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4-26 17:37

[ “북한 나진 경제특구를 다녀와서” ]

그것은 정말 기나긴 여정이었다. 국경이라는 두만강위의 ‘원정교’를 건너
는 시간은 불과 1분이 채 되지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순간이 있기까지
의 노력과 마음설레임의 길이는 그 얼마였든가!
1998년 4월 25일 오전 11시.
우리 장영해운 방북단 일행 3명은 봄빛 따뜻한 두만강을 건너 북한의 국경
통행검사소가 있는 원정리에 첫발을 디뎠다. 비록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갈
등으로 어언 반세기동안 갈라진 남북이지만 조국의 산하는 어느 것 하나 다
를게 없는 개나리 활짝핀 봄 풍경 그대로 였다.
지난 94년, 남북경제협력의 물꼬가 트여 해운에 있어서도 남북 교류가 필연
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라는 생각에 일본에 있는 친북무역업체를 통해 조심
스레 우리측 의사를 타진하고 협의에 들어갔으나 곧이어 불어닥친 북한의
핵문제로 야기된 긴장의 여파로 진행되고 있든 모든 협의가 중단되고 말았
다. 그로부터 3년 뒤.
계속되는 북한지방의 자연재해로 북쪽의 심각한 식량부족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 올랐고 국내에서도 대북한 지원문제가 다시 크게 대두됐다.
그러나 연전에 있었던 구호물자수송 국적선의 인공기 사건 등 예측불허의
북측 분위기와 이산가족문제에 연결된 국내의 일부 경직된 분위기로 정부의
대북한 지원 결정은 상당한 産苦(산고) 끝에 이루어진 결심이었다. 인도적
견지에서 새로이 결정된 구호물자지원에 최초로 당사 선박의 투입이 결정
되면서 우리는 다시 북한과의 해운교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97
년 6월 23일 당사의 제8 장영호와 9월 24일 장영로즈호가 북한의 흥남항으
로 우리 남녘 동포의 따뜻한 동포사랑을 북녘에 전달하고 모두 무사히 귀환
했다.
이같은 구호물자 수송을 계기로 우리는 그동안 중단된 대 북한창구를 다시
가동해 동경에서의 수차례에 걸친 회동끝에 인천~남포(강남)항로와 나진·
선봉~부산~일본을 잇는 항로개설을 검토키로 하고 금년초 방북초청서와 신
변안전 보장각서를 북한의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이하 “대경추”라
함)로 부터 받아 정부의 방북허가를 득하고 비로소 북한방문의 기나긴 여
정을 매김할 수 있었다. 98년 4월 23일 오후 1시 50분 서울을 떠나 북경을
향하는 비행기안에서 우리 일행은 방북에 따르는 세부일정을 토의하면서 북
경을 거쳐 그 날밤 7시 연길시에서 첫 밤을 보냈다.
다음날 4월 24일 금요일, 우리 일행은 연길에 머무면서 차질없는 북한방문
이 되도록 모든 준비에 정성을 쏟으며 내일의 약속된 입경절차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4월 25일 토요일.
새벽 4시에 눈을 뜬 우리들은 조선족 현지 가이드와 함께 중국에서 준비한
소형 승합차에 몸을 싣고 오전 5시 40분 연길을 출발하여 대부분 비포장인
도로를 약 4시간 달려 오전 9시 30분 중국측 국경인 원하국경검문소에 도착
했다. 승차감이 형편없는 승합차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기조차 힘든 비포장
길을 달려왔지만 모두들 긴장해서 인지 피로감을 잊은 채 “두만강 푸른 물
”이 아닌 거무스레한 빛깔의 강위를 가로지르는 일제치하때 만들어진 원정
교를 바라보며 중국측의 출국수속을 기다렸다.
출국수속과정에서 초청장에 개별 이름이 명시되지 않아 신변보장 담보서 사
본으로 대체하고 수속을 마친후 중국측의 배려로 연길에서 타고 온 승합차
를 그대로 타고 원정교를 건넜다. 이 시간이 4월 25일 오전 11시. 설레임과
긴장감이 교차되는 마음을 누르고 건넌 원정교의 북측 검문소에서 만난 북
한 경비병의 소년같은 앳땐 모습과 일에 단련된 듯한 다부진 손 모습에 여
기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 하는 안도아닌 안도감에 다소간 긴장감이 풀어짐
을 느꼈다.
원정리 통행검사소 건물 앞에는 대경추의 실무과장 두분이 우리 일행을 마
중나와 있었다. 이들 두 사람과의 반가운 인사속에 우리는 첫 상면의 예를
갖추고 북한 입경수속을 기다렸으나 북측의 절차에 소정의 미비사항이 있
어 시간이 다소 지연되는 관계로 우리들은 호기심으로 검문소 주변을 살펴
보았다.
조그마한 건물 주위는 마침 이 날이 토요일이며 북한 인민군 창설 66주년이
되는 북측의 국경일이라 중국측에서 들어오는 조선족들의 화물차량 몇대가
통관 절차를 기다리고 있을 뿐 비교적 한가한 모습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매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3일간 중국측과의 변방 교역을 위한 물물교환
시장이 국경검사소 옆의 공터에서 열린다는 설명을 듣고 신기한 생각에 여
기저기를 둘러 보았다. 검사소 건물 곳곳에는 우리가 텔레비젼에서 자주 보
던 각종 선전 글귀가 곳곳에 붙어있고 건물 뒤편에는 식사시간을 기다리는
나이어린 경비병들이 7~8명 둘러 앉아 기타를 치고 담배를 나눠 피며 한가
로이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봄볕 따뜻한 두만강변에서 처음으로 북녘의 내
음을 맡으며 오후 2시 입경수속을 마치고 일본제 지프형 차량으로 나진으로
향했다. 원정리에서 나진까지는 54
km로 전부 비포장인 산길을 약 1시간 반 정도 달려 나진호텔에 도착했다.
홍콩계 자본으로 지은지 2년되는 나진호텔은 현지에선 가장 시설이 좋다는
호텔이었지만 시설이 아주 단순했다. 하지만 숙식에는 별다른 불편이 없었
고 종업원들은 정말 모두 친절했다. 우리는 늦은 점심후 잠시 휴식을 취하
고 저녁 면담을 위해 시내 중심지에 있는 남산호텔(前 일본군 헌병사령부)
로 이동했다. 이날 마침 우리는 남산호텔앞 고아장에서 청년동맹이 주최하
는 “조선인민군 참군” 기념 무도회를 관람하게 됐다. 약 5~6천명의 남녀
노소 주민들이 격의없이 서로 어울려 조그마한 승용차위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집단 무도회는 놀라울 정도로 신기하면서도
한편 선뜻한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
이튿날, 4월 26일 일요일. 우리 일행은 대경추 담당 국장과 과장일행, 대경
추 나진주재 부국장과 함께 나진항 청사를 방문하여 나진항 항장, KOSA(Kor
ea Ocean Agency) 나진 지사장 일행들과 함께 본격적인 업무협의에 들어갔
다. 나진항장의 나진항 전반에 걸친 자세한 설명에 이어 우리측의 여러가지
질문에 대한 친절한 답변과 설명 그리고 항비 등 제반 요율과 항만서비스
에 대한 안내도 곁들여 졌다.
이날의 회의를 통해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활성화 시키고자 하는 대경추 간
부들의 으지와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고 또한 업무에 임하는 솔직
한 그들의 모습에 다소 외경심도 느껴졌다. 회의를 마친후 우리 모두는 나
진항만 시설을 견학하고 아무런 제약없이 항만시설 전체를 촬영할 수 있었
다. 중국과 러시아행의 철도가 이중으로 연결된 나진항 부두는 이미 오래전
부터 삼국간 중계무역지로 시설돼 있었으나 현재의 북한경제 단면을 보여주
듯 최근 조총련게 기업에서 건립한 비료창고와 적재시설을 제외하곤 모든
시설이 거의 수십년 된 듯한 낡은 상태였다.
화물이라곤 동룡해운이 운송한 우리측 컨테이너 20여개를 제외하곤 다른 화
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적막감이 나도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견학후 우리는 우리나라의 복합운송주선업에 해당하고 조선대외운수 나진지
사 대표와 함께 전반적인 업무협의를 마치고 일행과 남산호텔에서 저녁식사
후 처음으로 가라오케라는 곳으로 안내돼 난생 처음으로 북한 가요를 접하
는 기회를 가졌다.
다음날 4월 27일 월요일.
우리 일행은 차량 그때에 분승하여 선본항에 도착했다. 유조항으로 이용되
고 있는 선봉항은 KEDO 의 중유도 전량 이곳에서 하역하고 있으며 제반 시
설에 대해 선봉항장의 친절한 설명과 안내를 받고 선봉의 유적지 방문을 안
내받았다.
유적지 안내원의 안내로 각종 기념탑 현지교시탑, 기념가옥등을 방문한 후
나진·선봉에서 가장 풍광이 좋다는 비파지역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
정유공장인 “승리화학공장”을 보게 되었고 이 공장에서 원유를 가공하여
석유화학단지를 운용하여 왔으나 현재는 원유가 없어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있다는 기막힌 설명에 말문이 막혔다.
우리 일행은 대경추 간부들의 안내로 아름다운 비파섬이 내려다 보이는 조
그마한 산기슭에 자리잡은 비파초대소에서 자체 조달된 생선, 낙지, 고사리
등으로 차려진 점심을 먹고 비파섬으로 들어가 섬 전체와 우리나라 최북단
말섬도 먼거리에서 바라보며 홍콩 엠페르 호텔에서 건설하고 있는 바닷가
호텔공사 현장과 골프장 예정부지를 둘러보고 나진으로 돌아왔다.
나진으로 오는 도중 상점 몇곳을 둘러 보았으나 거의 대부분 전시판매 생필
품이 질낮은 중국제품이라 어려운 북한의 살림살이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기념품 상점이 있어 그곳에 들어 조선화라 일컫는 북한의 산수화 1
점을 기념으로 구입하고 나진시내에 있는 출입국관리소에서 출국수속을 했
다.
마지막날 4월 28일 화요일.
이른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언제 다시 올줄 모르는 기약없는 이곳의 모습
을 뇌리에 각인시키고 싶어 호텔앞에 있는 바닷가로 나가 차가운 아침 바다
에서 해조류를 채취하는 주민들의 모습과 호텔옆 민가들의 골목길도 들어가
보면서 북한주민들의 힘겨운 생활모습에 다시한번 숙연한 느낌을 가눌 수
없었다. 우리는 대경추 간부들과 호텔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9시경 원정리
로 출발했다.
짧은 3박4일의 체류였지만 작별을 아쉬워하는 호텔 종업원들과 북측 일행의
따뜻한 석별의 정을 가슴에 안고 언제 다시 돌아갈수 있을런지 모르는 길
을 떠난 것이다.
원정리로 나오는 도중 유명한 청학약수터에 들려 약수를 마시고 원정리 국
경검사소에 도착한 게 10시 40분이었다. 마침 이날이 화요일이라 중국으로
부터 각종 생필품을 실은 차량이 벌써 100여대이상 중국측으로 부터 들어오
며 입경수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나진·선봉지역으로 직
접 가는 차량도 있지만 상당수의 차량은 이곳 원정리에서 물물교환을 하기
위해 들어 온 차량들이었다. 귀환수속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일행은 호기심
으로 장터를 여기저기 둘러 보았다.
잠시후 귀국수속을 마친 우리들은 짧은 만남후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대경추
간부들과 국경검사소 소장과의 작별인사를 나누고 중국의 권하지역으로 귀
환했다.
진정 짧은 시간의 여행이지만 우리에겐 기나긴 여정이었다.
눈에 보이는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살림과 야윈 모습들에 깊은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도 비굴하지 않는, 때론 당당한 그들의 모습에 그간 우리는 참으
로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구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에 머리가 혼란
한 적도 있었다.
당초 예상했던 청진의 방문은 북측 사정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나진·선봉
지역만을 둘러보는 여행이었지만 정녕 우리들에게는 소중한 시간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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