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28 14:46

고려선박 '봉래선' 발굴에서 공개까지

중국 어딘가에서 침몰한 고려시대 선박이 발견되고 인양 조사됐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말 무렵이다. 하지만 중국측 고고학 발굴조사가 워낙 극도로 보안을 유지한 채 진행되기 때문에 더 이상 상세한 정보는 접근이 곤란했다.

그러다가 중국측에서 한국측 고선박 관계자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하면서 사정은 급변했다.

인양 고선박을 아무리 뜯어보아도 중국 고선박과는 다른 형식이라 해석에 골머리를 앓던 중국측에서 한국학자들을 초청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유물전시관 관계자들이 고려 고선박 발굴현장인 산둥성 펑라이시(蓬萊市) 고대 항구 유적인 봉래수성(蓬萊水城)을 찾은 것은 올해 초였다.

중국을 다녀온 직후 김성범 국립해양유물전시관장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중국측에서 보안을 신신 당부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정식 발굴조사보고서가 발간되고, 중국에서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먼저 고려선박 발굴 사실을 공개할 수 없다는 약속을 김 관장은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중국측은 조사보고서 발간과 국제학술대회 개최라는 두 가지 형식을 통해 고려선박 발굴 인양 사실을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고려선박이 1척도 아니라 2척이나 발견된 봉래수성(蓬萊水城)이란 곳은 옛날에는 등주항(登州港)이라 부르던 곳이다. 산둥반도 최북단에 위치하며, 옌타이시(烟台市) 서쪽의 펑라이시에 위치하는 항구로, 해안선을 푹 파고 들어가면서 형성된 천연 내항(內港)이다.

남쪽으로 봉래성(蓬萊城)에 인접한 이곳은 1982년에 우리의 국가 사적에 해당하는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全國重點文物保護單位)로 지정됐다. 2천수백년 전 전국(戰國)시대 이래 항구로 활용된 기간이 워낙 길며, 진 시황제가 신선을 구한 곳이라는 전설을 안고 있는 데다,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항만과 관련된 각종 유적이 분포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봉래수성, 즉, 등주항이 고대 선박의 보고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 3월23일부터 같은 해 6월18일까지, 펑라이현(蓬萊縣) 정부에서는 봉래수성 일대 해안 지역에 대한 준설 작업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유물과 고선박 잔해가 서너 곳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당시 발굴조사는 고선박 1척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이를 봉래수성 제1호 고선박이라 부른다. 기간이나 발굴 비용 등의 문제로 제한적인 조사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주의할 것은 2005년에 조사되고 인양된 고려선박 또한 이미 84년에 존재를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규모라든가, 나아가 그것이 고려선박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봉래수성에서는 처음으로 1호 고선박이 깊이 1.3m 지점 뻘층에서 출현했다. 조사결과 이 고선박은 잔존길이 28.6m에 선체 폭은 1.1-5.6m, 잔존 높이 1.2m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모습은 유선형으로 선수는 뽀족하고 선미는 모가 진 두첨미방(頭尖尾方)이었다. 바닥판이 뾰족한 전형적인 고대 중국 선박이었다. 이 선박에서는 '영락(永樂) 10년 6월'이라는 명문도 발견됐다. 아마도 선박이 건조된 시기가 명나라 성조(成祖) 황제의 영락 10년(1412)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당시 조사에서 주목할 대목은 이 봉래수성에서는 고선박을 비롯한 중국의 유물 뿐만 아니라 조선 및 일본의 유물 역시 보고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조선 선박이 출현할 것을 예고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예고는 마침내 21년이 지난 2005년에야 여실히 사실로 판명됐다.
이 해 2월, 펑라이시문물국은 봉래성의 옛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그 북쪽 봉래수성에 대한 준설 작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의해 같은 해 7-11월, 산둥성문화청의 지도 아래 산둥성문물고고연구소와 옌타이시박물관, 그리고 펑라이시문물국은 84년에 존재를 확인한 고선박들에 대한 연합 발굴단을 조직했다.

이번 8월22-24일 펑라이시에서 개최된 '봉래(펑라이) 고선박 국제학술토론회'와 이에 맞추어 중국 문물출판사에서 나온 발굴조사보고서 '봉래고선'(蓬萊古船)은 바로 2005년에 실시된 봉래수성 일대에 대한 고선박 3척의 발굴성과를 보고하는 한편, 그 성과를 검토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이런 자리를 통해 14세기 중ㆍ후반 무렵, 고려의 어느 항구를 떠나 등주항으로 입항하려다가 침몰한 고려선박 2척은 마침내 600여년만에 모습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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