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6 15:22

화주산책/안암모터스 안옥현계장

“CIS지역 거래맺기 힘들지만 맺고나면 평생가죠”
<우크라이나 하리코프 출장 미팅 때 안옥현계장(앞줄)>
●●● 안암모터스는 자동차부품 수출업체로, 동유럽, 독립국가연합(CIS),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미국 등 수출하지 않는 곳이 없다. 거래처만 해도 300군데가 넘는다. 지난 1998년 자동차부품대리점에서 시작한 안암모터스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곳과 거래를 트고 있다. 타이어, 배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고 있다.

안옥현계장은 CIS지역의 해외영업을 맡아 30곳 정도의 거래처를 담당하고 있다. 2006년 이 회사에 첫발을 디딘 안계장은 올해로 벌써 입사 3년차를 맞았다. 러시아어를 전공하다가 해외영업부에서 일하면 러시아인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을 거 같아 수출입업체에 지원했다고 한다.

“제가 맡은 지역이 CIS지역인데, 그 중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와 거래가 제일 많죠. 영업은 영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하고 있는데, 러시아인은 모국어에 대한 자긍심이 강해서 거래할 때도 러시아어를 사용해요. 국내영업이면 자주 외근이 있겠지만, 해외영업이라 주로 전화나 이메일을 이용해요. 1년에 2~3번 출장을 가고, 전시회에 참가해 외국 바이어에게 제품을 홍보하죠.”

경기침체로 인해 자동차 관련업종에도 수출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안계장은 주로 수출품들이 중고차 수리용 부품들이기 때문에 경기가 안 좋을 수록 더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반면, 수입업체에서 지금 같이 환율이 높을 때는 재고를 시장에 풀기 때문에 수출이 둔화 되는 경향은 있다고 한다. 특히 자동차 부품 수출엔 그 나라의 기후나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추운 지역이라, 라디에이터가 엄청 많이 나가요. 이 제품은 쌓아놓고 팔고 있죠. 이 지역은 길이 울퉁불퉁하고 도로시설이 잘 안돼 있어 차체와 바퀴 사이에 장착돼 차량의 흔들림을 줄여주는 쇼크업소버(완충장치)라는 제품도 많이 나가요. 흔히 쇼바라고 하죠.”

해외영업, 거래담당자와 신뢰 쌓기부터

안계장은 무역업체에서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묻자 입사 초, 무역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고생했던 일을 들었다. 대학교에서 배우긴 해도 실무에서는 다르게 쓰이는 경우도 많아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고 한다. 거래처 담당자와 교감을 쌓는것도 힘들지만 중요하다.

“특히 러시아 거래처와는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해요. 무역영업을 하다보면 정말 중요한 점이 담당자와의 교감인데,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게 아니에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CIS지역은 한 번에 계약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거래처가 주위의 소개를 받고, 수출업체가 괜찮은 곳인지 확인한 다음 거래를 해요. 그리고 다른나라의 수입업체는 한국에 굳이 와보지 않는데, CIS지역 수입업체들은 꼭 한국에 와서 거래처를 보고 가죠. 한번은 다른 담당자분이 자리를 비워 대신 일을 맡아서 한 적이 있었죠. A라는 파트너가 있었는데 오더가 들어올 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번갈아 메일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2개 업체인가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우크라이나 업체가 저희 회사를 믿고 거래하기 불안해서 러시아에 있는 기업에 계속 중개를 한 거였어요. 다른 지역은 보통 소개를 하면 바로 직접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 업체는 2년이나 지나서야 담당자 이름을 알게 된 거죠. 이젠 이 지역이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갑니다.”

이렇듯 CIS지역의 수입업체들은 의심이 많은 것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한번 거래를 트면 웬만해선 거래를 끊지 않는다고 한다. 거래를 한번 맺기까지 오래 걸리지만 맺고 나면 평생고객이 된다는 것. 다른 지역의 경우 수입하는 업체가 여러 수출업체에 가격조건을 받아서 부품마다 제일 싼 곳에서 수입을 하는데, 러시아는 한 업체가 마음에 들면 모든 부품의 수입을 그 업체에 맡긴다. 이렇다보니 안계장은 한 번에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영업에 임한다고.

여자로서 무역업계에서 일할때 좋은 점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안계장은 여자라서 좋은 점은 어딜가나 마찬가지겠지만, 남자분들이 잘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 할 때 더 부드럽고, 더 챙겨주시죠. 특히 외국 바이어는 우리나라 남자보다 매너가 좋아요. 해외 바이어 미팅을 위해서 출장을 가면 차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꽃을 주기도 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여성을 더 우대해주기도 하죠.”

반면 해외영업이라고 해서 크게 어려움이 없다는 그. 안암모터스의 영업부는 부장 한 명 빼놓곤 모두 여자직원이다.

첫 출장때 까다로운 러시아 통관 체험

러시아와 무역거래가 가장 많은 안계장은 모스크바와 무역하는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까다로운 통관을 꼽았다. 안계장은 이에 대한 에피소드로 혼자 떠났던 러시아 첫 출장 얘기를 풀어놨다.

“보통 2명씩 함께 출장을 가는데 저는 입사 초 혼자 모스크바로 출장을 가게 됐어요. 보통 코트라의 출장지원 서비스를 받아서 가는데 그때는 어떻게 된 건지 그것도 못 받았죠. 첫 출장이고 모스크바도 처음이라 많이 긴장하고 있었죠. 러시아가 추운지역이라서 두꺼운 점퍼를 2개씩 캐리어에 넣고 갔어요. 세관 직원들이 보기에 키작은 여자가 엄청 큰 짐을 끌고 들어오니까 밀수상인줄 알았나 봐요. 바이어에게 줄 작은 선물로 인사동에서 페이퍼나이프를 20개 정도 샀는데, 검색대를 통과할 때 짐속에 칼이 보이니까 가방을 열어 다 뜯어보라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선물 포장한 걸 다 뜯어 보여줬죠. 다행히 오해는 풀렸는데 문제는 이때부터였죠. 검사를 받을 때 여권을 압수하는데, 다시 돌려받는 걸 잊고 호텔로 와 버린거에요. 호텔에 도착하고 나니 여권을 돌려받지 않은게 생각나더라구요. 러시아는 3일 이상 머물면 외국인도 거주자등록을 해야돼 여권이 꼭 필요하거든요. 결국 밤 12시에 다시 공항까지 가서 여권을 찾아와 겨우 짐을 풀 수 있었죠. (웃음)”

안계장은 물건을 수출할 때 선사를 직접 통하기 보다 포워더를 이용한다. 선사들은 너무 딱딱한 반면, 포워더는 훨씬 서비스가 좋고 세심하게 배려해 주기 때문. 특히 노미네이션(운송사 지정)이 들어오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로 한 곳과 거래를 계속한다. 안 계장은 우연한 기회에 A업체를 이용하게 됐는데, 이 업체와 10년 넘게 거래를 하게 된 이유가 세심한 서비스 때문이라고 한다.

“포워딩업체는 영업팀이 따로 있고, 서류 받는 사람이 따로 있지만, 영업은 친절하게 하다가도 서류 받는 담당자가 딱딱하게 대하면 일하기가 불편해요. 하루에도 3번이상 씩 전화가 오갈 때마다 친절하게 전화를 받으니 작은 일이지만 계속 그 업체를 이용하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안계장은 “무역을 하다보면 서류와 안맞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물건이 안 보내진 경우도 있지만 그게 제 일이고, 무역업체에서 일하게 되면 자주 부딪히는 일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한다.

안 계장은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처음에는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힘들어하고 마음에 담아두게 됐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털어버리게 돼요. 그래도 털어버리지 못할 때는 운동을 하죠. 직원들과 함께 밸리 댄스를 배우고 있는데 춤을 배우다 보면 힘든 게 점점 없어져요.”

안계장은 인터뷰 내내 유창한 말솜씨를 뽐냈다. 이젠 전화받고 수많은 서류 작성하는 스트레스를 무던히 털어버린다고 하는 그를 보며 평소 즐기면서 일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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