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4-21 17:36

[ 제59회 한바다 최고경영자 조찬회 ]

대기업·중소기업간 협력강화로 해양산업 경쟁력 제고해야
과감한 구조개혁 추진…기업가 정신 되살려야

金善吉 해양수산부장관은 지난 20일 호텔신라 영빈관에서 열린 제59회 한바
다 최고경영자 조찬모임에 「21세기 신해양시대를 위한 해양수산정책방향과
기업의 역할」에 대해 주제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다음은 金 장관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세계사를 살펴볼 때 동·서양을 불문하고 대외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국가는
융성하고 내륙지향적이고 온건한 성향을 가졌던 국가는 쇠퇴했다. 특히 바
다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던 국가는 한 시대를 호령하는 강국으로 발전했다.
서양의 경우 스페인과 영국, 동양의 경우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계
제1의 해운강국이었던 스페인은 일찌기 신대륙 탐험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이를 기초로 남미등지에 본국보다 몇십배나 더 넣ㅂ은 식민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해군력의 쇠퇴와 더불어 국력이 크게 위축했다. 영국의 경우 엘리
자베스 1세때 해운력을 크게 증강해 1588년 도버해협에서 스페인의 무적함
대를 격파한 후 바다제패에 성공함으로써 3백여년간 “해가지지 않는 나라
”로 군림했다. 이렇게 영국과 스페인은 해양력을 바탕으로 하여 일찌기 바
다로의 진출을 통해 식민지 건설과 해상무역을 독점함으로써 막대한 ‘부’
를 축적했다. 일본은 1868년 명치유신을 단행해 대외개방을 한 이후 대외지
향적인 정책아래 해군력을 증강했고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격파한 후 아시아
각국으로 진출하는 등 강국으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겨우 통일신라시대의 장보고 대사, 임진왜란시 이순신 장군의
바다 제패를 통한 보국 사례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해양에 대한 인식이 부족
했다. 오랫동안 중국 위주의 대륙지향적 문화가 지배했으며 물려받은 것ㅇ
르 그대로 지키기만 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근대에 일본이 대외지향적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에 우리는 쇄국주의 정책을
폈으며 결국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불행한 역사를 초래해싸ㄷ.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가 협소하고 부존자원이 거의 없으며 인구밀도는 세계
적으로 높아 국토내에서 발전의 계기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양국가로의 발전을 위한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 둘러싸인 반도국가인 동시에 동북아
지역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역내 경제권의 구심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 또 남한 육지면적의 4.5배에 달하는 44만7천㎢ 의 경제수역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토의 2.8%에 이르는 갯벌과 수심 1백미터이내의 넓은 대륙붕 형성
으로 해양자원이 풍부하다.
이러한 우리나라 관할해역의 해양생태계 생산력은 연간 약 1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 처해 있는 우리가 나아갈 곳은 이제 바다밖에 없으며 적극적
인 해양개척을 통해서만이 우리의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는 막대한 에너지자원도 가지고 있다. 세계 석유생산량의 30%를 해양유
전에 의존하고 있고 많은 양의 천연가스가 해양에서 나오고 있으며 아울러
공해가 없어 21세기 차세대 에너지원이라 불리는 메탄수화물의 부존량도 막
대하다.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조력이나 파력도 발전에 이용하면 훌륭한
에너지 자원이 될 수 있다.
바다는 삶과 문화의 공간이다.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나폴리 등 세계적으
로 아름답고 살기좋은 곳으로 이름난 도시는 대부분 바다와 인접하고 있다.

도시공간과 바다가 이루어낸 공간에는 향수어린 건축물과 시시각각 변화하
는 바다의 경관, 국제적이고 민족성이 풍부한 다양한 상품, 다양한 레스토
랑과 음식점,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흥미있는 거리공연 등 역동적인 삶
의 멋이 한껏 배어 있다.
만일 이러한 도시들이 산속에 있었다면 그렇게 좋은 생활 여건을 갖출 수
없었을 것이다.
바다는 특히 수송의 공로이다. 전세계 교역량의 75%인 약 40억톤의 화무이
바다를 통해 수송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만해도 수출입화물의 99.7%가
바다를 통해 수송되고 있어 완전히 바다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다는 지구환경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한류와 난류의 흐름은 기후
를 조절하는 중요한 인자이며 해수에 의한 태양열의 흡수와 방사는 사계절
변화의 근원이 된다.
해양은 태양에너지의 저장고이며 지구의 열조절기라고 할 수 있는데, 열리
넉넉할 때 저장해 두었다가 모자랄 때 방출함으로써 지구생명체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한편 국제해양질서는 지난 94년 11월 유엔 해양법협약의 발효를 계기로 치
열한 해양경쟁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연안국이 종전 12해리에서 2백해리까
지 바다를 관할하게 되는 등 연안국의 배타적 해양관할권이 대폭 확대되고
350해리까지 대륙붕의 확대설정 및 심해저 개발문제등 해양분할 시대가 본
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이와함께 UN을 중심으로 해양의 이용과 보전을 위
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92년 6월에 열린 리우회의에서 지구환경헌장인
「Agenda 21」을 지정하여 해양에 대한 범세계적인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
자유로운 해양활동 무대가 좁아지게 되자 선진국은 우수한 과학기술력을 바
탕으로 해양개발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무인자동화 컨테이너 부두, 바다목장화, 심해저자원 개발기술 등 첨단 해양
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한계에 다다른 육지ㅡㄹ 대체할 수 있는 바다 이용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렇게 해양에 대한 선점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국제적 추세에 따라 해양에
대한 진출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과거 해양의 자유이용시대에는 아무
때나 바다에 나가도 되었지만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나가야 만이 해양개발
이 기득권을 차지할 수 있다.
이런 여건하에서 지난 96년 8월8일 해양수산부가 발족된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지난 정부조직 개편시 해양수산부의 폐지문제가 거론됨으로써 해양수산부가
없어질 뻔 하는 위기를 맞았으나 우여곡절 끝에 해양수산부의 중요성을 재
인식하게 됨으로써 다행히 존치될 수 있었다.
일본·미국 등 해양강국에 뒤떨어진 우리의 해양행정을 선진화하기 위해선
단일화되고 강력한 해양행정 추진체가 필수불가결하다.
또 해양을 도전과 개척의 대상으로 여기고 적극 진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으로의 국민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해양산업이 21세기의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
측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강력한 해양행정
추진체와 범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해 해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집
중육성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21세기의 꿈과 희망이 바다에 있다는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제2의 장보
고시대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우리 해양행정의 근본적인 과제이다.
먼저, 국익과 직결되는 해양외교와 미래지향적 해양부문에 해양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고 행정역량을 집중 투입해 나가야 한다. 해양선점경쟁에 뒤지지
않도록 해양경제영역을 확장하고 우리나라 주변해역에 대한 관할권을 강화
하는 한편 국가주도로 해양과학기술을 조기에 실용화해 나가야 한다. 자생
여건과 경쟁력이 확보된 전통적 해양산업부문은 각종 규제철폐와 과감한 구
조조정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경쟁력ㅇ르 상실한 수산업종을 과감히 통합
또는 폐지하고 유통·관광·레저등의 개념을 수산업에 접목시켜 수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아울러 한반도를 동아시아 물류중심기지
로 육성하기 위해 선진화된 항만개발과 운영기법을 도입하고 한반도를 해운
관련 각종 거래의 중심지로 조성하는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발전을 통해 해
운항만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국제적인 해양선점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글로벌 해양전진
기지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해양경제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또 2010년에는 해양과학기술력을 G7수준으로 제고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해양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94년 선진 6개국과 동등하게 확보한 태평양 심해저광구의 망간단
괴를 상업화하기 위한 정밀탐사와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태평양 심해
저 광구는 94년 11월 유엔 해양법의 발효와 함께 광구등록이 마감되었으나
다행히 우리나라는 동년 8월에 마지막으로 우리 국토면적의 1.5배에 달하는
15만평킬로미터를 등록할 수 있었다.
이중 2002년까지 최종적으로 개발유망지역 7만5천평방킬로미터에 대한 개발
권ㅇ르 확보하게 된다.
이 광구에는 평균직경이 5㎝ 정도 되는 망간 돌덩이들이 수심 5천m 밑바닥
에 널려있어 이를 걷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5천미터에 이르는 수심
을 극복하는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용화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2010년경 본격적으로 채광에 들어가게 되면 망간, 니켈, 구리, 코
발트 등 전략금속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데 2백년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88년 남극에 전진기지를 건설하였지만 이곳에 진출해 있는
여러 선진국의 시설이나 기술수준보다 많이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극과 가장 인접한 국가이면서 남극에 관해 비교적 많
은 자료를 가지고 있는 칠레와 공동연구센터를 설치해 남극연구의 수준을
질적으로 향상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 석유등 에너지와 수산자원에 대한 정밀조사와 함께 96년 매장이 확인된
차세대 에너지라고 하는 메탄수화물의 실용화 연구도 병행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정부주도로 세계주요지점에 해양과학연구센터를 설치해 기술 축적과
더불어 민간기업의 진출을 지언해 나갈 계획이다.
남태평양의 피지와 마샬공화국등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는 망간각등 광물
자원이 다량 부족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진주조개, 열대어 등 수산자원
을 양식할 수 있는 역건이 매우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와 공동 해양과학연구를 추진하고 아울러 개발협정을 통해
이들 국가의 해양자원을 개발해 나갈 것이다.
한편 해양과학기술 선진국인 러시아와 공동으로 초고속선과 수중로못의 핵
심기술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서아프리카, 북인도양, 중남미 지역의 수산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타
당성을 조사하고 인접국가들과의 개발협정등을 체결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항만은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99.7%를 처리하는 우리경제의 핵심기반
시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세계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주 간선
항로상에 위치하고 있어 우리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동북아 중심항만으로 발
전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세계적 중심항만인 싱가포르항은 GDP의 14%, 로테르담항은 지역소득
의 25%를 창출하고 있음을 비추어 볼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
겠다.
따라서 동북아의 중심에 입지한 우리의 지리적 잇점을 최대한 활용해 부산,
광양항을 상해 이북의 중국, 일본서안, 극동러시아와 대륙횡단철도를 연결
하는 컨테이너 환적 중심항으로 집중 육성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컨테이너 부두시설은 경쟁항만인 일본의 고베, 대만의
카오슝 등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2011년까지 부산신항과 광양항에 5만톤급 컨테이너 부두 48개를
건설하고 배후에 대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해 종합적인 국제물류유통거점항만
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같이 항만시설이 적기에 확충되고 운영의 현대화를 기한다면 우리 인접항
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컨테이너 한개를
환적처리하면 자동차 1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수익이 발생한다. 요즘은
컨테이너선이 대형화돼 한번에 5~6천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데, 이
러한 배 한척분의 물량을 환적처리하게 되면 5천대이상의 자동차를 수출하
는 것과 맞먹는 수익ㅇ르 올릴 수 있다.
99년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 환경회의 이후에 세계 151개 연안국중 71개국이
연안관리법을 제정하여 체계적으로 자국의 연안을 통합관리하고 있다. 그
러나 아직도 우리는 9개부처에서 50여개 법률로 연안에 대한 업무를 분산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별로 자기 목적에 맞도록 경쟁적ㅇ르ㅗ
연안을 개발함에 따라 해양생태계의 콩팥 역할을 하는 갯벌이 사라지고 있
는 등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안에 대한 통합관리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해양수산부에선 금년중에 연안관리법을 제정하여 바람직한 연안상에 맞도록
용도를 지정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조체제를 강화해 규제중
심이 아닌 지속 가능한 개발과 보전이 조화되도록 해 나갈 계획이다.
법이 제정되면 99년까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통합
관리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우리나라 해양산업의 성장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60년
대에는 해양산업이 시작된 단계로 연근해어업, 조선업, 해운업등을 중심으
로 해양산업이 서서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70년대에는 해양산업이 양적으로
성장하는 단계로 중동시장의 개척과 원양어업의 호황을 바탕으로 원양어업
, 외항해운업 등이 중심이 돼 전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 80년대와 90년대는 해양산업의 구조조정 단계로 해양산업을 둘러싼 국내
외 정치,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른 전반적인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산업합리
화와 내수시장 개발 및 해외자원개발의 다양화를 동시에 모색하는 시기였다
.
90년대 후반과 21세기는 기술집약적 산업구조로의 이행, 자본재 산업의 발
달, 정보화 및 서비스화 심화, 시장개발에 따른 해외진출의 다변화 등이 중
요한 특징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이러한 시기에 해양수산기업들이 제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 변
화와 더불어 기업내부와 경영 환경 전반에 대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개혁
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우리세대 시대정신이다. 우리가 처한 경제여건과 기
업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이제는 더이상 지금과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어선
안되며 기업내부를 재점검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다음은 다시한번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고 꾸준한 투자를 해야한다. 한강의
기적은 그냔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뼈를 깎는 노력과 잘살아
보겠다는 의지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결과이다.
지금 우리는 6.25이후 최대 국난을 맞이하고 있으나 이럴 때 일수록 중요한
것은 바로 창의에 바탕을 둔 기업가 정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이다. 남
이 하지 않을 때 이루어진 투자가 오히려 10배, 100배의 효과가 있으므로
지금이 바로 투자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양산업의 경쟁력ㅇ르 약화시키는 업체간의 과당경쟁, 대기업
과 중소기업간의 갈등ㅇ르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 해양수산기업에
서 경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 상호간에 이루어진 제살 뜯어
먹기식 과당경쟁을 벌인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항만 하역업계에
서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과당경쟁에서 탈피하여 외국기업
들과의 경쟁을 통해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호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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