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9 15:17

중고선박가격 2∼3년내 30% 더 하락할수도

“수요 회복 더딘 상황서 공급 과잉”
해운시황을 반영하는 중고선박 가격이 앞으로 30% 정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해운시황이 최악의 상황을 지나가고 있다는 잇단 분석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중고선박 시장에 거품이 잔존하고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18일 영국의 해운·조선 전문지 로이드 리스트에 따르면 중고선박 값(선령 5년 기준)은 향후 2∼3년간 30% 더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주 원인은 신조 선박의 공급 과잉이다.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호황기 때 주문된 선박들이 인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운 운임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항공·해양분야 최대 투자은행인 시버리그룹(Seabury Group)의 해양부문 총괄 랜디데이는 “수많은 투자은행과 펀드들이 예견했던 대로 최근 선령이 짧은 중고선박의 가치가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며 “은행과 펀드들이 당초 약속했던 투자를 주저한 채 관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랜디데이는 “2002∼2008년 중고선가는 운임 상승률과는 동떨어지게 200%나 올랐다”며 “이는 세계경제의 가장 큰 자산버블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해운·조선 시장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선령 5년, 이중선체 기준) 한 척은 2002년 말 6000만달러에서 2007년 1억3500만달러까지 올랐다. 17만t급 벌크선(선령 5년)은 같은 기간 척당 3050만달러에서 1억5000만달러까지 상승했다. 이후 두 대표 선종의 중고선가는 올해 1월 첫째주 기준으로 각각 8000만달러, 5500만달러까지 하락한 상태다. 경기침체의 여파와 공급과잉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중고선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느냐를 둘러싸고는 전문가들도 전망이 엇갈린다.

삼성경제연구소 배영일 수석연구원은 “(중고선가 하락세는) 향후 수년간은 상승 반전하기 힘들다”며 “로이드 리스트의 분석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놀리고 있는 배(계선)가 10%를 웃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 한해 해체된 컨테이너선은 총 200척, 37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다. 이는 1999∼2008년 10년간 해체된 총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인도 예정인 새 컨테이너선은 해체 총량의 5배에 달하는 180만TEU에 이른다.

반면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연구원은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고선가가 최고치 대비 초대형유조선은 52%, 벌크선은 66% 각각 하락했다”며 “3분의 1 토막까지 난 만큼 저점을 확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선가가 무작정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송 연구원의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 클락슨이 무려 65주 동안 중단했던 중고선가 업데이트를 지난 8일부터 재개한 것도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클락슨은 금융위기 여파로 업황이 악화되자 2008년 10월 월간 및 주간 중고선가 집계 발표를 중단했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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