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6 16:36

中 해외기업 인수로 기술·브랜드 얻는다

풍부한 외환보유고 뒷받침 해외 M&A 전면에 나서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중국기업의 행보가 거침없다. 풍부한 외환보유고, 정부의 정책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기업들은 당초 자원과 에너지를 확보할 목적에서 이제는 선진 기술과 경영 노하우, 브랜드를 얻기 위해 해외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일본 등 7개국을 대상으로 총 10건의 주요 M&A 사례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역(逆) 마르코폴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역 마르코폴로 효과란 700년 전 마르코폴로가 중국에서 나침반 등 최신 기술품을 세계에 소개했다면 이제는 중국이 해외 투자를 통해 선진기술 및 경영노하우, 브랜드 등 무형자산을 확보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최근 들어 국적 업종을 불문하고 해외기업 사냥에 나선 중국기업들은 기술과 브랜드를 얻는데 혈안이 돼 있으며 중국의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M&A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중국의 징시(京西) 중공업은 자동차 생산기술과 경영노하우를 얻기 위해, 작년 3월 미국 델파이(Delphi)사를 사들였다. 이번 M&A는 징시중공업 지분 25%를 소유한 베이징 시정부의 적극적인 주도로 이뤄졌다. 베이징시가 적극적으로 나섰던 데엔 베이징시 자동차 업체의 부품 조달이 대부분 해외 업체에 편중돼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을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품질과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델파이사 인수를 통해, 징시중공업은 델파이의 생산시설 뿐 아니라 750개 이상의 특허를 단숨에 확보할 수 있었으며 미국 멕시코 폴란드 인도 중국에 진출해 있는 델파이의 글로벌 기지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 M&A는 중국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던 국내 관련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최대 풍력 발전 설비 업체인 골드윈드사는 2008년 4월 독일 벤시스(Vensys)사를 인수해 선진기술 확보는 물론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골드윈드사는 벤시스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해 시장점유율 상승효과가 나타났으며, 올해 전세계 풍력발전 시장 5위에 랭킹되는 등 글로벌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내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R&D(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풍력발전설비 분야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산업에서 중국기업이 급부상하면서 국내기업의 선점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1월 중국의 닝보윈성(寧波韻昇)은 일본 이스즈 자동차 계열의 자동차 부품사 닛코 전기를 인수했다. 닝보윈성은 원래 자동 음악 연주기인 오르골 제조기업으로, 사업이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기술개발의 어려움에 봉착하자 닛코 전기의 지분 80%를 매입했다. 이로써 닝보윈성은 기술 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M&A를 통해 일거에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친환경차 부품 공동 개발도 계획하고 있어 중국 자동차 부품 업체의 기술 향상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8월 중국 2대 가전 전문 유통기업인 수닝(蘇寧)전기는 일본 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얻기 위해 일본의 대표적인 가전 양판점인 라옥스의 주식 27%를 인수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라옥스 인수로 수닝전기는 일본의 상품 진열과 재고 관리, 고객 관리 노하우를 전수받게 됐을 뿐 아니라, 일본 내수 경기 회복에 대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가전의 일본 판매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수닝전기의 라옥스 M&A로 일본내 중국제품의 판매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우리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밖에 브랜드 이미지 확보를 위해 중국의 첸장그룹이 100년 이상의 전통을 보유한 이탈리아 모터사이클 업체 베넬리(Beneli)사를 인수했으며 왓슨(A.S Watson)이 해외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를 위해 독일 3대 약품유통기업인 로스만(Rossmann)을 사들이기도 했다.

코트라 윤재천 지역조사처장은 “중국기업들이 글로벌 위기를 틈타 M&A시장에서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며, “최근 선진국들의 잇따른 경기침체는 우리기업들의 해외 M&A에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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