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1 12:00

부산항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下)

신항 개장, 동북아허브 정조준…하역료 덤핑 해결과제
<지난주에 이어>

부산신항 조감도

●●●부산신항은 지난 1995년 21세기에 대비한 동북아 국제물류 중심항만(Hub Port)의 개발을 목적으로 건설이 시작됐다.

기존 북항 체제로서는 향후 증가하는 물량 수요를 처리할 수 없었기에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 북안,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웅동만 일대를 국비와 민자(국비 4조1740억원, 민자 4조9800억원)를 투자해 2015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 아래 건설됐다.

주요 사업 내용으로는 정부측은 방파제 건설, 다목적 부두 1선석, 컨테이너 부두 4선석, 도로 및 철도 시설을 건설하고 민자로는 25선석의 컨테이너 부두가 건설된다. 즉 부두 건설 사업이 완료되면 부산신항은 기존의 부산북항을 뛰어 넘는 규모로서 컨테이너부두 30개 선석, 항만 및 배후물류부지 1071만㎡(324만평)을 자랑하는 메가포트로 변신하게 된다.

▲ 부두현황

지난 2006년 1월19일 역사적인 3개 선석 개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부산신항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조기 개장한 3개 선석은 처음 PNC(부산신항만주식회사)에서 운영하다 싱가포르 PSA와 우리나라 한진이 구성한 컨소시엄으로 운영권이 이관됐다.

이 부두는 컨테이너선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1만TEU급 이상의 선박이 접안 가능한 16m 이상의 안정적인 수심을 갖추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PNC는 현재 5만t급 6개 선석 만으로 운영하고 있다.

부산신항은 개항 이후 매년 신규 부두의 건설 완공으로 2011년 7월 현재 총 18개 선석이 운영되고 있다. 2006년 1월 개장 이후로 부두 운영사들의 부단한 노력과 깊은 운항 수심 및 여러가지 지정학적 장점을 바탕으로 부산신항은 매년 급격한 컨테이너화물 처리실적을 거두고 있다.


부산신항은 2006년 개장시만 해도 수출입, 환적을 포함한 화물 처리 실적이 불과 23만7710TEU에 불과해 항만 종사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차츰 물동량이 중가해 2007년에는 57만9168TEU, 2008년 157만9350TEU, 2009년 269만791TEU를 달성했고 지난 해에는 무려 548만4595TEU를 처리하게 됐다.


한때는 화물도 없는데 괜히 아까운 세금을 낭비해 건설했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부산신항이 당당히 기존 부산북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형 메가포트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이런 부산신항의 대단한 성공 뒤에는 하역료 덤핑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항만 산업 전체를 어렵게 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즉 대외 신규 항로를 개발해 신규 물동량을 창출 한 것이 아니라 기존 북항 물량을 빼서 신항으로 위치만 바꿔 놓은 것이란 오명을 듣게 된 것이다.

▲ 배후물류부지 현황

부산신항의 본격적인 개발에 맞추어 고부가가치 화물 창출형 항만으로 육성하기위해 부산항만공사(BPA)와 정부가 공동으로 매입한 부산신항 북항 배후물류부지는 총 36만4천평의 규모로서 사업능력, 자금조달계획, 화물창출능력 등 을 평가해 운영 업체가 선정됐다.

지난 2007년 7월 부산신항 북항 배후물류단지 첫 입주기업으로 부산국제물류(BIDC)가 선정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부산국제물류는 국내기업인 대우로지스틱스와 일본의 DAT-재팬, 후쿠오카운수, BIDC-재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들 글로벌 기업으로서 총 111억원을 투자해 산토리 와인 및 우찌다 양행의 가구류 부품을 물류센터내에서 조립 가공해 재수출 하거나 수입된 제품을 분류 및 라벨링해 중국 및 일본에 수출했다.

이 같이 부산국제물류의 부산신항 진출에 많은 물류기업들이 동기부여 받아 매 회 실시됐던 배후물류부지 입찰은 높은 경쟁력을 보여 많은 기업들이 부산신항으로의 새로운 사업 이전을 도모하는 계기가 됐다. 부산국제물류가 복합물류업 운영을 위한 물류기업으로 첫 입주한 이래 올해까지 1,2,3 단계서 총 21개 기업이 입주해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3단계 신대륙물류와 4단계 9개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부산신항 배후 물류부지 내 첫 입주 당시만 하더라도 제반 인프라 시설의 부족과 선사의 신항 입항 꺼림 현상, 기존 북항과 연결 셔틀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서 당시 진출한 물류기업은 상당히 운영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2009년 5월 한진해운신항만터미널의 개장 및 본격적인 운영에 힘입어 신항으로의 물동량은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존 부산북항에서 한진해운이 처리하던 화물이 대략 연간 150만TEU에 육박했는데 이 화물이 고스란히 신항으로 이전하며 심각한 물량 부족현상으로 존폐의 위기에 몰렸던 신항은 급격히 살아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한 이후 현대상선신항터미널의 잇따른 개장으로 전년도에는 기존 부산북항과 화물 처리량이 거의 대등하리 만큼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고 올해는 북항을 뛰어넘어 새로운 신항시대를 이끌 전망이다.

▲ 해결 과제

좁은 국토면적에서 변변한 원자재 하나 없이 전 세계를 상대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야만했던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속에서 수출 위주의 경제정책 아래 지난 수십년 동안 지속해온 부산항의 역할은 우리국가 경제발전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우리나라는 작년 8915억달러의 무역규모를 달성해 명실공히 세계 9위의 무역국가로 올라섰으며 무역규모가 지난 1988년 1천억달러에서 올해 예상 1조달러까지 늘어나는데 불과 23년 만에 돌파가 예상돼(프랑스, 영국, 네델란드는 30년 소요) 현재의 수출 증가율을 감안하면 2~3년 이내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5대 무역대국에 올라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급격히 커져 가는 국가 경제 규모에 맞게 늘어나는 물동량을 원활히 처리할 수 있는 항만건설에 국가 및 각 지자체는 지금도 끊임 없이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세밀하지 못하고 장기적 안목을 반영하지 않은 항만 건설 및 운영 계획에 지금도 곳곳에서 여러 문제점 및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많은 항만 종사자들이 부산신항에서 현재 조속히 해결해야만 하는 여러 현안들을 알아보고 그 해결점을 찾아보도록 한다.


- 부산경남본부세관의 이전 문제

부산항의 개항 이래로 부산 중앙동 일대에는 부산의 대부분의 해운유관업체가 밀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부두를 바로 옆에 끼고 있어 언제든지 긴급상황 발생시 현장에 즉각 도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에 해운회사의 중앙동 소재는 거의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치적 장점도 잠시, E-B/L 등 전자문서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차츰 소수의 기업들이 현위치를 떠나 근무 환경이 훨씬 좋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하고 있다.

부산신항이 개항한 지 올 해로 5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많은 기업들이 신항에 컨테이너 터미널, 물류창고 등의 형태로 진출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신항 남컨 터미널의 개장과 배후물류부지가 완공돼 본격적인 가동을 할 2015년 경이면 지금의 2배 이상의 기업이 신항으로 진출할 전망이다. 따라서 현 중앙동 소재 기업들이 우려하는 바는 부산경남본부세관의 부산신항으로의 이전에 따른 회사 이전인 것이다.

현재 부산경남본부세관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은 북항재개발 구역으로서 연안부두, 국제여객부두와 더불어 재개발이 될 예정이다. 따라서 어떠한 수순이라도 세관은 이전할 수 밖에 없지만 현재 이야기 나오는 바로는 구역 재개발로 인해 본부세관은 4부두 부근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부산세관과 관세청은 부산신항의 원활한 물류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부산신항 터미널내 통관을 지원하는 ‘부두통관 3과’와 터미널 바깥 배후물류부지내 물류기업의 통관지원을 담당하는 ‘통관지원 2과’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양 기관은 기존 북항과 신항의 상호 물동량 증가 추이에 맞추어 부산세관 관할하의 신설세관 설립 또는 통관지원과 증설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 중에 있다. 신항 지역의 세관관할은 부산세관의 관할하에 두는 것으로 규정돼 있기에 많은 물류 종사자들이 염려하는 세관의 지역 외 이전은 없을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 신항과 기존 북항과의 물동량 문제

신항 개항 이후 북항과 신항간의 물동량 과당 경쟁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로서 지난 2010년부터 이와 같은 과당 경쟁은 출혈 경쟁으로 이어져 양항 터미널 운영사의 운영을 극도로 어렵게 하고 있다.

2006년 신항의 개장시만 하더라도 신항이 처리하는 물동량은 전체 부산항물동량의 겨우 2%에 불과해 오히려 신항의 생존을 염려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으나 불과 몇 년만인 작년에는 전체의 45.8%를 차지해 그 성장세가 무척이나 가파르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신항 터미널 운영사의 파격적인 하역료로 인해서 기존의 북항을 이용하던 대형 선사의 물동량이 그대로 신항으로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로 인한 부산항의 하역요율 덤핑 현상은 지난 수년간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가운데 2008년에는 TEU당 5만5750원에서 2010년 4만5820원으로 하락했으며 올 해는 3만원대가 무너진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같은 부산항의 컨테이너 하역료는 미국 LA항의 25%, 일본 주요 항만의 33%, 홍콩항의 40% 수준이며 세계적으로 최악의 하역요율이다.

하지만 이에 반해 오히려 운영사는 2008년 7개사에서 2011년 11개사로 늘어나 그 어려움을 더하고 있으며 향후 공멸의 길로 이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에 반해 세계 주요 항만은 2~3개 대형 운영사 체제로 하역시장이 형성돼 있다. 싱가포르항은 PSA와 JTC 등 2개 터미널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독일 함부르크항은 유로게이트와 HHLA 등 3개 터미널 운영사가 전체 항만 하역기능을 책임지고 있다.

이에 부산항만공사, 각 터미널 운영사 대표들이 모여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그 해결책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지난 1월25일 부산항만공사에서 개최된 간담회에서 한국해양대 남기찬 교수는 “공공성이 높은 항만을 단순히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며 “항만시장도 일반 교통 부문과 같은 공공성을 띄기에 어느 정도 필요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거론 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방안으로는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를 줄여 과당경쟁을 차단하기 위한 공동 운영회사 설립, 터미널 운영사 간 공정경쟁규약 제정,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을 통한 하역료 결정 과정의 정부 개입, 물동량 상한제 실시 등의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다.
또 한국허치슨터미널 조성환 상무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서 부산항만공사가 항만 관리 주체로서 보다 적극적인 조정의 역할을 해주길 요청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번 상반기중 정부대책을 내 놓겠다고 밝힌 가운데 항만 종사자 모두가 심각성을 인식하는 이 문제를 민관학이 함께 모여 공동으로 노력해 조속한 시일 내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해결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부산신항의 항로 수심 문제

부산신항은 가덕도 끝단을 따라서 진해 용원만을 거쳐 출입항을 할 수 있는 항로를 가지고 있다. 현대에 들어선 항만의 입지 선택 시 항로의 수심 역시 아주 중요한 선택 요소로서 갈수록 대형화 돼가는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간 항만 경쟁력 확대에 필수적 요건이 ‘수심의 확대’다. 현재 부산북항의 항로 수심으로는 1만TEU급 이상 대형 선박의 입·출항은 물론이고 8천TEU급 선박도 컨테이너가 가득 차면 간조 시 입항이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에 많은 항만 관계자들이 항로 유지 준설을 정부측에 건의 해 17m 이상의 수심을 유지해주길 요청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상시 입출항이 가능하도록 2016년까지 부산신항의 항로 수심을 17m로 증심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는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부산신항을 이용하는 선박은 1만TEU급 이하가 대부분이고 전 세계 항행 중인 1만TEU급 이상의 선박의 비율이 아직 높지 않기에 지금 당장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재 한창 공사 중인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파나마운하 확장공사가 예정대로 2014년 완공될 경우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은 지금보다 2배로 증가할 것이며 또 지금은 최대 4500TEU의 선박이 통과 가능했지만 향후 1만2천TEU급의 선박이 통항이 가능할 것이기에 미주운항 선박의 대형화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어렵게 쌓은 부산항의 명성을 한참 추격해오는 중국 및 일본의 항만에게 뺏기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빠른 증심 작업을 시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부산항의 역사적 배경과 성장과정, 그리고 부산신항의 개항과 여러 현안 문제점에 대해서 짚어 봤다. 항만이 지금과 같이 유지되고 계속 발전하는 한 이러한 문제점은 항상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결론은 이러한 문제를 애써 외면하지 말고 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로 직시해 문제가 더 불거지기 전에 많은 이들의 도움과 관심을 바탕으로 조속히 해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무역항이자 관문인 부산항을 동북아 최대의 중심항만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모든 능력을 집결시켜야 하며 그래야만 후발 주자인 이웃국가 항만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무역 대국으로 우뚝 선 우리 대한민국의 무역을 책임지는 최고 항만으로 계속 남길 기대한다. <부산=김진우 차장 eaglekjw@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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