의 화물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가항만의 기항에 있어선 엄밀한 채산성 검토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동해안에
는 부산항과 나진항을 주 1항차 왕복하는 정기항로가 개설돼 있으며 부산항과 청진항
간을 연결하는 부정기항로도 운영되고 있다. 부산~나진항로에 취항하는 추싱호의 경
우 편도 항해시간이 48시간 내외이므로 일주일 중 4일은 해상에서 나머지 3일은 항만
에서 보낸다. 항만에서 보내는 3일은 다소 많은 것으로 판단되며 재항시간의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추싱호에 의해 수송된 화물은 4,384TEU로 항차당
(편도) 42TEU에 불과했다. 이는 적재율 42%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산~나진 정
기항로의 경우 운항시간과 적재능력에 여유가 있으며 화물의 추가 확보를 위해 기항
항만수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진 이외
에도 물동량 확보 가능성을 검토한 후 흥남항, 청진항, 원산항 등을 추가로 기항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청진항의 경우 기존의 부산~청진 부정기항로를
부산~나진 정기항로와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두 항로 모두 현 단
계에서는 충분한 화물의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서해안과 동해안의 남북항로 경우도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인근국가
들과 연계·확장함으로서 범동북아 해운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항로확장은 한반도의 물류중심기능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KMI의 정봉민 선임연구위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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