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30 14:14
지속적 경쟁우위 확보위해 동태전략 도입해야
국내 해운기업, 성공적 기업존속 방안 시급히 마련해야
현존하는 수많은 기업 중에서 어떤 기업을 성공한 기업이라고 하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성공시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기업을 하나의 생산함수로 가정하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단기적으로 특정기업이 평균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더라도 신규경쟁자의 진입과 기존 경쟁자의 대응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초과수익이 평균수준에 접근하거나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점시장을 제외하면 기업이 장기적으로 평균 이상의 수익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는 기업이 평균이상의 수익을 달성하는 경우를 예외적 현상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당수 산업에서 독점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50년, 또는 심지어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신이 속한 산업분야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장기적으로 평균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서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전략이론은 고전학파의 경제논리로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이러한 현상, 즉 특정기업이 장기적으로 평균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를 일반적인 현상으로 인식해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공시키는 요인을 규명하기 위해 도입됐다.
1971년 앤드류즈(Andrews)가 규범론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성공시키는 핵심 전략요인으로 ▲외부여건 ▲내부능력 ▲기업철학 ▲사회적 책임 등의 네 가지를 제시한 이래, 전략이론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발전돼 왔다.
첫 번째 관점은 해당기업이 속해있는 산업의 구조적 특성, 국가 경영환경, 동일한 기업체집단의 밀도나 분포, 정부의 산업정책 등과 같이 기업을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environment: E)이 기업의 성공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기업의 성공요인은 기업의 내부요인보다 기업의 외적요인에 좌우된다. 두 번째 관점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내부의 특수한 자원(resource ; R)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의 대표적인 이론은 자원준거이론(resource-based theory)으로,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자원을 보유하거나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관점은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주체 (subject ; S)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기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의사소통패턴, 전략 및 조직구조 등을 통해 기업의 성공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더욱이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전파시키는 과정에서 조직의 몰입도를 높임으로써 기업의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전략이론들은 각기 환경(E), 자원(R), 주체(S)의 관점에서 기업의 성공요인을 설명하고 있으나, 세 가지 관점 모두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을 설명하는데 한계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급변하고 최고경영자는 수시로 교체되며 기업의 보유자원 역시 변동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산업에서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우위의 지속성을 충분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특정시점에서 기업의 성공요인을 설명하는 정태적 이론은 한계가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업의 성공요인을 규명하는 동태적이론이 필요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길광수 해운연구실장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공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략이론에서 제시한 환경(E), 자원(R), 주체(S) 등 각각의 성공 결정요인들을 상호독립적인 별개의 요소로 고려하지 않고 이를 통합한 동태적 전략이론이 필요하다고 ‘해운과 경영’을 통해 밝혔다.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유지해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환경과 상호작용하게 된다. 이때 기업의 최고경영자(S)는 환경(E)의 의미를 파악하고 환경변화에 적합하거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R)을 활용하거나 창출해야 한다.
경영주체(S)가 환경(E) 변화에 대응해 자원(R)을 활용하거나 창출하는 과정에는 기업 특유의 메커니즘(mechanism ; M)이 형성되고, 메커니즘은 환경, 주체, 자원 등의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기업마다 축적되는 메커니즘은 내용차원의 조정 메커니즘, 과정차원의 학습 메커니즘, 시간차원의 선택 메커니즘 등 세 가지 메커니즘으로 구성된다.
조정 메커니즘은 기업가나 경영자와 같은 의사결정의 주체가 환경변화에 대응해서 자원을 활용해 기업활동을 조정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학습 메커니즘은 주체가 환경변화에 대응해서 자원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학습되는 개인과 조직의 모든 학습능력이다. 선택 메커니즘은 주체가 처한 환경을 고려해 기업이 축적한 조정 메커니즘과 학습 메커니즘을 연계·선택하는 능력을 나타낸다. 기업에서 선택 메커니즘의 기능이 중요한 것은 단기간에 경쟁우위를 확보하기위해 기존의 자원을 활용하는 지식활용 과정과 장기적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자원을 개발하는 지식탐색 과정 간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자 간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국 단기와 장기, 확실성과 불확실성, 효율성과 유연성의 문제를 적절히 조화시킨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환경변화에 따라 어느 메커니즘은 다른 메커니즘으로 대체(선택)되게 된다.
한편 특정시점(t)에서 환경(E)에 대응해 주체(S)가 자원(R)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창출된 메커니즘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면서 진화하며, 각 단계마다 새로이 직면하는 환경에 의해 선택된다.
요컨대 메커니즘 패러다임은 내용차원에서 조정, 과정차원에서 학습, 그리고 시간차원에서 선택이라는 기본구조를 가지며, 환경-주체-자원 간의 상호작용에서 나온 결과들은 피드백 되어 메커니즘을 강화시킨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결과들이 축적될수록 메커니즘은 기업에 따라 전문화·특화·제도화된다. 특히 동일한 산업에서 동일한 초기상태에서 시작한 기업이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학습, 선택과정을 거치므로 기업 간 메커니즘은 격차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메커니즘 패러다임은 주체, 환경, 자원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새로운 동태전략이론이다. 이 이론이 해운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비전 아래 당면한 환경과 가용자원을 활용해 자사 특유의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장기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업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점, 경쟁자가 모방할 수 없도록 지속적인 메커니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메커니즘 혁신을 통해 진정한 경영혁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해운정책 당국에 주는 시사점은 산업정책의 수립과 실행 메커니즘의 차이에 따라 정책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국가별 정책 메커니즘을 철저히 비교·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해운기업들도 SERM 경영체제를 확립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유지함으로써 성공적인 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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