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29 17:45

기획/ 콘솔사들 “동남아·중국화물 바닥운임에 울상”

/복운업계 저운임시대를 돌아본다 (上)
“파트너 환급금 지불에 골치 아파”
수익성 악화에 콘솔업 접는 업체 늘어


요즘 콘솔사 사장들은 날로 떨어지는 코로드 운임으로 죽을 맛이다.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CBM당 20달러정도 하던 부산→홍콩 해상수출화물운임이 97년 들어서면서 CBM당 5달러로 폭락하면서 전 콘솔업계가 일급 허리케인의 회오리 속에 휘말리더니 2002년엔 다시 0달러 운임으로 떨어지면서 포워딩업계를 놀라게 했다.

최근엔 해상운임은 차치하고서라도 부대운임까지 안받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이 항로는 마이너스 운임시대로 접어든 상황이다. 부산→상하이(上海)간 운임이나 부산→동남아간 화물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콘솔사 사장들은 원가계산으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복합운송업계의 저가운임 경쟁은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제조업체의 해외이전등에 의한 화물 감소, 복운업체의 기하급수적인 증가 등으로 90년대 후반부터 복합운송업계는 피튀기는 저가운임 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이렇게 볼 때 저가운임의 일차적 원인은 업체 난립에 따른 과열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87년 복합운송업 인허가 절차가 기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업체난립은 예고된 것이었다.

◆등록제로 바뀌면서 업체수 폭증

당시 정부는 일부업체에서 독점하고 있는 해상, 항공운송주선업 면허를 대폭 완하한다는 취지로 등록제 변경안을 냈다. 허가제 때만 해도 해상운송주선업은 71개업체, 항공주선업은 24개업체로 한정돼 있었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의 독점적인 지위도 다른 어느 업계보다 높았다.

등록제로 전환됐어도 초기엔 그 기준이 까다로와서 항공주선업의 경우 자본금규모 5억에 항공화물운송차량인 픽업차량과 60~70평규모의 화물창고, 공항내 사무실 등을 보유해야 면허가 발급됐다.

이후 91년 12월 건교부로 이 업종에 대한 주무기관이 바뀌었고 건교부는 해상운송주선업과는 별도로 복합운송면허를 만들면서 또한번 기준이 대폭 완화되기에 이른다. 기존 하드웨어 기준은 전면 폐지되고 오직 자본금 3억원만으로 복합운송업 등록을 할 수 있게끔 제도화됐다. 95년 12월엔 해운법에 남아 있던 해상운송주선업조항이 삭제되면서 복합운송주선업은 바다와 육상, 공중을 아우르는 토탈운송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통합됐다.

제도완화로 우후죽순처럼 복합운송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현재 복합운송업체수는 등록업체 1700여곳, 비등록업체 1300여곳 등 총 3천여개 업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등록제 이전 때와 비교하면 30배가 증가한 것이다.

업체난립과 더불어 수출기업들의 해외이전은 가속화는 포워더들의 수익성 저하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포워더들 물량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섬유나 신발, 인형등이 제조업체들의 중국·베트남 이전으로 감소세를 보이면서 포워더들의 물량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자부에 다르면 올 8월까지 섬유류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8%가 줄었고, 신발은 3.2%, 인형은 14.3%가 각각 감소했다. 제조업체들의 해외이전에 따른 물량감소세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경공업 제품은 앞으로도 그 감소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복운업체 관계자는 “섬유, 의류, 신발, 원단등의 국내시장은 이미 다 죽었다”며 “그나마 중국공장이 대량물량만을 받고 소량은 거절하는데 이들 물량이 한국공장에서 생산되는 정도다. 이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우리 포워더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워딩하기 어렵죠?” 업계 인사말

이렇듯 수년간 운임이 끝간데 없이 떨어지면서 복운업체들의 수익률도 급전직하로 악화됐고 요 몇년새 복운업계엔 “포워딩(복운업) 하기 어렵다”는 말이 하나의 인사가 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일부 국가에 대한 운임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도 1천원대를 오르내리는 등 저환율기조가 자리잡으면서 이제 복운업은 ‘버티기도 어려운’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말았다.

LCL화물을 혼재하는 콘솔쪽 사정은 특히 심해 십여년간 콘솔업무를 벌여왔던 업체가 사업포기를 선언하는가 하면 특정 지역에 대한 콘솔영업을 접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또 마이너스 운임으로 화물운송을 하다보니 물량은 늘었어도 수익에선 적자를 보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중국·동남아로의 수출입화물 운송이 마이너스운임으로 진행되면서 화물운송에 대한 댓가를 하주들이 지불하는 것이 아닌 상대편 포워더들이 지불하는 변칙적인 운임형태가 우리 국내 포워딩 시장 저변에 확산된 것도 특징이다. 이른바 운송수수료를 파트너가 보전해주는 것이다.

파트너에게 수수료를 받는 운임형태가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96년께로 싱가포르나 중국, 홍콩등 중국화교권 업체들이 우리 복운업체들과 본격적으로 거래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화교권 업체진출 하면서 ‘환급금’ 도입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96년 한 화교권 복운업체가 파트너십 제의를 해오면서 “수출화물을 보내줄 경우 그에 따른 일정액을 환급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것이 파트너에 의한 환급제의 시발이었던 셈.

이후 파트너로부터 환급을 받는 형태는 우리 포워딩 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2000년대 들어선 하나의 보편적인 운임형태로 자리잡게 됐다. 해상운송 운임조건형태가 과거 FOB(본선인도조건)나 CIF(운임·보험료 포함조건)등 하주가 운임과 별도로 THC나 CIF등의 부대운임을 지불하던 운임조건에서 DDP(관세지급인도조건)나 DDU(관세미지급인도조건)등 수입자가 럼섬(lumpsum) 방식에 의해 일관운송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변화하면서 가능하게 됐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상하이로 수출을 진행할 경우 운송을 맡은 복운업체는 최대한 낮은 운임으로 화물을 집화해 홍콩에 있는 파트너에게 보낸다. 그러면 현지 파트너는 이를 넘겨받아 수입하주에 인도하게 되고 현지 수입하주는 DDP조건에 의해 운송과 관련된 제반운임을 복운업체에 지불한다. 해당 복운업체는 받은 운임으로 운송수수료, 창고료, 통관료, 하역료 등을 떼고 일정부분을 한국측 복운업체에 환급해주게 된다. 한국측 복운업체는 파트너로부터의 환급금으로 마이너스 운임으로 손실을 냈던 부분을 메우게 된다.

역으로 상하이에서 한국으로 화물을 수입할 경우 현지 파트너는 수출업체에 마이너스 혹은 제로 운임으로 화물을 유치해 한국에 보낸 후 운임을 한국 포워더에게 고스란히 청구하게 되는 것이다.

운송의 개념이 수출만, 혹은 수입만 했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수출+수입+통관+창고 등 원스톱에 의한 일관운송 개념으로 바뀌었고 이를 포워더가 핸들링하게 되면서 가능해진 방식인 것이다.

반면 FOB나 CIF일 경우 환급금을 지불하기란 쉽지않다. 환급금이란 포워더가 창고업자나 관세사, 자신들의 수익을 일부 떼내어 만드는 것인데 하주가 부대운임을 따로내는 FOB나 CIF조건에선 포워더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

현재 파트너와 환급금을 통해 운송을 진행하는 지역은 동남아나 홍콩, 중국, 유럽 등이고 환급금이 없는 곳은 미국, 남미, 중동, 대만등이다. 특히 미국은 선사들이 창고료를 지불하는 운임체제로 인해 환급금 제도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中업체, 환급금 1~2 달러에 움직이는 갈대

그런데 환급금 방식으로 인해 우리 복운업체들의 수익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중국 업체들이 환급금 1~2달러에 쉽게 파트너십을 끊고 타업체와 거래하는 등 상도덕에 대한 개념이 극히 떨어지기 때문. 중국 복운업체들은 한국업체들에게 환급금 오퍼를 해서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좀더 싼 업체를 찾아 거래선을 바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우리 업체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중국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중국 상하이에 대한 환급금이 가장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A콘솔사 임원은 중국 파트너들이 환급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해와 이를 달래느라 몇번씩 중국을 드나들었다. A콘솔사는 타업체보다 중국업체에 주는 환급금이 4~5달러 낮은 편. 이 업체는 보내주는 수출물량이 그나마 많기 때문에 이같은 조건으로도 중국측 파트너와 거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측 파트너들이 최근들어 환급금을 좀더 지급할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임원은 “우리 업체들이 중국측에 환급금을 적게 지불하기 위해선 물량으로 답해줘야 한다. 우리가 보내주는 물량이 적을 경우 중국업체들은 환급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한다”며 “수출물량을 많이 보내기 위해선 낮은 운임으로 집화할 수밖에 없는데 이경우도 수익악화로 이어지긴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수출물량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부대운임까지 깎아주고 있기 때문. 해상운임은 이미 제로운임이기 때문에 더이상 깎아줄래야 깎아줄 수가 없고 대신 태리프화돼 있는 부대운임을 깎아줌으로써 물량유치를 도모한다는 얘기.

◆부대운임 깎는게 더 문제

이와 관련 B업체 관계자는 해상운임보다 부대운임을 깎아주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별도인 CFS(컨테이너조작장)이용료나 터미널조작료(THC)등을 하나로 묶어 계산하는 방법으로 부대운임을 할인해 준다. 예를 들어 중국 상하이로 수출되는 화물이 있을 경우 CBM당 5천원과 6천원인 THC와 CFS이용료를 THC로 패키지화해서 6천원만 받는다. 결국 해상운임 5달러(5천원)를 깎아주는 것과 같은 셈이 된다.

그렇다고 포워더들이 THC나 CFS이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포워더들은 선사나 CFS업자에게는 총 1만1천원의 부대운임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 결국 포워더는 CBM당 5달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화물을 집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20피트 컨테이너로 계산할 경우 최소 30달러의 손해를 감수하는 게 된다.

이럴 경우 포워더들은 환급금을 받는다 해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중국측 파트너 관리를 위해 벌어지는 웃지못할 상황인 것이다.

이 관계자는 “요샌 경쟁이 심해서 우리 업체들이 서로 환급을 더 많이 해주겠다고 한다. 창고비 번 것을 다 외국에 퍼주는 것이다”며 “그렇다고 환급을 안해준다고 하면 그날부로 그 업체는 수입화물 유치가 0이 되는 거다”고 말해 환급이 안좋은 것인 줄 알면서도 이도저도 못하는 우리 포워더의 상황을 설명했다. /계속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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