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14 13:35

기획/신항 2단계 터미널 운영사 선정…선사·하역사 희비 교차

정부·선사, “신규화물창출, 경쟁력 확대 기대”
하역사, “명분 동의하지만 선사위주 입찰방식 불만”


부산 신항 2단계 1, 2차 터미널 운영업체로 양대 국적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선정되면서 선사들은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정부는 물량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두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하역사들은 이번 입찰이 정부가 단기간의 물량창출을 노리고 선사를 우대하는 입찰조건을 내세워 입찰초기단계부터 하역사들을 배제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BPA) 신항 2단계 1, 2차 터미널 운영사 선정 평가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이번 입찰에 응찰한 5개 업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평가한 결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운영업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신항 2단계 1차부두는 진해 욕망산 전면 북 컨테이너 부두에, 2단계 2차 부두는 가덕도 안쪽 남 컨테이너 부두에 건설중인 것으로 각각 4선석 규모다.

이번 입찰에는 1차부두에 한진해운과 에스티엑스팬오션, 대한통운·차이나쉬핑·오오씨엘 컨소시엄이, 2차부두에는 현대상선과 범주해운이 각각 응찰했다.

BPA는 이번 입찰에서 “오는 2008년말 준공되는 이들 부두의 운영사를 조기 선정함으로써 체계적인 개장 준비 등을 통해 신항을 조기 활성화 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사의 전용터미널 보유는 원가절감 차원이나 안정적, 효율적 서비스 제공면에서 중요하다. 항만에서의 체선이 심각할 경우에도 체선의 걱정없이 신속하게 화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하주들의 화물을 유치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정부로서도 국내 1, 2위의 선사들이 터미널을 보유함으로써 신항의 조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이 소속된 CKYH얼라이언스와 현대상선이 소속된 뉴월드얼라이언스의 물량도 유치할 수 있어 앞으로 유치 가능한 화물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운영사에 선정된 후 7년만에 국내 전용 터미널을 보유함으로써 국내 전용 터미널 확보라는 숙원을 풀게 됐다.

현대상선은 지난 2002년초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부산 감만 및 자성대 터미널, 광양 터미널 등 3개 전용 터미널을 홍콩의 허치슨포트홀딩스에 매각한 후 지금까지 터미널을 임대해 사용해 왔다.

현대상선, 7년만에 “전용터미널 확보” 숙원풀어

현대상선은 전용 터미널 보유로 2009년 초부터 본격 가동되는 아시아-미주, 아시아-구주 등 주요항로를 운항하는 선박들이 항만 적체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이 지난해 약 91만TEU에서 2009년이면 약 143만TEU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제휴그룹인 뉴월드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의 물량까지 추가로 신규 터미널에서 처리할 경우 부산항에 대한 기여도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하역사들은 이번 신항 터미널 입찰이 정부의 선사 우대 정책에 따른 배점 기준으로 하역사를 입찰에서 배제하게 만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 하역사로 유일하게 응찰한 업체는 대한통운으로, 동부건설 물류부문의 경우 에버그린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하려고 했으나 입찰신청 하루 전날 포기한 바 있다.

현재 신항 터미널의 운영사 구성을 살펴보면, 1단계 9선석의 경우 외국계 항만운영사인 DP월드로 운영권이 넘어갔으며, 민자사업으로 구성된 2단계 3차 터미널에만 현대산업개발컨소시엄의 KCTC가 국내 하역사로는 유일하게 껴있다.

아직 남아있는 2단계 4차 터미널 운영사 선정도 국내 하역사들 뿐 아니라 허치슨, PSA, 머스크라인 등 경쟁력을 갖춘 외국계 항만운영사 ·선사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국내 하역사의 터미널 운영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2단계 1, 2차 터미널 운영 사업자 선정은 국내 하역사들의 바람이었지만, 명함도 내밀지 못한 하역사가 대부분이다.

대다수 하역사들은 부산항만공사에서 제시한 선사위주의 평가 배점 기준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평가항목은 화물창출능력 50%, 부두운영 역량 15%, 재무상태 15%, 임대료 10%, 참여·운영형태 10%로 구성돼 있다.

특히 화물창출능력에 50%나 배점한 부분, 평가지표에 ‘선사의 지분출자 비율’이 80% 이상이어야 1순위로 인정을 한다는 부분은 하역사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의도가 다분한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또 컨테이너화물 처리실적 평가방법에서 선사는 100% 인정하는 반면 하역회사의 경우 50%만 인정한다는 부분도 선사우대 정책이라는 주장.

정부, “물량 확보 위한 터미널 운영 방안 필요”

이러한 정부의 선사우대 정책은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가 개최한 “「컨」 터미널 운영관리 효율화 방안” 공청회에서 사업자 선정에 물동량 확보 능력을 우선시 하겠다고 한 데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해양부는 “물동량 창출 등과 운영사 선정방안의 연계성 부족으로 조기에 항만운영 활성화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세계시장에서 물량확보 경쟁이 치열해 짐에 따라 물동량 확보 능력을 우선시하는 터미널 운영관리 방안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민자사업의 경우 항만 운영 효율화 방안으로 물동량 창출이 가능한 선사 참여여부 및 지분율에 따라 배점을 상향 조정해 물량 창출을 도모한다고 밝혔다. 현행 선사출자비율에 대해 기존 10점에서 20점으로, 선사 운송실적은 15점에서 30점으로 상향하는 계획을 공표했다. 또 사업의 안전성 및 운영의 효율화 확보를 위해 참여 선사에 주식 우선매수권을 최우선으로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도 지난해 5월 머스크씨랜드의 피앤오네들로이드 인수와 관련한 현안분석에서 “세계 정기선 시장은 향후 전용터미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우리 선사들이 전용터미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입장에 동조한 바 있다.

KMI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해외 전용터미널 확보를 위해 운영권을 확보하거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터미널 개발 및 운영사업에 참여하는 방안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역사, “입찰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냐”

정부의 ‘선사우대’ 정책에 대해 국내 하역사들 대부분은 정부의 물량창출과 선사의 대외경쟁력 확보라는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선사에게치우친 정책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하역사 관계자는 “정부의 입찰 공고안을 보니, 선사에게 유리하게 책정돼 있었다. 선사를 위한 입찰이라는 소문도 있었다”며 “국가적인 측면에서 보면 물량유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공정해야할 입찰에서 한쪽편만 들어주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고 이번 입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또 “이번에 선정된 국적 선사가 얼라이언스 소속이기 때문에 물량창출효과는 있겠지만, 하역측면에서 보면 선사들이 하역업무를 보는 것은 비효율적인 면이 많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항만물류협회도 부산 신항에 국내 항만물류업체를 우선 참여시켜야 한다는 건의를 정부에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협회는 “선사 부두운영시 자사 선박의 이용 우선으로 부두운영의 공공성 및 효율성이 저하되기 때문에 공공성 확보차원에서라도 항만하역업체가 터미널을 운영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정부의 화물창출 의지가 워낙 강해 정부의 기존 입장만 재차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항만물류협회도 지난달 22일 “선사와 하역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운영사가 선정돼야 한다”며 “선사우대 방침에 따라 대형국적 선사가 신항 8개 선석의 운영사로 선정될 경우 물량확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해당 선사의 선박 위주로 선석이 운영돼 효율성과 경쟁력이 저하될 소지가 많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는 항만업계의 이러한 건의에도 불구하고 선사를 운영사로 선정해 물량을 창출하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1월 개장한 신항 1단계 터미널이 물동량 유치에 실패해 활성화에 차질을 빚자 이후 터미널의 경우 선사를 운영사로 선정해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도모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신규물량 들어올까? 구항물량 단순이동일 것”

하지만 항만업계 대부분은 선사를 터미널 운영사로 선정한다고 해서 ‘신규물량’이 창출된다고 전망하지는 않는다.

한 하역업체 관계자는 “선사들의 터미널 운영권 보유가 화물창출로 이어지기는 힘들거라고 판단한다. 자기 선대물량으로만 운영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항물량이 신항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며 “신규물량이란 중국에 기항하는 선사를 신항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지 북항에서 신항으로의 화물이동은 신규화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역회사야 말로 신규화물을 끌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하역사 관계자는 “물량이라는 것이 선사의 경우도 하주를 잡아야 하는 것이고 보면, 하역사 역시 하주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화물창출능력이 있는데도 선사위주의 배점기준 때문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1월 개장한 부산신항만(주)의 신항 1단계 터미널에는 북항의 감만부두 대한통운 터미널에 기항하고 있는 스위스선사 MSC만이 주 3항차로 기항하고 있다.

MSC는 감만부두 대한통운 터미널에 주 5항차를 기항했으나 이중 주 3항차의 기항지를 신항으로 변경한 것이다. 북항을 기항하고 있는 UASC도 신항으로 이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현대상선도 전용터미널을 확보해 이전하게 된다면 북항은 물량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선사가 운영을 한다고해서 항만효율성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한 하역사 관계자는 “하역사와 선사의 항만 운영효율성을 비교하자면 큰 차이는 없다. 항만 운영시스템이 거의 기계화되다보니 운영의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기항 화물의 대부분이 자기 화물일텐데 서비스에 불만이 있을 리가 있는가”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하역사들은 선사의 항만운영능력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한 하역사 관계자는 “아무리 원스톱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한 업체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무리다. 항만운영이라던지 내륙운송은 전문회사가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항만운영은 하주와의 계약관계인데 선사가 다양하고 복잡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하역사가 오랜기간 영위해 온 노하우가 있어야지 선사로서는 하주의 요구를 맞추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사 선정시 입찰 표준기준안 나와야

한편 일부 하역사 관계자들은 “운영사 선정에 대한 표준안이 미리 나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선석에 따라 입찰공고안이 나오고, 정부·지자체 등의 이해 관계에 따라 입찰기준이 매번 변경되다보니 하역사로서는 단기간에 그 기준을 맞추기가 힘들다는 것. 표준기준안이 있으면 하역사는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화물창출능력 등 여러 부분에 대해 미리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항 2-1, 2단계 입찰로 인해 여러 하역업계 관계자들은 정책에 대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정부의 화물창출 명분에는 동의를 하나 이로인해 동등하게 취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것이다.

한 하역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부산항 발전을 위해서 하역사들이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런데 물량창출이라는 명목하에 선사를 우대하는 정책을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어 소외감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랫동안 하역업을 해온 하역사들이 훨씬 항만생산성이나 효율적인 면에서 앞선다고 생각한다. 선사들이 터미널을 운영해서 신규화물을 유치하는 것보다 하역사가 항만 운영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신규화물을 유치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광양항 활성화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한 중견 하역사 관계자는 선사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정부는 지금까지 하역사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해 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광양항의 경우 국내 하역사에게 운영권을 줬지만 광양항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고 이번 신항 운영사 입찰에서는 선사를 우대해 화물을 창출하겠다는 것으로 정부의 입장도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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