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만들이 우리나라 부산항에서 탄소중립을 목표로 뜻을 모았다. 노엘 하세가바 롱비치항만 부청장은 부산국제항만콘퍼런스(BIPC)에서 기자단과 만나 “이번에 BIPC가 내세운 항만 간 연합(Port in unity)은 참 시의적절한 주제”라며, “탈탄소화, 오염물질 배출 감축을 위해 여러 항만이 한데 모여 선진 사례를 공유하는 등 본보기가 될 수 있는 행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12회를 맞은 BIPC는 ‘글로벌 항만, 세계를 연결하다(Ports in Unity : Connecting Continents)’라는 주제로 지난 9월 24~25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BIPC를 주최한 부산항만공사(BPA)는 “최근 해운·항만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글로벌 항만들이 협력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제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해운조사기관, 선진 항만, 아시아개발은행 등을 대표하는 연사들은 인터뷰 자리를 통해 각자 담당한 주제 발표와 관련해 심화된 내용을 전했다.
녹색항로 조성등 전세계 항만 뭉쳐야
올해 행사에서 BPA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함께 선진 항만과 개발도상국 항만 간 탈탄소 분야에서 지식을 교류하는 시간을 마련해 다양성을 더했다. ADB는 지속 가능한 아시아·태평양을 만들고자 기술·금융 투자를 제공하는 국제기구로, 해운 분야에서는 개도국 항만에 도입할 수 있는 탈탄소 사례를 발굴, 매칭해 펀딩을 지원한다. 25일 진행된 ADB 세션은 선진 항만의 연사가 참여해 탈탄소 우수 사례를 소개하고 개도국 항만에 도입 가능한 사례를 탐색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ADB의 예심 엘한 카얄라르 고문은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전 세계 항만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논의가 필요하다. 북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선진 사례들을 나누면서 해법을 모색하고 혁신적인 사례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BIPC 같은 토론의 장을 통해 공통 과제인 기후 변화, 기술적인 혼란, 지정학적 불확실성 같은 문제의 해법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국제 해운산업에서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낮추는 탈탄소화 계획을 발표했다. BIPC는 개발도상국 항만도 이 목표에 동참할 수 있도록 타 항만들과 정보·기술 교류를 촉진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구상이다. 카얄라르 고문은 이번 특별 세션을 “앞으로 이어갈 협업의 첫 걸음”이라며,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시작한 이 이니셔티브가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부산항만공사 강준석 사장, 라이너리티카 탄 화주 대표, 롱비치항만청 노엘 하세가바 부청장, 아시아개발은행 예심 엘한 카얄라르 고문 |
2022년에 이어 2년 만에 BIPC를 찾은 노엘 하세가바 부청장은 친환경 항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협업’을 들었다. “20년 동안 롱비치항이 많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협업했기 때문이다. 저희가 20년 전에 이 정책을 발표했을 때는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면서 ‘친환경 항만이 돼도 여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여러 공조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시설, 화물, 물동량 등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할 수 있었다.”
롱비치항은 내년이면 탈탄소화 정책을 도입한 지 20년이 된다. 그동안 2005년 수준 대비 디젤의 미세먼지는 92%, 질소산화물 71%, 황산화물 98%, 온실가스는 총 70% 감축했다. 반면 화물 물동량은 20% 증가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하세가바 부청장은 “친환경 항만을 조성하는 덴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롱비치항은 최근 싱가포르 상하이 항만과 2개의 친환경 해운 회랑을 조성했다. 조만간 부산항과도 녹색 항로를 조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규모의 경제 프레임이 선대확장 이끌어”
행사 첫날 첫 번째 세션 발표를 맡은 탄 화주 라이너리티카 대표는 ‘2025년 해운시장 재편’을 주제로 해운의 미래를 그렸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선대 확장 추세를 강조했다. 선복 공급 과잉 우려에도 선사들의 발주 현상이 계속되는 원인으로 잉여 자금 소진, 정치적 문제, 경쟁력 강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최근 상위 선사들은 실적이 견조하다. 잉여 자금이 발생했을 때 가장 쉽게 소진하는 방법은 신조선을 건조하는 것이다. 또한 극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자국 조선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압박이 신조선 발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선사는 상업적으로 타당하지 않더라도 자국 조선소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3가지 중 가장 큰 이유는 “경쟁사 압박에 따른 선대 경쟁력 강화”라고 강조했다. MSC가 지난 수년간 선복량을 대거 늘린 상황을 언급하며, “규모를 확대하는 시장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에 나머지 선사들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투자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디얼라이언스에서 하파크로이트가 빠지게 되면서 나머지 3개 선사는 선복이 부족해져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탄 대표는 대한민국 국적 선사인 HMM이 비용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규모를 확장해 경제성을 확보하고 비용 경쟁력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HMM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만한 수준인가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으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경쟁력을 갖추고, 파급력을 지닌 경쟁자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기 만료를 앞두고 행사를 개최한 BPA 강준석 사장은 이번 BIPC에서 디지털화와 탈탄소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BPA는 울산항만공사(UPA), 함부르크항만공사(HPA)와 함께 친환경 선박연료 확대와 벙커링 기술 표준화를 목표로 MOU를 맺었다. 부산항과 함부르크항은 2010년 자매항 협정을 체결한 이래 디지털·탈탄소화라는 항만 업계의 공통 과제를 고민해왔다. 이번 MOU로 부산항과 울산항은 함부르크항과 협력해 글로벌 표준화를 선도하고 항만의 녹색성장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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