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7 09:13

알기 쉬운 해상법 산책(18)/ 서렌더 선하증권과 해운업의 융통성

법무법인 세경 최기민 변호사


보수성과 융통성.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수성을 띠던 단체가 변화하는 환경과 시대의 요구에 맞춰 융통성을 발휘한 사례를 종종 찾을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이 개혁개방(改革開方) 정책을 통해 시장 경제체제를 일부 받아들인 사례가 있고, 금융 안정성과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목표로 하며 보수적인 통화정책을 지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와 같은 비전통적인 정책을 취한 사례도 있다. 가까이는 내연기관 차량 제조에만 집중하겠다던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자 뒤늦게 전기차 생산에 뛰어든 사례도 보인다.

해운업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해상운송의 특수성과 위험성 때문에 해운업계는 기본적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며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려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예컨대 종이 기반의 선하증권을 통해 운송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관행은 해상운송이 시작된 이래로 계속되어 왔다. 그러다 선박이 고속화, 대형화되면서, 특히 극동아시아에서 선하증권보다 운송물이 먼저 도착하는 선하증권의 위기(Bill of Lading Crisis)가 찾아왔다. 그러나 해운업과는 다르게 해상운송의 배경이 되는 국제무역 실무는 끊임없이 빠르게 변화하므로, 국제무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선하증권 실무의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그 결과 보수적인 해운업계도 어쩔 수 없이 변화하는 국제무역 실무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보증도(Delivery by Letter of Guarantee), 해상화물운송장(Sea Waybill), 서렌더 선하증권(Surrender Bill of Lading) 등의 실무가 그 결과이다. 중개무역의 편의를 위하여 스위치 선하증권(Switch Bill of Lading)을 활용하는 실무도 만들어 냈다.

최근 들어 전자선하증권(e-Bill of Lading)에 관한 언론보도도 다시 많이 나오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블록체인 기술 등 디지털화된 기술을 이용하여 보다 유연하게 전자선하증권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에는 HMM이 Belero International의 갈릴레오 플랫폼을 활용하여 중국-인도 간 화물운송에 전자선하증권의 시범 사용에 성공하였고,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머스크도 블록체인 선하증권을 도입하여 한국에서 캐나다까지 해상운송 무역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선하증권의 위기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전자선하증권이 보편화되기까지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한동안 해상화물운송장과 서렌더 선하증권이 계속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해상화물운송장과 관련된 법리는 예전에 한번 다뤘으므로(필자의 2023년 7월자 칼럼) 이번에는 서렌더 선하증권에 관하여 간략히 살펴보자.

 


서렌더 선하증권은 선하증권이 가지는 상환증권성이 제거된 선하증권이다. 선하증권에 화체되어 있는 운송물에 대한 인도청구권을 선하증권 소지인이 포기하면서(surrendered) 수하인 등이 선하증권 없이도 운송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점에서 서렌더 선하증권과 해상화물운송장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신용장통일규칙 등의 적용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서렌더 선하증권이 널리 활용되자 운송물의 무단 반출 문제도 다시 나타나게 되었고(화물 불법 인도와 관련된 내용은 필자의 2023년 9월자 칼럼을 참조), 새로운 쟁점도 등장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이면 약관의 적용 문제이다. 이 문제는 대법원 판례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정립되었다. 즉 송하인 등에게 이면 약관이 전달된 경우(선하증권 원본이 발행된 후 회수되어 서렌더 처리된 유형)에는 이면 약관이 유효하게 효력을 가지고, 이면 약관이 전달되지 않은 경우(선하증권 원본이 발행되지 않고 그 표지만 전달되는 유형)에는 이면 약관이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 필자는 아직 본 적이 없지만 선하증권 원본이 발행되지 않고 그 표지와 이면 약관이 함께 전달되는 제3의 유형은 전자의 유형과 같이 이면 약관이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제3유형의 경우 이면 약관을 직접 전달하는 대신 운송선사의 표준 이면 약관에 접속할 수 있는 하이퍼링크를 선하증권 표지와 함께 전자 우편으로 제공한다면 어떻게 판단될까? 필자는 이 경우도 유효하게 이면 약관을 전달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단순히 선하증권 표지에 표준 이면 약관에 접속할 수 있는 하이퍼링크가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송하인 등이 이면 약관의 존재와 내용을 인지하였다고 볼 수 있을 다른 사정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디지털화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환경보호에 관한 관심 등으로 인하여 보수적인 해운업에도 앞으로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먹을 커다란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자율운항선박이 상용화되면 선장, 선원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새로운 기술에 맞는 새로운 법률관계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서렌더 선하증권과 같은 과도기적 해결책들에 관한 법률관계와 더불어 새로운 변화 및 그로 인하여 정립될 새로운 법률관계에 대하여 융통성 있는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타고 융통성 있고 유연하게 대양을 항해하는 우리 해운업계를 기대하면서, 필자도 해상변호사로서 새로운 환경에 처한 해운업계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0/250

확인
맨위로
맨위로

선박운항스케줄

인기 스케줄

  • INCHEON FUZHOU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Wan Hai 313 10/13 10/24 Wan hai
    Ever Clever 10/28 11/05 Evergreen
  • BUSAN CHENNAI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Tiger Chennai 10/09 10/29 Wan hai
    Navios Utmost 10/11 10/31 FARMKO GLS
    Navios Utmost 10/11 11/01 T.S. Line Ltd
  • BUSAN SINGAPORE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Kmtc Nhava Sheva 10/07 10/13 Heung-A
    Kmtc Nhava Sheva 10/07 10/14 Sinokor
    One Triumph 10/08 10/22 HMM
  • BUSAN TOKYO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Ty Incheon 10/08 10/11 Pan Con
    Dongjin Venus 10/08 10/11 Heung-A
    Dongjin Venus 10/08 10/11 Dong Young
  • BUSAN NOVOROSSIYSK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Hyundai Jupiter 10/12 12/12 Always Blue Sea & Air
    Inferro 10/15 12/12 Always Blue Sea & Air
    Hyundai Vancouver 10/19 12/19 Always Blue Sea & Air
출발항
도착항
광고 문의
뉴스제보
포워딩 콘솔서비스(포워딩 전문업체를 알려드립니다.)
자유게시판
추천사이트
인터넷신문

BUSAN OSAKA

선박명 항차번호 출항일 도착항 도착일 Line Agent
x

스케줄 검색은 유료서비스입니다.
유료서비스를 이용하시면 더 많은 스케줄과
다양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