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04-19 11:40
“맨발의 청춘! 불황은 없다”
철재 특수파렛트 시장의 기린아
고부가가치의 물류기기 상품 개발을 모토로 지난 92년 설립된 성산파레트
는 기아자동차, 대우중공업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철재파렛트를 공급하
는 회사다.
비록 연륜은 짧지만 회사원 전체가 ‘한번 해보자’는 의욕으로 가득찬 이
회사는 이제 동종 업계의 질시와 찬탄을 동시에 받는 유망기업으로 성장하
고 있다.
“불황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대기업 얘기가 아니다. 요즘 잘 나가는 유통업체의 얘기도 아니다.
제일 힘들다는 제조업, 그중에서도 낙후산업으로 분류되는 파렛트업계의
한 업체 얘기다.
기아·대우에 협력업체 등록중
철재 특수파렛트 및 대차 제조업체인 성산파레트는 요즘같은 불경기에 기
적같은 성장을 일궈내고 있는 소기업이다.
지난 92년 ‘철재 파렛트 통’인 김광욱사장이 단신으로 설립한 이 회사는
대우중공업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자리매김했으며, 연간 15
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튼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이 회사가 협력업체로 등록된 대기업의 면면을 보면 그 기술력을 능히 짐
작할 수 있다. 우선 회사 설립 2년만에 기아자동차의 협력업체로 파렛트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94년에는 농수산물유통공사, 대우중공업, 기아그룹 기
아모텍 등의 협력업체로 등록했다. 이 과정에서 기아모텍의 경우 기존 수
도권∼광주공장간의 부품운송에서 발생하는 물류비용을 성산파레트가 개발
한 파렛트를 사용함으로써 엄청나게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대우중
공업의 경우 산차부문에 적용하여 부품업체들의 물류비용 절감에 크게 기
여했다.
이에따라 기존 철재파렛트 공급업체에 비해 기술력과 품질을 높이 평가받
을 수 있었고, 맨손으로 출발한 이 회사가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
다.
현재까지 이 회사에서 개발한 파렛트의 아이템 수는 총 5백여종에 달한다.
철재 파렛트의 특성이 범용성보다는 기계부품 등의 사양에 맞추도록 한 것
이기 때문에 제품의 종류가 많다.
철재 컨테이너 등 특허출원
이중 플라스틱을 이용한 철재 컨테이너(특허출원번호 94-28659)와 접철식
철재함체가 구비된 우드 파렛트(출원번호 96-41819) 등은 특허를 획득했으
며, 그 외에도 자동차용 범퍼의 수직 적재운반용 파렛트 등 다양한 아이디
어 파렛트를 개발하고 있다.
대우중공업 산차부문에 적용한 ‘목재 파렛트를 사용한 특수 파렛트’의
경우 자동창고와 협력업체 부품운송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기존 운송방
식에 비해 5배의 적재효과를 실현하고 있으며, 목재 파렛트를 하상(下床)
에 부착하여 해체조립이 가능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제품은 접철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10초면 가능하며, 일부분이 파손되면 교체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한 협력업체의 차량에 맞도록 1,100㎜×900㎜ 사이즈로 제
작 납품하여 이 사이즈로 부품협력업체의 운송방식을 통일하고 공동사용하
게 함으로써 기존 부품운송방식에서는 2인이 동승한 상태로 공장에 진입하
여 앞서 진입한 차량이 하역을 완료할 때까지 기다리는 비능률적인 작업방
식을 대폭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업체 현실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성산파레트의 노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최초 발주시 자동차회사 등으로 부터 부품리스트와 사양을 받아 제작
에 따른 발주업체의 의견을 수령하고, 납품까지 최장 6개월간 개발, 테스
트를 반복적으로 한다. 특히 개발기간중에는 개발인력과 김광욱사장이 CAD
를 이용하여 거의 밤샘작업을 마다하지 않는다.
신속납기·아이디어 최대관건
관리책임자인 최용석부장은 성산파레트의 장점을 발주에서 납품까지 최대
한 빠른 시간안에 수행한다는 점과 아이디어 개발에 있어 풍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특수 파렛트의 개발에 있어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적재할 부품불량
을 최소화하고, 작업성이 좋도록 하며, 코스트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작업성에 중점을 두다보니 이에 얼킨 사연도 많다. 그중 하나가
자동차 문짝을 수직으로 세운 파렛트의 개발. 자동차 부품중 적재와 운반
이 가장 까다로운 부품인 범퍼는 길고 평평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바
닥에 평면으로 눕힐 경우 1파렛트당 1개 밖에는 적재가 불가능하다. 그래
서 착안한 것이 수직으로 세운 제품의 개발이다. 이렇게 할 경우 적재효율
의 향상은 물론 작업자가 서서 부품을 꺼내고 집어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작업성도 대폭 향상된다.
특수파렛트의 사용으로 나타나는 효과는 단순히 작업과정에서만이 아니다.
특수파렛트를 사용함으로써 공장부지를 훨신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는 이점
이 생긴다는 것이다. 즉 성산파레트에서 개발한 접철식 파렛트의 경우 보
관하거나 운송하지 않을 경우 접철하여 다단 적재할 수 있으므로 공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물론 이 회사가 아이디어의 개발에만 주력하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의 생
명은 품질. 따라서 생산부분에 대해서도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우선 자동절단시스템을 도입하여 소재의 오차율을 ±0.3㎜까지 줄이고 있
으며, 도장 라인, 프레스기 등을 도입하여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이 회사는 국내시장에서의 호응을 발판으로 해외시장 진출도 꾸준히
모색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국내기업의 동남아시아 현지공장에 소요되는 특
수파렛트를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잠깐인터뷰/김광욱 성산파레트 대표이사
물류와경영: 최근 특수파렛트 및 대차분야의 동향은.
김광욱 사장: 과거에는 파렛트의 개념이 단순히 깔판이었다고 할 수 있지
만 지금은 ‘컨테이너의 기능을 겸비한 파렛트’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
습니다. 기능도 최대한 많이 적재하고 또 화물의 형상에 가장 잘맞는 것으
로 제품이 개발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철재파렛트의 경우 아이디어의 개발이 최대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노하우 싸움’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류와경영: 타 회사와 차별화된 영업전략이 있다면.
김광욱 사장: 파렛트 업계의 영업 상황을 보면 랙업체나 자동창고업체의
발주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철저하게 랙 사이즈에 맞춰
파렛트의 사이즈가 결정되는 엔지니어링이 되는데, 우리 회사는 이런 납품
은 가급적이면 피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적도 있고, 또한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 불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꼭 필요한 경우에는 현재와 같이 상하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엔지니어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
다.
자체적인 영업전략으로는 사후 A/S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매주 토요일은 ‘A/S의 날’로 정하고 전직원이 A/S에 투입되고
있으며, 특별한 하자가 없어도 A/S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물류와경영: 중소기업 특히 물류관련 제조업을 이끌어 가기가 쉽지 않을텐
데.
김광욱 사장: 남들은 중소기업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노사관계의 경우 노측
보다 사측이 공개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한다면 노사간에 원만한 관계가 형
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기업의 투명성을 위해 감사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철저한 공개경영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의 장점은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는 종업원 전체를 월급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전 직원이 관
리직이라는 의식을 갖고 근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자랑같지만 아마 이 업
종을 포함해서 중소기업중 우리 회사만한 월급을 지급하는 회사는 드물겁
니다.
종업원을 어떻게 설득하고 비젼을 제시하는가가 관건인데 저는 ‘같이 성
장하자’는 말을 자주합니다. 또 직원의 어려움을 먼저 알고 해결해 주려
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미혼직원들의 경
우 통장을 확인하기도 합니다.(웃음)
이런 배려와 마음씀에 대한 직원들의 호응은 대단합니다. 제가 퇴근하라고
지시해 놓고 다시 귀사해 보면 밤늦도록 회사에 불이 밝혀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불경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종업원과 사주간의 단결이 최우선이라는 것이
저의 소신입니다.
또 기술적으로 최고의 회사를 만들자는 것이 저의 경영방침입니다. 그 일
환으로 전체 종업원에 대해 CAD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철재 파렛트의 설
계능력 만큼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물류와경영: 최근 물류기기업계에 해외업체의 진출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이 국내업체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
한 의견은.
김광욱 사장: “동물원의 사자는 굶어 죽지는 않지만 배불리 먹지는 못한
다. 그러나 밀림의 사자는 힘만 세면 누구보다도 많이 먹을 수 있다.” 제
가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창업을 할 당시 한 잡지에서 읽은 글귀입니다.
경쟁은 시장경제체제에서는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업체의 진출을 말씀하셨는데, 일부 품목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하고 했
습니다. 우리 분야의 경우도 메시 컨테이너와 같은 제품은 몇년내에 중국
산 제품에 완전히 잠식 당하게 될 것입니다.
물류와경영: 향후 계획은.
김광욱 사장: 몇년 안에 종업원 규모를 40∼50명 선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매출액도 꾸준히 늘려 갈 계획이지만 무조건 볼륨을 키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매출액이라는 것이 그렇게 뜻대로 되는 것도 아
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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