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7 17:20

기획/ 동남아 취항 국적선사들, 상반기 ‘내우외환’

<B>겹치는 악재 속 양해해운 전격 철수…하반기 물동량 증가 불구, ‘고전 예상’</B>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파산1부는 양해해운 주식회사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국내 컨테이너선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지난 2001년 조양상선에 이어 2번째다. 해운업계 전체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사례는 삼선로직스, TPC코리아, 봉신, 세림오션쉬핑, 대한해운, 삼호해운에 이어 8번째다.

1985년 해운산업 합리화 이후 24년만에 설립된 신규 컨테이너 정기선사로 관심을 모았던 양해해운은 지난달 10일 이후 동남아항로에서 철수했다. 양해해운이 이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된 데는 지난해 부진과 올해 동남아항로의 시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양해해운은 지난해에 비해 시황이 악화된 동남아항로에서 올 들어 국적선사들과 공동운항을 추가하는 등 원가절감에 힘써왔으나 급등한 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전환배치(Cascade)는 원양항로의 경유지인 동남아항로의 상황을 악화일로로 내몰았다.

대형선사인 E사는 2천TEU급 이상의 규모를 가진 선박 4척을 단독 운항하며 50% 이하의 소석률을 기록함에도 불구, 지속적인 운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전환배치는 결국 운임 하락으로 이어졌고 상반기 내내 운임은 약보합세를 면치 못했다. 안정적인 정시운항과 신뢰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운임 수준이라던 국적선사들의 운임도 최근에는 외국선사들과 그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 동남아항로의 운임 현황을 대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사와 같은 대형선사들은 동남아 취항을 염두에 두고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복과잉은 향후에도 시장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연쇄적으로 속출한 악재가 겹치면서 양해해운을 비롯, 동남아항로 취항선사들은 올 상반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양해해운의 철수로 인한 여파도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으며, 실적 악화에 따른 비용절감의 일환으로 중고 컨테이너를 매각하는 사례도 관측되고 있다.

물동량은 늘었는데 채산성은 바닥

아시아역내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컨테이너가 움직이는 지역이다. 물동량 역시 매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지역을 제외한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국적선사들은 상대적으로 준수한 운임에도 불구, 안정적인 운항을 바탕으로 65~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5월 수출 물동량은 총 43만9659TEU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수입 물동량은 예년에 비해 상승폭이 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3% 신장한 32만3331TEU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말보다는 3~5월이 동남아항로의 극성수기로 인식되고 있는데 반해 올해 3~5월은 물동량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지 못했다. 동남아항로의 물동량을 견인하던 레진의 수출이 돋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진은 중국 경기와 맞물려 주춤했다. 올해 3월부터 쏟아질 것으로 예측됐던 레진은 올해 초 내수 경기 호조에 편승해 물량이 내수로 몰렸다. 그러나 7월 들어 내수 물량이 포화 상태를 보이며 최근 수출 물량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한 선사 관계자는 “최근 레진이 슬슬 수출항로에 풀리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레진이 수출 물동량의 증가 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항만들의 적체 현상도 채산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허치슨사가 운영하는 홍콩의 HIT터미널과 선입선출 식의 선석을 보유한 태국의 PAT터미널은 각각 물동량 처리 능력 부족과 시설 보수로 인해 적체가 극심한 상황이다. 선박들은 해상에서 시간을 허비하며 기름만 낭비하고 있는 실정으로 정시운항과 선사들의 신뢰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편 올 들어 배럴당 113.93달러(4월29일)까지 올랐던 WTI 8월물 가격은 지난 1일 94.94달러까지 밀려 2월 중순 수준으로 돌아갔다. 선박연료유(IFO 380cst)의 가격 역시 최근 소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7월5일 기준 싱가포르산 선박연료유 가격은 t당 638달러를 기록하며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평균 451달러를 기록했던 선박연료유 가격은 상반기 내내 700달러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선사들을 압박했다. 양해해운의 순항을 가로막은 가장 큰 장애물도 유가란 것이 관련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말 선사들은 어느 누구도 올해의 유가를 550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대부분 500달러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으며 일부 선사만이 550달러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잡았을 뿐이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리비아발 유가 폭등은 올해 상반기 선사들이 목표한 계획을 일그러뜨렸다. 오른 유가만큼 할증료가 보전되고 있지 않은 점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유류할증료(FAF)를 내고 있는 화주는 10~20% 뿐이어서 긴급유류할증료(EBS)로 대체해서 부과하고 있지만 EBS만으로는 원가 보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란 것이 선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아시아 역내 정기선 항로 취항 국적선사 상위 10곳 가운데 7곳이 창립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할 만큼 선전했지만 올해는 나타난 실적 상으로나 체감 상으로나 분명 다르다”면서 “올해는 손익분기점(BEP)에 다다르기만 해도 성공한 한 해”라고 시장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선사들 ‘비용절감’ 노력에 중고 「컨」 가격 하락 조짐

이 같은 실적 부진에 따라 일부 선사들은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는 항로를 과감히 철수하며 용선했던 선박을 반납하거나 남는 공 컨테이너를 파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동남아 항로를 축소한 A선사는 기존의 자사 컨테이너(Own Van)와 임대 컨테이너(Lease Van)의 비율을 기존의 6:4에서 3:7까지 조절하는 등 몸 줄이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공 컨테이너 부족으로 인해 고생한 바 있는 선사들은 그 동안 컨테이너 매각보다는 신조에 힘써왔지만 최근 시황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은 노후 컨테이너 매각뿐만 아니라 남는 중고 컨테이너 매각으로 이어졌다. 해운업계 전반적으로 잉여컨테이너가 쌓이면서 컨테이너 신조 가격은 최근 주춤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신조업체인 CIMC는 상반기 말에 대형선사인 B사로부터 발주받은 4만TEU 가량의 신조 물량 이후 수주가 없었다.

올해 초 20피트 중고 컨테이너의 매각가격은 2,3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1,800~1,900달러선까지 떨어지는 등 선사들의 적극적인 컨테이너 매각이 눈에 띈다. 지난해 컨테이너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하며 그 동안 컨테이너 비축에 힘썼던 선사들은 일정량의 컨테이너 매각을 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컨테이너의 감가상각은 최소 10년에서 최대 15년으로 선사들 입장에서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감가상각이 끝난 컨테이너를 되팔아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양해해운이 임대했던 컨테이너들이 속속 시장에 돌아오고 있어 갑작스런 컨테이너 부족이 발생해 임대에 나선다 해도 여유가 있다는 게 선사들의 입장이다. 또한 신조가격이 하락 추세여서 낮지 않았던 매각 대금을 토대로 하반기에 컨테이너 추가 신조에 나서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컨테이너가 남아도는 상황은 아니고 타이트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올해 초에 선사들과 임대업체들이 신조에 나서기도 했고 중고컨테이너 가격도 나쁘지 않아 매각분이 최근 몰리고 있다”면서 “일부 선사는 최근 감가상각이 끝나지 않은 상태 좋은 컨테이너들을 2,400달러선에 매각했다”고 귀띔했다. 실적 개선과 관련, 이 관계자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한 회사들이 선박 매각을 통해 실적에 대한 착시현상을 유발할 수는 있겠지만 공 컨테이너 매각만으로는 어렵다”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반기에도 선복 감축, 서비스 철수 가능성 대두

상반기 드러난 전반적인 문제점 외에도 최근에는 양해해운의 항로 철수에 따른 여파가 동남아항로 취항선사들에게 미치고 있다. 공동운항을 하며 선복 교환을 했던 선사들과 선복 임대를 했던 선사들이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주간 서비스의 항차가 1회씩 줄어들기도 했으며, 동남아행 선복 긴급 수혈에 들어간 선사도 생겨났다. 일부 선복 교환을 했던 선사들은 미수금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화물과 컨테이너가 터미널에 묶이면서 화주들과 컨테이너 임대업체들이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또한 채권을 보유한 금융권에서 동남아를 취항하는 일부 선사에 현황을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는 후문도 있다.

반면 기존에 양해해운이 싣던 물량과 일부 선사들이 철수한 노선의 물량이 시장에 나오며 선사들의 소석률이 소폭 상승하고 있다. 동남아 항로 취항선사의 한 관계자는 “운임 수준이 높지 않아 예상보다 국적선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하다”면서도 “태국 시장에서의 영업 상황은 전보다 호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MI는 최근 발표한 하반기 시황 전망에서 “유럽항로의 초대형선 투입의 영향을 받아 큰 폭의 운임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며, 전년 대비 약보합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도 올 하반기 이 같은 어려움은 선사들에게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복 감축과 서비스 철수는 하반기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을 지닌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역시 물동량으로 인한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유가와 선복과잉은 여전히 해결하기 힘든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올해 들어 2,500TEU급 컨테이너선의 용선료가 지난해 대비 3.5배 가량 상승한 점도 장애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항로처럼 ‘실링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항로이기 때문에 선사들의 자구 노력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난국을 타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은 국적선사들이 당장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추후를 기약하기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항로”라면서도 “국내외로 여러가지 악재가 겹친 올해는 동남아 취항 선사들에게 분명 큰 위기인 것으로 보인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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