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8 10:52

국토해양부 국정감사, 해양 예산 감축 '질타'

인천공항 지분 매각, 캠코 선박펀드도 도마 올라
27일 열린 국토해양부 해운물류 부문 국정감사에서 권도엽 장관과 김희국 차관 주성호 물류항만실장 등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올해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선 해양수산부 폐지 이후 줄어든 해양 부문 예산과 인천공항 지분 매각 추진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27일 국토해양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해운물류부문(제2차관) 국정감사에서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은 “국토부가 편성한 내년도 해양부문 예산 요구액은 전년대비 4568억원 감소한 1조8591억원에 그쳤다”며 “국토부 내년 전체예산 대비 9.2%에 불과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9년을 제외하고, 국토부 전체예산 중 해양부문의 예산비중은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5년간 해양부문 예산이 16%나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해양 예산 4500억 감소

권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토해양부에 해양은 없고, 4대강만 있는 것 같다”며 “인사건 예산이건 해양부 폐지 이후 해양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여론이다”고 질책했다. 그는 “올 한해 4대강 예산 중 국토부만 쏟아 부은 예산이 6조8천억원으로 해양부문 예산의 무려 3배에 달한다”면서 “정부가 4대강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이제 보다 넓은 바다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도 현 정부의 해양홀대에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장 의원은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예산과 인사를 통해 볼 수밖에 없는데 부산 지역에선 해양정책이 실종됐다고 말하고 있다”고 꼬집고 “이 정부가 이렇게 홀대하면 해양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전체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대비 해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1.2% 2008년 10.2% 2009년 9% 2010년 7.8% 올해 7%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고 근거 자료를 제시하며 “민간에선 2020년 목표로 세계3대 해운국을 달성하겠다고 하는데 정부는 예산을 줄이고 있다”고 비꼬았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MB정부 출범이후 해양수산부가 폐지되고 해양분야가 국토해양부로 이관되면서 국토해양부가 4대강사업이나, 주택, 교통 문제 등에만 집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해양분야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졌다고 본다”며 “해양분야는 국토나 교통분야처럼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분야이며, 전 세계적으로 해양분야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도엽 장관은 “부산 신항 건설이 완료되면서 관련 예산 4천억원이 줄었다”고 해명한 뒤 “지금도 (해양 부문을) 신경 써 왔는데 앞으로도 더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최규성 의원은 “인천공항공사는 공항운영 인력의 88%가 이미 아웃소싱 돼 있으며, 개항 후 현재까지 연평균 11%의 매출 성장과 연평균 18%의 영업이익 성장을 이뤄내며 급성장 중에 있다”며 “인천공항지분매각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은 56%로, 찬성하는 여론 15%에 비해 4배 가까이 높은데도 국민의 의견은 무시하고 인천공항 매각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김희철 의원도 인천공항 지분 매각 철회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지분매각 시 정부가 51%의 지분을 갖고 외국인에게는 30%의 지분총량을 제한하기 때문에 지분매각으로 인한 경영권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상법상 3%의 지분을 가진 주주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주주총회소집 요구나 안건요구가 가능해져 공항서비스 세계최고인 인천공항의 경쟁력 있는 내부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100% 정부지분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부가 이익금 배당을 받아 국민들에게 재분배돼 국민 전체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며 “인천국제공항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소유하는 공공이자 국민의 공항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지분매각 계획을 전면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은 “세계적으로 평가가 우수한 홍콩 첵랍콕 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은 인천공항과 마찬가지로 100% 공기업이다. 특히 첵랍콕공항은 한 때 민영화하려다 민영화하면 이용료가 올라가 허브화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점을 뒤늦게 인식해 2007년 포기했다”는 말로 인천공항 지분 매각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캠코 선박펀드 중소선사 확대해야

이날 국감에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진행 중인 구조조정 선박펀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캠코 선박펀드로 매입한 27척 중 24척이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한해운 등 대형선사로 중소선사는 흥아해운 3척에 불과했다”며 “국토부는 중소선사는 금융기관의 대출기피로 어쩔 수 없었다는 궁색한 답변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출도 어려운 중소기업은 외면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대기업만 챙기는 행태가 과연 공정사회 공생발전인가 의문이 든다”며 “올해 캠코 선박펀드는 중소선사 선박 매입 확대를 통해 말 뿐인 공생발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부산신항의 수심 문제도 언급됐다. 현 기환의원은 “현재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이라고 불리는 1만TEU급 선박의 입항을 위해선 여유수심이 최소 16m 이상이 돼야 한다”며 “부산 신항 수심을 17m로 증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부산 신항은 예산 100억원이 투입돼 15m에서 16m로 증심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12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현 의원은 또 고려대학교 채이식 교수가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2표만을 얻고 떨어진 것과 관련해 국토부의 대응부족을 문제 삼았다. 현 의원은 “이번 IMO 사무총장 입후보 결정 이후 일본은 차관이 직접 지휘한 반면 우리는 장관이 직접 나서서 선거를 진두지휘하지도, 선거지원을 위한 일체의 노력도 없었으며 담당 실장을 파견하는데 그쳤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과 홍일표 의원 등은 정부의 LNG 화물차 전환 사업이 표류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지난 2008년부터 추진된 LNG 화물차 전환 사업은 개조 대수가 목표치인 4500대에 한참 못미치는 168대에 머무는 등 관련 사업이 화물차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455억원이 책정된 예산도 5.6%인 25억5천만원이 집행되는데 그쳤다. 그결과 정부는 지난 9월20일 이 사업을 폐지하기로 최종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일표 의원은 “이번 일은 수요예측과 시장 여건을 정밀하게 고려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화물차나 제작업체의 추가피해 방지와 예산낭비를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여옥 의원은 내년 3월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위그선의 안전성을 우려했다. 전 의원은 “위그선은 이미 60년대에 러시아에서 개발됐지만 안전성 문제로 상용화에 실패했다”며 “위그선은 레이더에 탐지가 안되고 여러 위험요소가 있어 안전성 검증을 철저히 하고 상용화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위그선이 항계 안에서 운행할 경우 최고 12노트로 속력을 제한하고 있어 기존레이더로 탐지가 가능하지만 항계를 벗어나 시속 180km로 운항하게 되면 레이더 탐지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은 “일반 선박은 선박 자동식별장치가 대부분 부착돼 있지 않아 위그선에서 식별이 어려워 충돌에 빠른 대응이 어렵다”며 “국토부측도 전 세계 어느 누구도 위그선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 변웅전 의원은 태안 지역 유류오염 피해민들에 대한 배·보상 문제를 지적했다. 변 의원은 "손해 배·보상 청구에 대한 사정률은 사고 3년 반이 지나서야 겨우 절반(61%) 정도가 이뤄졌고 배상금액 대비 사정금액은 5.3%에 불과하다"며 "증빙서류가 부족한 맨손어입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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