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0 18:57

화물연대, "美 SFI 부산항 도입 반대"

성명서 "방사선 위험, 물류정체 우려"
부산항 감만부두 허치슨 터미널이 미국 화물안보구상(SFI) 시범항만으로 선정되면서 다음달부터 미국행 해상 컨테이너화물의 핵·방사능물질 적재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화물영상검색기를 운영할 예정인 가운데 화물연대가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국운수사업노동조합 화물연대는 20일 '화물안보구상 시범운영에 대한 운수노조 성명서'를 통해 "운수노조는 조합원, 화물노동자들의 건강을 파괴할 우려가 있는 방사선 검색기 설치를 반대한다"며 "당사자를 배제하고 SFI사업이 계속 진행된다면 집단으로 검색을 거부하는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원자력연구소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검색기가 안전하다고 판단한데 대해 "방사선이 위험한지 안전한지 명확한 근거가 없고 발표된 수치도 현장에서 확인되는 수치가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정치에 불과하다"며 "10만 번을 쬐도 일반인의 연간 선량(線量) 한도라고 말하는 것은 화물노동자들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방사능에 전혀 노출되지 않고 현장에서만 쪼인다는 말도 안되는 가정"이라고 반박했다.

또 "방사선은 노출된 후 즉시 건강상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뿐더러 미래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연구가 계속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방사선 안전성을 주장하는 정부측 입장을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개인사업자로 구성돼 있는 조합원들의 특수한 고용환경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장애가 생겨 노동현장에서 탈락된다면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건강보험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새로운 장치에 대한 건강 관리 조직, 기구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노동자의 건강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화물연대는 지금까지 SFI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 등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정부 및 설치회사들은 자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준비를 진행했을 뿐 당사자인 화물연대는 참여를 배제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방사선검색기 설치로 건강상의 영향과 물류정체로 인한 경제적 불이익이 화물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SFI는 미국이 세계 주요항에서의 미국행 화물을 100% 사전 검사한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제도다. 영국 사우샘프턴, 파키스탄 콰심, 온두라스 푸에르토코르테즈, 홍콩항 등 4개항이 시범사업을 실시중이며 우리나라 부산항을 비롯해 싱가포르, 오만 살라라항 등이 이를 준비중이다.

미국은 오는 2012년 7월1일 이후부터는 세계 모든 항만에서 이 제도를 의무화해 SFI를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수출된 화물에 대해선 미국 현지에서 통관지연이나 통관불허의 제재를 가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 관세청 및 국토해양부, 외교통상부, 교육과학기술부등 5개 부처와 한국허치슨터미널이 중심이 돼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제도 도입을 추진해 왔다. 정부는 최근 검색기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함에 따라 부산항 감만부두 허치슨 터미널에 다음달부터 검색기를 설치하고 시범운영에 들어갈 방침이다.

허치슨터미널은 홍콩 본사인 허치슨포트홀딩스(HPH)가 홍콩항에서 이미 검색기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내 운영사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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